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박성조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교수


2007.01.24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는 새로운 긴장관계 속으로 들어섰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향후 도발행위가 근절되도록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일각에서는 전쟁과 선제공격에 대한 섣부른 전망도 나오는 형편입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어떤 측면에서든지 요동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park_sungjo-200.jpg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박성조 교수 - PHOTO courtesy of Random House Korea

'RFA 초대석,' 오늘은 독일의 통일과정을 몸소 경험한 후, 지난 해 남북관계를 조명한 <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라는 제목의 저서를 펴낸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의 박성조 교수를 모시고 위기의 남북관계, 새로운 전략과 해법에 대해 들어봅니다. 박 교수는 최근 출간된 저서 < 한반도의 붕괴>를 통해 북한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담은 대북정책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한국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을 평가하시면서, 남북한이 같은 민족이 아니라고 까지 주장하셨는데요.

박성조: 같은 민족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통일정책차원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그 내용은 <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라는 책에 깔린 내용인데요, 한국에서 통일정책을 추진하는 그 밑바탕에 ‘같은 민족,’ 그러니까 민족의 동질성을 갖고 있는데요, 독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독일에 있으면서 보니까, 한 40년-50년 동안에 서로 다른 정치, 경제체제에서 살아온 ‘같은 민족’이라도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더군요. 서로 철학, 습관, 생활관이 다릅니다. 그래서 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민주주의나 시장경제체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예를 들면 독일 사람, 즉 서독 사람하고 프랑스 사람, 네덜란드 사람들이 더 가까워요. 이에 반해서, 예전에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런 이야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같은 민족이 아니라,’ 이 말이에요.

소위 ‘같은 민족’인 독일 사람들이 통일을 이룩한 지 꽤 됐는데요, 요즘 상황은 어떻습니까?

박성조: 통일이 된 지 이제 15, 6년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동독 사람하고 서독 사람하고 서로 통합이 잘 안돼요. 대화도 잘 안 되구요. 외관상으로, 법적으로, 제도적으로는 통일이 됐지만, 민족과 민족, 즉 동독 사람과 서독 사람이 서로 융합되는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오히려 동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끼리 살고 싶다, 그래서 ‘동독 향수증’이라고 하는, '오스탈기'라고 하는 표현도 생기구요, 나아가서 ‘동독 정체성’을 다시 찾는 이런 운동도 생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남북한 통일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까요?

박성조: 제 생각은 민주주의적으로,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고 시장경제를 하는 이런 맥락밖에 없다고 봅니다. 다른 것은 대안이 될 수 없어요. 그렇다고 한다면, 북한 사람들이 이러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저희들의 통일정책 밑에 깔아야 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겁니다. 지금 독일에서 서독 사람들은 동독 사람이 게으르고, 나태하다고 비난하고, 동독 사람들은 서독 사람들 보고 지금 말하자면 너무 이기주의적이고 물질주의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도 문제지만, 북한 사람들이, 아니면 동독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느냐, 인권문제와 자유의 절대적인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서독 사람, 남한 사람들은 이 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해야 됩니다. 자유라는 것은 총체적이고, 조금이라고 양보할 수 없는 것, 정말 인간의 고귀한 가치관이기 때문에, 결국 이 인권문제와 자유에 대한 가치관이 중심이 되지 않고서는 우리가 통일할 수 없다고 봅니다.

독일이 경험한 사례들은 남북한 통일에 좋은 사례가 되겠는데요, 장차 통일 한국을 이루려면 어떤 요인들이 필요하리라고 보십니까?

박성조: 독일 통일을 우리가 봤을 때 ‘독일 사람들은 훌륭한 사람들이다. 게르만 민족은 훌륭하다, 서로 합하지 않았느냐’라고 이야기하지만, 상당히 피상적으로 본 겁니다. 제가 독일에서 보니까, 미국의 힘, 동맹 국가들의 힘이 필요하더군요. 동맹 국가들은 다른 게 아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속에 들어있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절대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이런 나라들을 말하는데요, 이들의 도움이 없이 독일통일이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 중 특히 중요한 것은, 세계제일의 강대국이고, 군사적이건 모든 면에서의 최대 강대국인 미국의 힘이 없이는 독일 통일이 불가능했다 이겁니다. 그런데 이 사실은 한반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반도도 동맹국가의 힘이 없고, 특히 미국의 힘이 없이는 한반도가 절대 통일될 수 없습니다.

네. 그런 외교적인 면 말고 또 다른 요인들이 있습니까?

박성조: 두 번째는요, 통일을 상식적으로 (웃으며) 결혼에 비유하고 싶은데요, 남자가 결혼하려고 들면, 돈이 있어야 됩니다. 우리 한반도의 경우를 봐서는 독일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성장을 상당히 지속적으로 한 15년-20년 동안 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남한하고 북한하고 경제력을 비교했을 때, 제가 북한을 가 봤을 때 보니까 20대 1정도 됩니다.

동서독 간에 비교했을 때는 한 4대 1, 5대 1로 보지만요, 남북한의 차이는 20대 1, 혹은 더 이상 될 겁니다. 북한을 그 정도로 올려놓으려고 하면, 막대한 투자를 장기간에 걸쳐 해야 됩니다. 그러면, 돈 없이 어떻게 통일을 할 수 있겠느냐? 말을 바꾸어서 이야기할 것 같으면, 돈 없이 어떻게 새로운 가정을 꾸밀 수 있느냐? 꾸밀 수 없어요! 결혼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아무래도 북한 측의 변화를 유도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성조: 기본적으로 전부 다 어렵다고 하는데요, 피상적으로 봐서는 상당히 어렵죠. 지금 북한에 가서 활동하고 있는 NGO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일부 NGO들은 인권문제 등을 지적했기 때문에 북한에서 \x{cad2}겨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일부는 아직도 북한 시골 등지에서 풀뿌리 운동을 하고 있어요. 북한 사람들하고 같이 살면서, 같이 노동하고,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이 자기들의 이성을 찾을 수 있는데 이들이 도와주고 있어요.

사람이 사람 스스로의 이성을 찾았을 때 자기를 스스로 해방할 수 있구요, 자기의 가치관을 찾을 수 있다는 거죠. 자기의 인격을 다시 만들 수 있는데, 민주주의 가치관이 뭡니까? 사실은 바로 이건데, 지금 북한 사람들은 그걸 못하잖아요? 할 수도 없고. EU 차원에서는요, 북한에 가서 북한의 젊은이들을 많이 교육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하라, 시장경제를 하라 이런 식의 교육이 아니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 과정 속에서 이 세계화 속에서 앞으로 너희들이 살려면 배워야 될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배워야 한다.

예를 들면, international management, finance, 이런 것을 가르쳐 주는 운동들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 일부 북한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서 EU 국가들로 데리고 와서 유학을 시킵니다. 유학을 시켜서 합리적인 교육, 이성적인 교육을 받게 하죠. 그러면 이들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겠죠? 가서 자기 제자들도 다시 키워내고. 이런 과정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저희들도 해야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참고로 말하면, ‘NGO‘란 비정부단체를 뜻하고요, ’international management'란 ’국제경영‘을 말합니다. 또 ’finance‘는 국가나 지방공공단체의 경제활동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재정학‘을 말합니다. 그런데, 박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언제 수확할 지 모른 채 씨를 뿌리는 과정으로 들리네요.

박성조: 네.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서 STRUCTURE, 즉 구조를 만들어야지, 한국식으로 해서 빨리빨리 계속 뭘 집어넣어서 4-5분 만에 끓게 한다는 식은 안 됩니다.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또 여러 사람들이 공감대를 이루어서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있습니다.

여기다 힘을 많이 기울어야 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남한에서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한건주의, 또 '나만 이것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하고 협조하지 않고 '나만 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많이 갖고 있어요. 같이 일을 해야 하는데요. 북한에 들어가서 일하는 서양 사람들 보면, 전부 다 '같이' 일해요. 서로 연합해서 도와가면서, 북한에 가서 일하죠. 이런 점은 우리가 외국사람들한테 많이 배워야 됩니다.

워싱턴-장명화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