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초대석: 재미 태권도의 대부 준리 (이준구)


2007.06.06

워싱턴-장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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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미국 땅에 태권도를 전한 이준구씨 - RFA PHOTO/장명화

한국인들에게 태권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닙니다. 태권도는 민족의 국기로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한민족 고유의 무술을 넘어서, 태권도는 전 세계 182개국 7천만 명의 사람들이 즐기는 국제적인 대중 스포츠로 발전했습니다.

RFA 초대석, 오늘은 최초로 미국 땅에 태권도를 전한 이준구씨 (미국명 준리)를 미국 의회도서관에서 만나봤습니다. 이 씨는 아시아 태평양 문화유산의 달인 지난달 말에 의회도서관에서 강연회를 가졌습니다. 지난 50년 가까이 미국에서 태권도를 가르쳐온 이 씨는 현재 미국과 러시아에 130여 개의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워싱턴에서만 25만 명에게 태권도를 가르쳤습니다.

이 씨는 지난 2000년에는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하고 유명한 이민자 203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유엔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비롯한 각국의 외교사절 앞에서 '태권도 정신'에 대해 특별강연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씨는 올해 한국나이로 일흔 여섯입니다.

기자: 미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달라.

이준구: 내가 13살 때 미국배우 마릴린 몬로가 주연하는 영화를 보고 그 금발에 반해서 언젠가 미국에 가서 금발하고 결혼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10년 후에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 금발 여자친구는 많이 생겼는데, 금발여인에게는 금의 마음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여자하고 결혼했지.

기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6.25전쟁 때 장교로 복무했던데? 그 후에 미국에 왔나?

이준구: 육군 장교로 처음 미국에 교육을 왔어요. 미국에 있는 동안에 재정보증인을 하나 찾아서, 6개월 훈련받고 가서 1년근무하고, 다시 미국에 왔죠.

기자: (아까도 강의 중에) 본인이 중국의 유명한 무술인인 이소룡 제자가 아니라 오히려 선생이었다고 했는데,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는 청취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이준구: 이소룡한테는 내가 발길질 하는 것을 가르쳤죠. 하지만 주먹질을 그 사람이 더 잘해요. 그러니까 서로 선생이지, 한마디로. 서로 학생이고 서로 선생이고.

기자: 불철주야로 하루에 백번씩 윗몸일으키기도 한다고 밝혔는데, 몸이 옛날부터 그리 튼튼했나? 지금도 나이가 76살로 보이지 않는다.

이준구: 아니예요. 내가 원래 약하게 태어나고, 키도 작고, 난 모든 것을 다 노력으로 극복했어요. 거북이마냥, 쉬지 않고 항상 노력하죠.

기자: 워싱턴 지역에 태권도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재밌는 일화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이준구: 1962년에 처음에 와서 도장을 열었을 때 전 세계에서 온 대사들한테 편지를 보냈어요. 당신들의 아이들을 우리 도장에 보내면, 내가 전부 우등생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어요. 우등생이 아니면 검은 띠를 안주니까, 아이들이 와서 공부를 하더라구요. 그랬더니 대사들이 임기가 끝난 후, 고향에 돌아갈 때, 태권도에 반해서 사범을 하나 데려가려고, 저보고 사범 하나 소개해달라고 하더라구요.

내가 그때 사범이 많지 않아서, 당시 한국 태권도 사범들을 다 소개해주었죠. 그래서 지금 180개 나라에서 태권도를 하고 있어요. 또 올림픽 종목에 태권도는 들어가 있지만, 일본의 가라데는 못 들어가 있잖아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60년대, 70년대에 우리가 태권도 사범을 세계에 많이 보냈잖아요. 그때 한국무역회사가 해외로 나가기 시작했어요. 삼성, 현대, SK, LG, 이런 회사들이 각 나라의 대통령이나 왕들을 만나는데 인맥을 맺어준 사람이 태권도사범이예요. 왜? 태권도 사범들이 전부 경호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말 태권도가 대한민국의 태권도 문화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음식, 한국의 언어, 나아가 한국의 경제성장과정에 있어서 각나라 정상들과 인맥을 맺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 중심에 태권도 사범들이 있는 겁니다.

기자: 아닌 게 아니라, 강연회에 많은 미국 의원들도 참석했던데, 청취자들 중에 모르는 분들도 있으니까, 지금까지 태권도를 가르쳤던 유명제자들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이준구: 아휴.. 국회의원만 350명됩니다. 제가 직접 가르친 사람만 해서요. 미국에서 유명한 제자로는 탐 폴리, 뉴트 깅그리치, 밥 리빙스턴, 이 사람들이 전부 전, 현 국회의장들 아닙니까? 이 사람들이 전부 다 나한테 태권도를 배웠어요.

나의 인맥은, 제가 그렇게 자랑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보통으로 그냥 아는 사이가 아니고, 정말 내가 이런 생활을 하기 때문에 마음으로부터 존경받는 대상이 됐습니다. 내가 전화하면 대개 다 직접 받아요. 높은 사람들이 말이죠. 그래서 내가 인맥을 많이 맺어주고 있죠. 한국정부 인사들이 이들을 만나려고 할 때요. 한국 사람들이 미국 국회의원들 만나기 힘들어요. 안 되는 일도 제가 전화를 해서 성사시켜주고 그럽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한가지만.

이준구: 이번에도 FTA문제 때문에 이희범 무역회장이 왔었습니다. 대니얼 아카카, 상원 상무위원회 의장 상원의원 테드 스티븐슨 등 의원을 만나자고 했는데, 이들이 바빠서 안 만나 주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쪽 변호사가 내 조카딸입니다. '아저씨, 나 큰일 났어요. 이것 꼭 성사시켜야 되는데'하고 연락이 왔어요. 뭐냐고 그랬더니 아카카하고 테드 스티븐슨을 만나야 된다고 해요. 모레 출국한다고 해요. 내일 꼭 만나야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전화해서 전부 데려가서 만나게 해줬죠.

기자: 예전에 자서전을 낸 것을 읽었다. 그걸 보니까, 구소련에도 태권도장을 냈던데? 공산권인 소련에 태권도장을 내면서, 북한에도 태권도장을 낼 생각 안 해봤나?

이준구: 북한쪽은 최홍희 장군이라는 분이 하셨어요. 나한테는 북한에서 개인적으로 초청장까지 왔었죠. 내가 대답도 안했어요. 내가 북한에 가면, 북한체제를 홍보해주는 셈이 되잖아요. 그 체제가 계속 집권하게 되면 아이들을 더 굶어죽일 것 아니예요? 저는 그것은 빨리 없어져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만일 김정일로 태어났다면, 나도 별수 없었을 거예요. 보고 들은 게 그것 밖에 없기 때문에요. 나도 김정일같이 똑같이 아마 행동할거라구요. 그러니까 김정일이 나쁜 게 아니고, 사회 환경의 제물이 된 거라고 봐야죠. 다시 말하면, 나쁜 사람은 없어요. 정말 제물이 돼서 불쌍한 사람들이죠. 사람은 미워하면 안 돼요. 김정일은 우리가 죽여 없어서라도, '미안하다'하고 죽여야지, '너 이놈의 새끼, 잘 죽는다'하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기자: 태권도 창시자인 최홍희장군과 관계가 돈독하셨던 것으로 아는데?

이준구: 나하고 굉장히 가까웠죠. 하지만 그 사람이 이북에 가는 바람에 내가 의절했죠.

기자: 북한태권도하고 한국태권도하고 차이가 많다고 하던데?

이준구: 그럼요. 많죠. 북한태권도는 깨는 것만 잘해요. 시범을 목적으로 하니까 주로 깨는 것을 합니다. 시범을 해서 나라 홍보하는데 쓰느라구 그렇죠. 시범은 잘합니다. 하지만 한국태권도도 지금 발전할 길이 많습니다. 역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말이죠. 500여 년 전에 중국에서 무술을 시작할 때 심리학도 모르고, 역학도 모르는 사람들이 했잖습니까? 지금도 그걸 그대로 하고 있어요. 난 공학을 했잖아요. 난 또 심리학도 했어요. (누굴 때리는 동작을 하면서) 이렇게 하고 때리면, 이건 '나, 때린다'하고 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니까 이 자리에서 (안 때리는 자세로 있다가) 때려야하는거죠. 왜 태권도를 맨발로 하는지 알아요? (기자, 묵묵부답) 신발이 있어야지. 옛날에 신이 없으니까, 맨발로 한 거예요. 그게 전통이 된 것뿐입니다.

기자: 최근에는 10021클럽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활동하는데, 주 내용은?

이준구: 예. 10021클럽이라는 것은 100년의 지혜를 21세의 체력에, 진리요 미요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없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지향하는 단체입니다. 이렇게 살면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늙지 않아요. 우리는 사회가, 나도 사회제물이기 때문에, 늙었어요. 하지만 앞으로 새 천국, 즉 유토피아가 오면 사람이 100살이 되도 늙지 않게 되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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