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튀어나온 이밥에 고깃국 약속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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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 개최
평양에서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 개최
사진 -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에 평양에서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란 것이 열렸고, 거기에 김정은이 서한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걸 보다가 그냥 어이없는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놈의 이밥에 고깃국 비단옷 기와집 타령이 다시 또 나타났기에 말입니다. 한국에 와서 17년째 살고 있는 저도 저 소리만 들으면 진절머리가 나는데, 여러분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저게 언제 나온 소리냐 하니 57년 전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김일성이 1962년 10월 22일 3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1964년에는 모두가 기와집에서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사는 부유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불과 2년 뒤에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이 언제입니까. 2019년입니다. 무려 반세기 넘는 57년이 지났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벌써 강산이 여섯 번 지날 동안 변한 것은 북한에 3대 세습이 이뤄져 손자가 통치한다는 것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여러분들은 여전히 이밥에 고깃국을 먹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밥에 고깃국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이웃나라 중국만 봐도 개혁개방해서 불과 몇 년이 지나니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됐습니다. 그런데 북한을 통치하는 김 씨 일가는 아직까지 그렇게 간단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또 여러분들을 상투적인 이야기로 유혹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말에 지금도 속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습니다.

여기 남쪽은 이미 이밥을 질려서 안 먹는 나라가 됐습니다. 인구 1인당 1년 평균 쌀 소비량이 60㎏가 채 안됩니다. 그럼 뭘 먹냐. 고기를 먹습니다. 한국의 1인당 1년 육류 소비량은 52㎏으로 쌀과 별로 차이도 없습니다. 고깃국을 먹어서야 어떻게 1년에 52㎏을 먹습니까? 그냥 구워 먹고 가공해 먹고 합니다. 고기 종류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으로 다양합니다. 그러니 여기는 이밥에 고깃국 먹는 단계를 지나 그냥 쌀과 고기는 먹기 질린 사회가 됐습니다.

맨날 육류만 먹고 어떻게 삽니까? 수산물 소비량은 쌀이나 육류 소비량보다 조금 더 많아서 1인당 1년에 60㎏을 먹습니다. 또 설탕 소비량도 1인당 23㎏이나 됩니다. 북한 사람들은 배급제 있을 때 하루 배급을 600그램 받았고, 1년에 200㎏ 정도 먹었습니다. 그냥 영향 보충할 데가 곡물 밖에 없었고 그것마저 모자랐습니다. 그런데 지금 남쪽 사람들은 1년에 쌀을 한 60㎏, 육류 50㎏, 수산물 60㎏ 설탕 20㎏ 정도로 골고루 소비하고 여기에 기름이나 야채도 엄청 많이 먹습니다.

남쪽은 벌써 수십 년 전부터 이렇게 먹고 살고 있는데 아직도 북한이 이밥에 고깃국 타령을 하면 정말 웃기죠. 그리고 봉건시대 지주도 아니고 비단옷이 뭡니까. 전 세계 둘러봐도 비단옷 위주로 입고 사는 나라는 없습니다. 의복이라는 것이 유행에 따라 다양한 모양이 나오고, 또 의상을 만드는 천의 종류도 다양하고, 좀 입다가 버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북한 사람들이 비단옷 입고 다니면 전 세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북한 인민이 왜 이밥에 고깃국을 먹지 못하고 있는지 여러분들은 이제 잘 아실 겁니다. 항상 그걸 미제와 그 앞잡이들의 고립 압살 정책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김 씨 일가는 인민들 먹고 사는 일보단 자기 체제 유지를 더 중시했습니다. 그래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으로 계속 시간을 보내고 제재를 받고 그러는 겁니다. 사회주의나 집착해서 이밥의 고깃국을 언제 먹겠습니까?

그나마 이번에 김정은이 초급선전일꾼대회 서한에서 “만일 위대성을 부각시킨다고 하면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 된다”고 말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 이런 소리인데, 수령을 ‘무오류의 존재’로 신성화했던 선대와 달리 한계를 가진 인간임을 인정하겠다 뜻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해왔던 거짓말은 또 어떻게 수습할지가 궁금하군요.

김정은이 등장해서 ‘우러러 따르는 김정은 동지’라는 혁명일화집이란 것이 나왔지 않습니까. 김정은이 목표를 조준도 안했는데 총을 쏘니 100% 다 맞았다거나, 한 평생을 총만 쏜 일꾼과 사격 경기를 했는데 김정은이 쏜 총구멍은 통구멍이 났다더라 이런 글이 실린 것 말입니다. 그런 아부하는 내용이 어디 한둘입니까?

3살 때 총을 쏘았고, 9살 때는 3초 내에 10발의 총탄을 쏘아 목표를 다 명중시켰고, 운전도 3살 때부터 시작해 8살도 되기 전엔 굽이와 경사지가 많은 비포장도로를 몰고 질주했다고 하거나, 초고속 보트를 시속 200㎞로 몰아 외국 보트회사 시험운전사를 두 번이나 이겼다고 선전하죠.

이런 것을 앞으로도 계속 가르치진 않겠다는 말인데, 그런데 또 한편으로 서한을 보면 선전선동 교양에서 핵심은 위대성 교양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신비화하지 않고 위대성을 교양한다는 것인데, 참 어려운 주제를 내놓고 일꾼들에게 풀라고 하는군요. 위대성 교양이란 것이 곧 세뇌 선동인데 말입니다.

이런 말장난이나 하지 말고 그냥 저는 김정은이 여러분들에게 진실이나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뒤 잘 돼가고 있다고 허풍을 치는데,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김정은이 허탕을 친 회담입니다.

이는 풀어서 이야기하면 대북제재를 풀 수가 없다는 뜻이고, 제재를 풀지 못하면 이밥에 고깃국이 아니라 다시 풀뿌리를 먹다가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 이런 난관에 봉착해 저도 북한 인민들의 미래가 너무 걱정스러운데, 김정은은 또 사기를 치니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여러분들은 김정은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하겠다는 약속 언제 지키는지 꼭 기억하시고 지켜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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