RFA 초대석: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2007.01.17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은 남한과 미국 등 전 세계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짧게는 수 십 년 계속된 ‘북한 핵’ 갈등과 길게는 반세기 이상 정체되어온 분단체제와 북미 대결양상이 바뀔 수도 있는 핵실험을 실시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에 북한내부의 체제 유지와 안정화 노력에 일대 변화가 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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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 - RFA PHOTO/장명화

‘RFA 초대석,’ 오늘은 남한의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를 모시고 북한의 향후 변화에 대해 살펴봅니다. 정 박사는 프랑스 파리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남한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남한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정 박사의 저서로는 < 북한의 국가전략>, < 21세기 남북한과 미국>, <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 등이 있습니다.

북한 관영 언론은 지난 2004년 9월 논설에서 ‘만일 노동계급의 당이 수령의 후계자의 영도체계를 튼튼히 세우지 못하면 수령의 영도적 지위가 후계자에게 계승되지 못하게 되고, 혁명의 명맥이 끊기며 결국 당과 혁명을 망쳐 먹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1월 현재 아직도 후계자가 정식으로 지목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성장: 북한에서 후계자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생각할 수 있는 게 후계자나 수령의 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일이 올해 65세가 된다는 것은 후계문제와 관련해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가 있겠구요. 김일성의 경우에는 만 62세 때 후계자를 결정을 했지만, 사실상 후계자 논의는 만 60세 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김정일은 지금 상당히 뒤쳐져 있는데, 그러나 만 65세가 된 시점까지 후계자 지명을 계속 늦출 수만은 없다고 보이고, 그렇다면 적어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내부적으로 후계자 지명을 결정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은 고 성혜림이 낳은 장남 정남, 고 고영희씨가 낳은 차남 정철과 삼남 정운 등인데요, 정 박사님은 누가 후계자 범위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으로 점치십니까?

정성장: 북한의 차기 후계자로는 여전히 김정일의 차남, 보통 차남으로 이야기가 되는데, 사실상 북한에서는 장남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정철이 여전히 유력하다고 볼 수 있겠고요. 지난해 김정철이 서독을 방문했을 때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방문했던 것을 봤을 때, 그리고 그의 건강이 식물인간상태라는 일부 소문도 있었지만, 전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김정철의 위상이라던가, 건강상태를 봤을 때, 그가 후계자로 지명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올해는 북한에서 ‘선군정치’라는 용어가 처음 노동신문을 통해 등장한 지 만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부에서는 ‘선군정치’를 알면 북한이 보인다고 까지 하는데요, 도대체 선군정치가 뭡니까?

정성장: 선군정치는 북한이 당면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정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그렇고, 북한은 군대를 앞세우는 정치라고 설명을 하는데, 군대를 앞세우는 게 군대를 당보다, 조선노동당보다 앞세운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인민보다 군대를 앞세운다는 그런 의미로서 과거에는 수령-당-대중의 일심단결을 강조했다면, 김정일시대에 들어와서는 수령-당-군대-인민의 일심단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군대가 당보다는 뒤에 가지만, 인민보다는 앞에 오는 거죠.

정 박사님께서는 최근 한 학술토론회에서 북한이 선군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현재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국의 책임론을 제기하셨다고 남한 언론에 보도됐었는데요,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왜 미국이 책임져야합니까?

정성장: 얼마 전에 한국에서 있었던 ‘선군정치 대토론회’에서 제가 이야기한 것이 와전됐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와서 선군정치가 시작되는데, 그것은 북한이 당면한 심각한 식량난, 그리고 김일성 사망이라는 충격에 직면해서 당과 군대를 중심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에서 선군정치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구요, 그것이 2000년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상당 부분 변화될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2000년에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서 김정일의 경제부문에 대한 시찰이 크게 늘어나고 군대에 대한 시찰, 현지지도가 상당히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거든요. 그러다가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특히 부시행정부가 북한을 핵태세 검토보고서에서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간주한 이후부터 김정일의 선군정치가 다시 강화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선군정치가 미국의 핵 선제공격 위협 때문에 시작됐다는 지적은 좀 잘못된 것이고, 미국의 핵 선제공격 위협이 북한이 선군정치에 계속 집착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게는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이 새해를 맞아 발표한 공동사설의 핵심 단어는 ’경제’였습니다. 공동사설에서 ’경제’는 무려 34회나 나왔거든요. 올해 국방보다는 경제 쪽에 더 심혈을 기울일 것 같습니까?

정성장: 북한이 핵실험을 함으로서 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입증을 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의 군사력, 국방력 강화, 그리고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 때문에 상당히 위기의식 속에 빠져 있었는데, 핵무기 개발로 그런 위기의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안보보다 상대적으로 민생, 그리고 경제 분야에 주력할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고 이제 그런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입니다.

북한의 핵사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남한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추진문제가 한창입니다. 진정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남한과 미국이 취할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성장: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긍정적 기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한사회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기가 어렵다고 볼 수가 있겠고, 과거에 북한이 어떤 타이밍을 놓치는 그런 판단착오를 한 경우가 많았고, 그런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뭐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좀 어렵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다만 이제 한국정부가 특사 교환이라든가, 남북 당국 간 대화의 복원을 통해서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미국정부로서는 부시행정부 임기 내에 북한 핵문제의 완전 해결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북한의 핵시설 동결, 북미간 관계개선으로 가는 길을 열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 핵문제가 계속 난관에 직면해 있게 되면 북한이 추가적으로 핵실험을 하거나 핵개발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핵확산의 위협은 더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특히 북핵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면,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 이게 단기간에는 어렵겠지만, 그것이 아주 멀지 않은 미래에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고, 또한 그렇게 되면, 남한도 핵무장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핵문제를 북한만 볼 것이 아니라, 주변국들과의 관계까지, 핵확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미국이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워싱턴-장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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