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와 상관없는 인민의 삶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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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시 외곽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 주민들이 소와 양 등을 데리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중국 단둥시 외곽 북·중 국경지대에서 북한 주민들이 소와 양 등을 데리고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18년 첫 방송을 드립니다. 올해는 무술년 황금개띠해라고 하는데, 황금개띠면 뭐가 좋은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매년 올해는 무슨 해니까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내년이 되면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제가 북에 있을 때 누가 토정비결이란 운수 책을 베껴 쓴 것을 갖고 돈을 받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몰래 신년 운세를 봐주었습니다. 그때는 그 책이 용하다고 소문이 나서 운세가 좋게 나오면 그 한 해 동안은 활기차게 살았고, 안 좋게 나오면 새해 벽두부터 기분이 잡쳤죠.

제가 한국에 오니 토정비결이 몇 달러에 어디서든 살 수 있을 정도로 정말 널려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귀한 책을 이렇게 눅게 팔다니” 싶어 냉큼 샀는데, 그게 15년 전입니다. 이젠 잘 보지도 않습니다. 봐봐야 의미가 없더군요. 한 7~8년 안보다가 작년 말 우연히 책이 보여 다시 펴봤는데, 저는 뭐 2020년까지 매년 운이 죽는 것 다음으로 끔찍하게 나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렇게 불길했다는 작년을 돌아보니 크게 나쁜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작년에 좋은 일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올해도 저의 일상이야 기자로서 예전부터 해오던 대로 쭉 살면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은데, 올해 남북관계 운세는 어떻게 될까요. “예측이란 원래 틀리라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지만, 요 몇 년은 도무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판세가 흘러갔습니다. 개성공단 저렇게 문을 닫을 지도 몰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거 닫을 때 무슨 생각했는지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이러저러한, 저도 왜 그러지 싶은 일들이 벌어져 답답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남북관계 개선을 장황하게 연설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은 됐습니다. 원래 핵무기 개발을 마치고 미사일도 미국까지 간다고 주장한 뒤엔 경제 건설에 주력하기 위해 남쪽을 향해 먼저 악수를 내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그리고 진짜로 “국가적 핵무력을 완성했다.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 이러면서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손을 내민 것이죠.

아무튼 북한은 지금 제 예상보다는 좀 더 과단성 있게 남북관계를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만 해도 남쪽에서 민간단체 교류부터 시작하자고 그렇게 미끼를 던져도 받아 물지 않더니 새해 벽두부터 이번엔 북에서 똑같은 미끼를 던져 옵니다. 그리고 이번 미끼는 남쪽이 받아 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그거 하자고 먼저 제안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2월에 남쪽에 북한 대표단이 올지, 응원단도 올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남북 화합의 분위기가 생기겠죠.

그런데 그거 했다고 앞으로 뭐가 달라질까 이건 예측이 어렵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의 핵개발로 지금 미국 주도의 사상 초고강도의 대북 제재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이게 북한 내부까지 여파를 미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올봄부터 각종 물가가 심상치 않을 겁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한국과 친하게 지내자, 개성공단도 다시 열자 이러면서 접근하면 한국 정부는 난처하죠. 대북제재를 좀 풀어서 북한에 뭐라도 갖다 주면 미국이 화를 낼 것이고, 안주면 또 반대로 북한이 도발할 것입니다.

북한 입장에서야 목줄을 조여 오는 제재 때문에 이판사판인데, 서해에서 포를 쏘고, 판문점에서 총격 도발하고, 테러하고 하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남쪽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여기가 힘이 없어서 가만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북한과 싸워봐야 결국 부자만 손해니까 그냥 참는 것이죠. 도발이 벌어져 여기서 한 명 죽고 북한이 열명 죽어도 무조건 한국이 더 난리가 나는 것입니다. 사람 목숨값이 그만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죠.

북한도 요런 것을 잘 아니까, 우리와 싸울래, 아니면 친하게 지낼래 하면서 끈을 당겼다 놨다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남쪽에서 북한과 친하게 지내자는 사람 또 압박을 그냥 하자는 사람으로 갈라져 싸우겠죠. 이렇게 북한이 나오고, 남쪽이 이런 처지에 몰릴 것을 저도 다 예상은 했습니다만, 정작 닥쳐오니 또 별 뾰족한 방법은 없군요. 어차피 김정은은 인민이 몇 백만 명 굶어죽어도 핵무기 포기할 인간이 아니죠. 제재로 핵 포기를 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김정은, 문재인, 트럼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쭉 보면 이렇게 해답이 마땅하지 않을 때 그냥 술탄 듯, 물탄 듯 시간만 어영부영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 김정은은 이득이죠. 어차피 김정은이야 하루라도 더 권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니까 이런 식으로 팽팽하게 긴장이 흐르며 시간이 흘러도 손해 보는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핵을 가졌다고 한국이 가난해질 일도 없습니다. 결국 이러저런 현혹스런 움직임 뒤에서 기대만 갖고 손가락만 빨 사람은 북한 인민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이야 민심을 거스르면 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정치인이 결국 한국 국민들이 못살게 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은은 인민은 안중에 없고, 모든 것을 자길 위해서 결정하게 되는 되니, 결국 누구만 손해겠습니까. 북한 인민만 손해보는 것입니다.

올해 남북관계에서 여러 화해 움직임이 있을 것이지만, 여러분 몇 년 지나 되돌아보십시오. 결국 여러분의 삶이 달라진 것은 없을 겁니다. 제가 앞서 말했듯이 토정비결에 매년 뭐라고 써있든 저는 그거 몰랐어도 살았을 삶을 지금 살고 있듯이, 남북관계가 어떻게 흘러가도 여러분 개인적 삶은 크게 변화가 없을 겁니다. 여러분들은 새해 김정은에게 아무런 기대도 갖지 말고 그저 내 장사 잘돼서 돈 많이 벌면서, 건강을 잘 챙겨가며 사시면 됩니다. 새해 모든 가정에 축복이 내려지길 바라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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