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성과 홍영조의 불쌍한 운명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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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성과 홍영조의 불쌍한 운명 한광성 선수가 카타르 프로축구 알 두하일(AL DUHAIL)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습.
Photo courtesy of AL DUHAIL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에 북한에서 해외에 나와 축구선수로 활약하던 한광성 선수가 끝내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고 귀국하게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한광성은 이탈리아에 나가서 여러 팀을 옮겨 다니며 선수로 뛰었는데, 실력이 꽤 괜찮다고 이탈리아에선 팀을 옮길 때마다 이적료라고 부르는 몸값이 500만 유로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카타르 리그로 옮겼는데 이때 이적료는 700만 유로였다고 합니다. 물론 이적료는 자신이 갖는 돈이 아니고 선수단끼리 오가는 돈인데, 이적료가 높으면 가치가 있는 선수로 인정돼 자기의 월급도 높아지게 됩니다.

한광성은 이탈리아에서 1년에 160만 유로를 연봉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본인은 한달에 1500유로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다 북에 보냈다고 합니다. 선수 본인한테는 1% 정도만 돌아가고 99%를 북한 당국이 착취를 한 것입니다.

한광성이 북한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대북 제재 때문입니다. 북한이 해외에 사람들 내보내 외화벌이 시켜 착취하고 그 돈으로 핵을 개발하니 유엔은 해외 노동자들을 추방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한광성도 외화벌이로 나온 노동자로 간주돼 말레이시아에까지 가서 알아봤지만 받아주는 팀이 없어 돌아가게 됐습니다. 앞서 유럽에 진출한 북한 선수 박광룡과 최성혁도 제재 대상에 올라 방출됐습니다.

한광성은 영국 유명 신문이 선정한 세계축구 유망주 50명 안에 포함되기도 했는데, 이제 북에 들어가 재능을 꽃 피우지 못하게 됐습니다. 1998년생으로 올해 만 23살이니 축구선수로는 최전성기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요새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축구선수는 영국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인데, 18살에 해외에 나가 기량을 키워 요즘은 이적료가 7000만 유로 이상으로 거론됩니다. 한광성 선수도 세계적인 축구팀들에서 뛴다면 당연히 수천 만 유로짜리 선수로 거론되겠지만 태어난 곳이 북한이라 빛을 보지 못하게 됐습니다.

어차피 북한에 있으면 인재들이 제대로 클 수가 없죠. 한광성보다 10년 먼저 해외에 진출했던 홍영조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광성은 몰라도 홍영조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대표팀 주장을 맡았고 1960년대의 박두익 선수 이후 최고 기량을 가졌다고 평가받던 선수입니다.

홍영조는 일찍이 해외 진출도 성공해 2007년부터 2년 동안 세르비아 프로팀에서 뛰었고 이후 러시아로 넘어가 FK로스토프라는 팀에서 3년을 뛰었습니다. 3년 동안 홍영조 선수는 31경기에 나가 3골을 넣었습니다.

세르비아, 러시아 리그에서도 3골 밖에 넣지 못한 거면 사실 한국 웬만한 선수들보다 실력이 높다고 하긴 어렵지만, 북한에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가 없다보니 그 기준에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빽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나도 외국 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홍영조의 아버지가 조선체육지도위원회 축구국장이니 밀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냥 빽만 좋은 것은 아니고 실제로 2009년 북한 최우수 축구선수로 선정됐고, 주장으로 남아공 월드컵 진출까지 이뤄낸 업적도 쌓았죠. 그런데 그도 해외에 나왔을 때 번 돈의 대다수를 빼앗겼고, 재산도 얼마 모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9살 나이에 대표팀 주장 완장을 벗고 사라졌는데 제가 알아보니 지금 평양시 검찰소 검사로 있답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북한이 아무리 특이한 나라이긴 하지만, 축구계 유명선수는 그래도 감독 등을 하면서 체육계에 종사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입니다. 그런데 북한 최고의 공격수 홍영조가, 10년 동안 북한 축구를 이끌었고,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해외 이적까지 해서 5년 동안 외국에서 뛰었던 선수가 왜 검사가 됐을까요.

대답은 아마 간단할 겁니다. 북한 최고의 축구 선수도 검사보다 못하다는 것이죠. 결국 북한은 권력 잡은 사람이 장땡이다 이렇게 보면 된다는 말입니다. 축구선수가 선망의 직업이 되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을 다 당국에서 뺏어가니, 결국 뇌물 받아먹는 검사가 축구 최고 선수보다 낫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어디 축구만 그렇습니까. 다른 체육 종목도 마찬가지고, 예술도 그렇고 기술자도 그렇고 뭐 하나 인재가 나올 환경이 아닌 것입니다. 그냥 권력 쥐고 떽떽거리는 자들만 살판이 나는 나라를 만들어서 북한이 어떻게 잘 살겠습니까.

한때 북한 축구를 지휘했던 홍영조가, 해외에 나가 5년 동안 선진 축구를 경험했던 홍영조가 후배들에게 자기의 기술과 경험을 전수해줘도 모자랄 판에 지금 범죄자들을 앞에서 책상을 치며똑바로 자백하라고 호통이나 쳐서 되겠습니까.

하긴 홍영조는 감독을 시켜줘도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를 지도했던 국가대표팀 김정훈 감독을 보면 홍영조는 감독이란 말만 나와도 공포에 질릴지 모릅니다.

솔직히 북한 수준의 팀을 월드컵까지 데리고 나가면 명장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김정훈 감독을 월드컵에서 지고 왔다고 회창군 인민군 교화연대에 잡아가고, 그걸 또 만수대 무용수 출신 아내가 꺼내겠다고 간부들 찾아다니며내가 김정은의 엄마 고용희와 무용했던 사이다고 말했다고 해서 이번엔 김정훈 감독과 아내, 가족 모두를 한번 들어가면 영영 나올 수 없는 정치범수용소로 끌고 갔습니다. 김정훈 감독이 지금까지 살아있을까요.

아무리 충성해도 결국 잡혀먹는 운명이 차례지는 북한에서 홍영조는 어쩌면 현명한 길을 택했는지 모릅니다. 한광성도 어차피 세계적 선수가 돼도 돈 뺐어 먹는 김정은 좋은 노릇이나 하다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럴 거면 북에 가서 편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죠.

홍영조나 한광성을 보면 뛰어난 재능을 잡아먹는 김 씨 독재정권은 하루 빨리 무너지는 것이 정답이란 생각을 다시 가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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