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간도지역 조선족 돕는 김해룡씨
2007.02.21
중국은 50여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입니다. 그 중에서도 한족을 제외한 여러 민족은 소수민족으로 전인구의 5-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조선족은 소수민족 가운데 인구수로 보아 10위 이내에 듭니다. 중국전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200만 조선족들은 교육열이 높고 민족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지방인구의 감소, 지역경제의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재미한인 김해룡 박사를 모시고, 중국 동북부 간도지역의 조선족 학생들 지원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김 박사는 현재 미국 동부 뉴욕의 한 미국병원에서 한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선족 불우학생을 돕고 계신데요,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계십니까?
김해룡: 지역이 어느쪽이냐면요, 연변의 반대편인데요, 더 서쪽이죠. 장춘이라고 길림성에 있는데, 장춘시에서 남쪽으로 한 250km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면 거기에 ‘유하’라고 하는 조그만 농촌도시가 있는데, 지도상에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도시입니다. 그 주변에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있죠. 일반적으로 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라서 정말 생활이 가난하죠.
어느 정도로 어렵습니까?
김해룡: 일 년 농사지어서 수입이 달러로 일 년에 한 500달러에서 600달러선이예요. 학생 한명을 초등학교에 보내려면 일 년에 최소한 200달러가 듭니다. 중국의 초등학교는 공식적으로 수업료가 없는데 잡부금이 있어요. 일 년에 한 100달러 정도 됩니다. 책도 사야 되고, 공책, 연필도 사야하니까 한 백 달러 들고요. 중학교 올라가게 되면 문제가 커집니다.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면, 일 년 수업료가 한 500달러 이상 들어가요. 그러니까 500달러라는 것이, 학교가 멀다보니까 전부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기숙사비용이 한 달에 20불씩 들어가거든요. 열 달을 학교에 다니니까, 일 년에 200불이구요. 나머지 300달러 정도는 수업료, 잡부금, 용돈 쓰고 하죠. 사실 300불도 모자라죠. 한마디로 농사를 지어서는 한 학생을 중고등학교 보내기 힘듭니다.
언제부터 이들을 돕기 시작하셨나요?
김해룡: 제가 시작하기는 한 3년 전부터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조선족 대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한 것은 5년 정도 됐구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한 것은 한 3년째 되고 있습니다. 뉴욕 한인직능협회라는게 있어요. 직능별로 모인 협의회인데, 그쪽에서 지난 1월 달부터 13명을 후원하고 있어요. 동명초등학교에 6명, 유화중학교에 7명해서 전부 13명을 돕고 있고, 뉴욕 경신고등학교 동문회에서 지금 5명을 돕고 있습니다. 중학교 학생 2명, 초등학교 학생 3명해서요. 저 사실 전에는 매일같이 커피 한잔씩 사먹었거든요. 커피 한잔 안 사먹으면 한 학생 돕게 됩니다. 핸드폰, 그것을 안 쓰게 되면 조금 불편하지만, 두학생을 돕는 것이구요.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겁니다.
지금 지원하고 계신 지역에 조선족 학교는 몇 개나 있습니까?
김해룡: 유화현이라고 해서, 한국의 군정도의 행정단위인데요, 그곳에는 한 10년 전만 해도 조선족들, 즉 중국동포 소학교가 27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에 학생들이 다 중국학교로 가고, 부모들도 한국에 나가는 등 이산가족이 되는 바람에 그 27개중에 지금 남은 게 초등학교 두 개뿐입니다. 중학교는 3개였는데, 지금은 한 개밖에 남지않았구요. 따라서 그쪽 농촌지역에 지원이 안 되면 완전히 조선족 학교는 없어지고 우리말이고 글이고 다 없어지는 거죠. 지금도 조선말을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초등학생들이 중국학교에 다니게 되면 우리말과 글을 절대 배울 수가 없으니까 못하고, 그냥 완전히 중국 사람이 되는 거죠.
조선족은 중국국적을 가졌으니, 중국 사람이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김해룡: 물론 중국 조선족들이 국적은 중국국민이지만, 우리가 다 같은 이웃이잖아요. 똑같은 말과 글을 쓰잖아요. 때문에 그들과 그들의 학생들을 후원하는 것이 같은 민족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그들이 발전이 되고, 그들이 우리말과 글을 쓰게 됨으로서 정체성이 계속 되겠지만, 학교가 자꾸 없어지고, 전부다 중국화되서 우리말을 잊고 중국말만 쓰게 되면, 조선족이고 동포고 나중에 전부다 없어지는 거죠.
세대적으로 자꾸만 내려갈수록 말과 글을 못하게 되면 중국화되고 중화되서, 민족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은 청나라를 세웠던 만주족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만주족들이 자기네 말도 있었고 글도 있었는데요, 청나라가 망하고, 만주국이 망한 다음에는 전부다 중국화되서 중국말만 쓰다 보니, 지금 만주어를 제대로 쓰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지금 신분증에 나온 만주족은 천만 명이 넘는다는데, 만주어를 지금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은 열 명도 안 된다고 합니다. 천만명중에서 열 명도 자기나라 말과 글을 못하니, 그게 민족이 다 멸종된 것 아닙니까?
딱히 이 지역의 조선족들을 돕게 된 경위가 궁금합니다. 혹시 부모님이 북한출신이신가요?
김해룡: 사실 부모님이 해방 전에 만주에서 조금 살았어요. 한 10년간 간도의 도문시라고 두만강 건너편에서 한 10년간 산적이 있습니다. 자식들은 해방되고 나서 남한으로 내려와서 다 살았구요. 저희 형제들은 거기서 많이 태어났어요. 여섯 형제가 만주에서 태어났죠. 만주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까지 다니고 그랬는데요.. 저희형제들한테는 그곳이 고향이겠죠.
간도지방은 북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인데요, 탈북자들도 종종 오겠네요?
김해룡: 아 들어오죠. 그쪽에도 지금 탈북한 사람들이 여러 사람 있는데 참 문제가 많아요. 후원하는 것도 잘못 후원했다가는 잡혀가는데요, 후원한 사람까지 잡혀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어려운 점이 많은데, 그래도 조선족 사회 내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조금 도와주기는 한데요. 동시에 그런 중에서도 또 서로 고발도 해서 잡혀가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간도지역은 한국의 독립투사들의 주활동무대였는데, 지금 남아있는 학교들 중에 옛 역사와 관련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김해룡: 우선 동명초등학교, 그쪽에서는 소학교라고 부르는데, 동명이라는 말이 고구려 초대왕이름이 ‘동명성왕’이었죠. 그래서 학교 이름을 ’동명소학교‘라고 지었는데, 이 학교가 창설된 게 1912년이예요. 이씨조선이 망하고 일본한테 합병되고 나서 2년후에 그 학교의 전신이 생겼는데, 제일 먼저 이름은 ’신흥‘이었답니다. 그 ’신흥‘이라는 학교는 원래 일반적인 교육기관이 아니라 무관, 요즘 말하면 육군사관학교라고나 할까요. 그런 ’신흥무관학교‘를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군사훈련을 시켜서 일제에 대항해서 무력으로 나라를 되찾겠다, 그런 학교가 1912년에 삼원포라는 곳에 처음 생겼거든요. 그 후신이 지금 말한 ’동명소학교‘가 된거죠.
삼원포가 유화현 안에 있는 지역입니까?
김해룡: 그렇죠. 유화현이라는 곳에서 또 제일 작은 읍입니다. 한국으로 말하면, 제일 작은 행정단위인 ‘읍’정도가 되는 게 ‘삼원포’입니다. 그곳에 신흥무관학교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이 지금 동명소학교이고 ‘유화중학교’는 유화현에서도 제일 큰 도시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인구는 한 2만 명 정도도 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워싱턴-장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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