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 전 미국 국무부 관리 켄 예이츠(Ken Yates) 씨


2007.09.05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RFA 초대석, 오늘은 당시 미국의 평양 연락대표부 설립 준비 요원으로 활약했던 전 미국 국무부 관리 켄 예이츠(Ken Yates) 씨를 모시고 당시의 뒷얘기와 앞으로 양국 관계 정상화 전망에 대해 얘기를 들어봅니다. 예이츠씨는 한국 광주에 있는 미국문화원 원장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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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4년 여름 미국의 평양 대표부(liaison office) 설립 준비 요원으로 활약했던 켄 예이츠(Ken Yates) 전 주한 미 광주 문화원장 - RFA PHOTO/박정우

미국과 북한 두 나라는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양국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에서 매우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결과를 봤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올해 안에 핵 개발계획을 전면 신고하고 핵시설을 불능화하기로 했고 미국은 경제적, 정치적인 보상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적인 보상 조치, 즉 북한과의 외교관계 정상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994년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고 미국이 북한에 에너지 지원과 발전용 경수로를 지어 주는 이른바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넘게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두 나라는 관계정상화를 위한 전초단계로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대표부를 설치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지난 1일과 2일 열린 미국과 북한간의 제네바 회담에서 북한은 올해 안에 핵개발 계획에 관련된 사항을 모두 신고, 불능화하고, 그 대신 미국은 양국간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빼는 방안이 대체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 정상화란 측면에서 이번 회담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예이츠: 일단은 매우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아직 자축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단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냈을 뿐이지만, 양국 관계가 일단 올바른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기대했던 만큼 빠른 진전이 이뤄지진 않고 있지만 좋은 징조임엔 틀립없습니다. 단지 회담 결과에 대해 약간 과도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은데요 북한 당국으로부터 핵 불능화를 연내에 확실히 마무리하겠다는 공식 다짐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유감입니다.

지난 1994년부터 1996년 초까지 미국의 평양 연락대표부 설립 요원으로 활동하셨는데요 당시 상황을 좀 들려주시죠.

예이츠: 저를 포함해 4명의 미 국무부 고참 외교관들이 연락대표부 요원으로 선발돼 서울에 머물렀습니다. 저도 하와이에서 근무하다 서울로 들어왔는데요 대표부 설립에 필요한 각종 준비물은 물론 개인용 옷가지까지 다 완전히 싸서 인천항으로 보낸 상태였습니다. 평양내 대표부 사무실은 물론 외교관 숙소도 확보돼 실제 우리는 1~2주일 이내에 평양에 연락대표부를 설립할 준비가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 넘게 기다린 끝에 대표부 설립이 결국 무산되면서 다 뿔뿔이 흩어져야 했습니다.

당시 대표부 설립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예이츠: 두 가지 쟁점 사항에 양국이 합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당시 미국 정부는 서울과 평양을 잇는 육로를 통해 외교 행낭과 외교관들을 위한 음식 등 각종 물품을 북한으로 반입하길 원했습니다. 평양과 서울을 각각 출발한 트럭이 판문점에서 짐을 바꿔 싣는 방식으로 말이죠. 반면 북한 당국, 특히 군부는 미국 외교관들을 위한 물품을 실은 트럭이 DMZ를 오가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또 하나는 재원조달 문제로 북한 당국이 물가가 비싼 워싱턴에 연락대표부 사무실을 여는데 상당한 부담을 느꼈습니다. 당시 북한 외교관들이 워싱턴으로 와서 직접 공관 사무실 등을 찾아다녔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외화가 부족한 북한으로선 워싱턴에 새 공관을 여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었죠.

만약 미국과 북한이 올해 안에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결정하더라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습니까?

예이츠: 사실 이 문제는 저희 실무자들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외교 행낭이나 식품이 판문점이 아니라 중국을 거쳐 들어올 경우 시간이 많이 걸려 약간 불편할 뿐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실제 제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유럽에서 러시아를 거쳐 건조 식품이 반입되곤 했는데 어떤 때는 유효기간이 1년 가까이 지나기도 했습니다. 그정도 어려움은 외교관으로서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모두들 갖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공관 확보 문제는 어떻습니까?

예이츠: 당시 미국 정부는 평양 시내에 있던 구 동독 대사관 건물 중 2층을 독일 정부로부터 빌려 쓰기로 결정한 상태였습니다. 물론 외교관용 아파트도 구 동독 외교관들이 쓰던 건물을 쓰기로 했구요. 당시 저희들에게 비용은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미 통신망과 책상까지 완전히 다 갖춰진 사무실과 숙소를 그대로 쓸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국이 평양에 대표부 건물을 새로 구입하는게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국이 북한 당국에 지불하는 공관 구입 비용으로 북한은 워싱턴에 새 공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물론 독일 대사관을 빌려 쓰는 것보다는 대표부 설립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만 저는 미국 정부가 이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원하는 북한 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예이츠: 아주 간단합니다. 북한은 핵 불능화에 한시라도 빨리 나서야 합니다. 영구적이고 명확한 방식으로 핵 불능화를 이루는 것이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완전한 핵 불능화를 이루기 전까지 아무도 북한을 신뢰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핵 포기는 북한이 미국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북한이 핵 문제 해결에 시간을 끌면 끌수록 전세계로부터 고립되는 시간이 더 길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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