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현송월, 무엇을 느꼈을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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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점검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점검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는 시작부터 현송월의 남쪽 방문으로 한국이 떠들썩했습니다. 현송월은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란 명칭으로 북한 관련자 5명과 함께 이번 주 일요일과 월요일까지 이틀 동안 강릉과 서울을 둘러보고 갔습니다. 북한 예술단 140명이 공연할 장소를 고르기 위해 강릉에서 공연장 두 곳을 보고, 서울에서 한 세 곳 보고 갔습니다.

북한은 이번에 삼지연 관현악단을 보내겠다고 했는데, 무슨 악단인지 저도 아리송합니다. 여러분들도 잘 모르시겠죠. 140명이나 되는 관현악단이면 당연히 티비에도 많이 나왔겠는데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 모란봉, 왕재산, 청봉 이러한데서 예술인들을 긁어보아 내려 보내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공연을 하던지 아무래도 남쪽 공연장 시설이야 북한보다 나을 것 같은데, 북한도 워낙 선전선동을 위해 공연장에는 투자를 많이 해서 현송월이 눈이 돌아갈 정도는 아닐 거라고 짐작이 됩니다.

현송월이 내려오니 한국 신문이 모두 현송월로 도배됐고 티비를 틀어도 현송월만 계속 나옵니다. 현송월이 어디서 무슨 말하고, 어디서 무슨 표정을 지었고, 입은 옷은 얼마짜리고, 머리핀은 20년 전에 유행하던 촌스러운 거다 이러루한 자질구레한 얘기를 하루 종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여기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났습니다. “아니, 현송월이 무슨 대통령 부인이라도 되나. 북에서 여자 하나 왔다고 온 언론이 매달려 그걸 생중계하냐”고 말입니다. 노동신문은 또 저들대로 화가 났죠. 자꾸 현송월이는 김정은이 좋아하는 여자다 어쩐다 하니까 “남쪽 언론들은입을 조심하라”는 협박까지 해댑니다.

그런데 이게 바로 한국과 북한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언론을 향해 아무리 대통령이 입 조심하라고 얘기해도 절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왜 입 다물라고 하는 건데”라고 대드는 게 언론입니다. 그렇게 맞장을 떠왔으니 한국이 이만큼 발전한 것입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신문은 사람들이 사봐야 장사가 되고, 방송은 사람이 봐야 시청률에 따라 광고가 붙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하나 사람들이 관심이 있는 것을 보도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이런 과정에 현송월이 뾰족구두는 얼마짜리고, 여우털 목도리는 얼마짜리고 이런 보도도 나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볼 때는 질서가 없어 보일 겁니다. 현송월이 나타나니 서울역에 기자가 수백 명이 나타나 북적거렸고, 경찰도 한 800명이 동원돼 질서를 유지하느라 애썼습니다. 현송월이 보면 무슨 나라가 이리 질서도 없냐, 국가행사에 저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마구 돌아다니고, 소리치고 해도 말리는 데가 없냐 이렇게 볼지 모르겠습니다만, 바로 이렇게 자기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사는 게 여기 매력입니다. 현송월이 나타나니 서울역에선 김정은 사진 불태우는 보수파 노인들도 어김없이 나타났는데 이것 역시 표현의 자유라 여기서는 허용되는 것입니다.

현송월 일행은 이번에 한국에 와서 느끼는 것이 많을 겁니다. 일단 판문점을 통해서 서울역까지 버스로 왔는데, 이 과정에 서울의 거리를 자세히 봤을 겁니다. 물론 서울의 거리는 평양에 비하면 매우 비좁고, 저도 처음 와서 거리만 보고 한국이 엄청 잘 사는 줄 알았는데 별거 아니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냐면 평양은 외국인들에게 보여주는 전시용 도시임을 의식해 건설하다보니 외부 모양에 매우 치중했고, 또 인구 밀도도 그리 높지 않으니 건물을 널찍널찍하게 배치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런데 서울은 정말 건물 사이도 비좁고, 도로는 차가 꽉 막혀 답답해 보이고 합니다. 건물도 평양보다 멋진 건물도 많아 보이지 않고요.

그러나 정작 아파트 들어가면 그때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허름해 보이는 집에 들어가도 아마 중앙당 간부보다 생활수준이 더 높습니다. 상시 더운물이 나와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할 수 있는데, 전기 없는 북한에선 이건 중앙당 간부도 하기 쉽지 않은 호사입니다. 그러나 여기선 더운물이 안나오면 난리가 납니다. 티비도 평면 티비 놓고 수백 개 통로를 돌려서 보는데 북한에선 꿈도 꾸지 못할 일이죠. 중앙당 간부집 냉장고와 여기 일반 노동자집 냉장고를 열어보세요. 여기가 훨씬 잘 살고 음식이 썩어나가는 상태일 겁니다.

화장실도 물이 좔좔 나오고 아무튼 이런 소소한 차이가 겹쳐져서 모아지면 어마어마한 생활수준 격차가 나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제가 평양의 현송월의 집에 가서 살면, 뭐가 이리 없는 게 많냐며 매일 정말 답답하고 짜증나겠지만, 현송월이 우리 집에 와서 살아보면 “우와 이런 것도 있네, 저런 것도 있네”하면서 신기해할 일이 많고, 불만은 거의 안나올 것이란 것이죠.

현송월은 한국 방문 내내 말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아마 속으론 많이 놀랐겠죠. 대표적으로 서울에서 강릉 가는 기차를 탔는데, 이 기차가 서울에서 강릉까지 역들을 중간 중간 들리면서도 2시간도 채 안돼서 도착합니다. 평양에서 원산까지 두 시간 미만에 가는 셈인데, 북한에서 볼 때는 꿈만 같은 일이죠. 열차 시설도 최신식인데, 도중에 현송월이 화장실에 갔다가 깜짝 놀라서 나오더라는 거죠. 열차 변소가 그리 멋있을 줄은 현송월도 상상외였기 때문입니다. 강릉 가서도 저도 너무 비싸 엄두도 안 나는, 정말 부자들만 묵는 숙소에 들어가 잤는데, 아마 밤에 잠이 안 왔을 겁니다. 지가 아무리 모란봉악단 가수라고 해도 우물 안의 개구리지 외국도 거의 못 나가는데 이렇게 좋은 호텔에 나와 잘 일이 있었겠습니까.

아무튼 현송월이 북에 올라가서, 김정은을 만나서 이런 말까지 할 수 있는 사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남쪽이 이렇게 멋있고 발전됐더라, 우리도 핵만 만들지 말고 경제를 좀 발전시켜 잘 살자 이런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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