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 부설 한미연구소 구재회 사무국장


2007.09.26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논의가 진전될 수록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미국내 목소리가 점차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민간 인권단체들과 함께 북한 인권 관련 활동에 앞장서온 구재회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 부설 한미연구소(US-Korea Institute) 사무국장을 만나봅니다. 구 국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06년 12월까지 프리덤 하우스 북한인권 담당 국장을 역임했습니다.

[기자] 오늘 베이징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가 열립니다. 그동안 미국과 남한 당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만 너무 매달린 나머지 북한 인권문제는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평가에 동의하십니까.

[구] 제가 보기엔 현재 북한에 인권 문제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들은 외교관들입니다. 이들 외교관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합니다. 가령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 힐 차관보가 김계관 북한 부상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인들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야 합니다.

많은 의회 지도자들이 북한 인권 문제가 해결돼야만 미 북 관계정상화를 승인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을 북한측에 분명히 알려야 합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이 원하는 미국과의 외교 및 무역 관계 정상화를 얻으려면 북한 당국이 인권 상황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북한 김계관 부상에게 분명히 얘기해야 합니다.

[기자] 평소 북한 인권문제가 핵문제와 함께 동시에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요 왜 북한 인권문제 해결이 핵문제 해결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구]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는 정말이지 매우 심각합니다. 당연히 6자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뤄져야 마땅하죠. 저는 김정일의 핵무기와 강제 수용소가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은 핵무기를 통해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고 경제 지원을 얻어내면서 또 다른 한편으론 강제 수용소를 통해 북한 주민들을 위협해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외부로부터 자신의 권력을 보호하고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핵무기와 강제 수용소가 함께 필요한 거죠.

이처럼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지도자와 마주 앉아 평화를 논할 수는 없습니다. 그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죠.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김정일과 협상을 통해 평화를 이끌어 낼수 있다는 생각에 저는 매우 회의적입니다.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자] 지난 2004년 제정된 북한 인권법이 당초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구] 글세요,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까요? 저는 일단 북한 인권법이 많은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에게 의지할 곳을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인권법 덕택에 이들 민간 단체들은 ‘자 여기 미국법에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미국 정부가 이러 이러한 것들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북한 인권 관련 활동가들에게 큰 힘이 되는 거죠. 반면 그 결과물은 실망스럽습니다.

북한 인권법 제정 이후 미국으로 입국한 탈북자들의 숫자는 30명 정돕니다. 30명은 상징적인 수준보다도 더 적은 숫자입니다. 상징적인 숫자가 되려면 최소한 천명 이상은 돼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미국 정부와 인권단체들이 함께 노력해 더 많은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기자] 미국 망명이 허용된 탈북자들의 숫자가 30명 정도에 그친 것을 놓고 까다로운 난민심사 과정과 중국 당국의 비협조가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뭐라고 보십니까.

[구] 저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종종 언론을 통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비난하면 행정부 관리들이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는 척하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행정부내 누구도 북한인권 문제를 도덕적인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다루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 일은 북한인권 특사가 일차적으로 떠맡아야 하는데요 북한 인권법에 규정된 대로 북한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그의 임무이기 때문이죠. 저는 북한 인권특사의 활동이 그동안 그리 효율적이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기자]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 특사의 활동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말입니까.

[구] (저는 개인적으로 레프코위츠 특사에 실망했습다. 그는 그동안 북한 인권문제에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레프코위츠 특사는 자신의 뉴욕 사무실에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워싱턴으로 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곤 했는데 이건 확실히 충분치 않습니다. 부처간 관료주의가 팽배해 있고 심지어 같은 부서 내에서도 입장을 조율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은 미국 행정부에 대해 그가 앞장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관료들을 설득해 나가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저는 레프코위츠 특사가 남은 1년 정도의 임기 동안 ‘북한 인권법에 명시된 대로 500명, 1000명의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 지원에 나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기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삼을 것인지를 놓고 남한 내에서 논란이 있었는데요.

[구] 아주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특히 최근 남한의 인권위원회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고 결정한 것은 유감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남한의 노무현 정부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침묵은 북한 당국의 인류에 대한 범죄를 도와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비록 북한의 인권 상황 전반에 관한 문제제기는 아니더라도 국군포로 문제와 납북자 문제는 제기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기자] 그동안 미국내 민간 인권단체들과 함께 북한 인권 관련 활동에 꾸준히 참여하신 걸고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민간 인권단체들의 활동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구] 저는 미국내 인권단체들이 앞으로 김정일의 인권 유린 행위를 국제 형사 재판소 등을 통해 심판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른 김정일이 마땅히 받아야 할 합리적인 처벌이고 인권단체들이 해야 할 임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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