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유별난 포병사랑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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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서남전선부대의 섬타격·상륙 연습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서남전선부대의 섬타격·상륙 연습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에 제가 병영 국가에서 김정은이 군사놀이라는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 시간엔 인민생활이나 좀 챙겨라 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21일자 로동신문이랑 보니까 또 4군단에 가서 제병합동 섬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합니다.

이번엔 김정은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포병들이 목표들을 타격할 때마다 정말 잘 한다. 집중성이 아주 좋다. 저렇게 갈기면 적들이 도사린 섬이 아예 없어지겠다” 이렇게 평가했다는데, 저도 그 사격 장면을 방송을 통해 봤습니다. 제 눈엔 아직도 넓은 목표구간에 떨어지지 못하는 포탄이 너무 많았는데 워낙 한심한 것만 많이 봐서인지 김정은은 이번엔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김정은에겐 포 사격이 취미 이상의 의미가 있었구나.” 지금까지 왜 포부대에 기를 쓰고 그렇게 자주 찾아갔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그놈의 집중성이 문제였군요. 그 집중성을 높이겠다고 김정은은 북한의 왕이 된 뒤에 모든 문제 다 팽개치고 거기에 매달렸던 것입니다.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말이긴 하지만 한국에서도 많이 쓰는 말인데, 바로 ‘오타쿠’라고 합니다. 오타쿠란 좋게 말하면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의미하고, 의미 그대로 해석하면 이상한 것에 몰두하는 사람 또는 연구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김정은은 명실상부하게 포병 오타쿠라고 불릴 만합니다. 제가 김정은이 집권하자마자 평양에서 축포 야외란 것을 만든 것을 보고 아 뭘 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후 3년 넘게 지켜보니 정말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포병 사령관을 시켜주었으면 취미 생활도 100% 즐기고 잘 할 수 있을 건데, 그만 어울리지 않게 왕이 돼 버렸네요.

물론 김정은이 군대의 다른 것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좀 아는 건 포병인데, 외부에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를 졸업했다고 선전하죠. 그런데 무슨 대학을 다녔겠습니까. 장령들이 와서 포 전술에 대해 강의를 해주었고 또 원래 취미가 포 쏘는 거니까 또 열심히 듣긴 했을 것이라 봅니다. 그러니까 포부대에 가서 이러저러하게 훈시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집중성이란 것도 가만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2010년 11월에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했지 않습니까. 그때 제가 배후에 김정은이 있다고 썼다가 그때는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였는데 무슨 김정은이 저런 걸 마음대로 결정하냐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금 보니 제 이야기가 맞은 것 같습니다.

연평도 포격 때 남쪽에서 모두 분노에 차 있을 때 또 저는 신문에 북한 사격 실력을 비웃는 칼럼을 썼습니다. 아니 21세기 군대가 몇 달 훈련해서 불과 12㎞ 앞에 있는 큰 섬을 쐈는데, 180발을 쐈는데 포탄 절반이 바다에 떨어지냐. 이게 군대냐, 내가 150년 전에 신미양요 이래 이런 명중률은 본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또 섬에 떨어진 포탄도 불발탄이 너무 많았고 위력도 정말 볼품이 없어서 불시에 민가 밀집지역에 쐈는데 4명만 죽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북한이 갖고 있는 것은 고려시대 화포냐 이렇게 비웃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티비에서 방사포들이 뒤로 화염 뿜으면서 막 포탄 쏘고 할 때는 얼마나 대단하고 위력이 있어 보입니까. 남쪽에서도 북한 방사포가 엄청 대단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연평도 포사격을 겪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건 보기에만 폼이 있지 완전 헛개비구나. 그때 제 글을 김정은이 봤는지, 아니면 자기 보건대도 너무 열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부터 포사격 정확도 높이겠다고 정말 필사적으로 매달리더군요. 작년 4월처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포 대대 몽땅 해산시켜 버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비로소 자기가 보건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정말 어리석은 짓이죠. 지금 북한 포는 2차 세계대전 때 개발된 그런 포를 개량한 것이고 포탄도 전력난으로 관리가 안 돼 불량품이 태반입니다. 그거 가지고 아무리 집중성 높여봐야 신식 소총 쏘는 시대에 화승총 들고 훈련하고는 집중성이 높아졌다 좋아하는 꼴밖에 안됩니다. 어떻게 왜 모르는지, 우물안 개구리도 이런 개구리가 없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에 ‘안중근 이등박문 쏘다’란 영화를 본 분은 서두의 인상적인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기관총을 쏘는 일본군에게 조선 사람들이 창과 칼을 들고 돌격하다 수천 명이 기관총 하나를 넘지 못하고 다 죽는 장면이 있지요. 실제 동학혁명 때인 1894년 벌어진 우금치 전투가 바로 그러한 사례인데요, 2만 명의 농민군이 개틀링이란 기관총 하나를 넘지 못하고 다 죽습니다. 기관총 앞에선 아무리 돌격하고 또 돌격해도 150m 안에 접근 못하는 겁니다. 농민군 2만 명 중 500명만 살아남은 사실상 대학살이라 볼 수 있는데, 일본군은 동학혁명 통틀어 1명만 죽습니다. 무기란 것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멀리 갈 것 없이 1991년 걸프전 때만 봐도 이라크 군이 병력도 더 많고, 장비도 북한군보다 훨씬 신식을 갖고 있었지만 전쟁 며칠 만에 전체 병력이 모두 괴멸됐습니다. 이 전쟁에서 이라크군 1000명 죽을 동안 미군은 1명도 채 죽지 않았습니다. 이게 전투입니까? 불쌍한 이라크 군인들만 개죽음한 것이죠.

지금 한미 군사력과 북한의 군사력은 미군과 이라크보다 더 격차가 큽니다. 오늘은 시간이 다 돼서 다음에 이쪽이 어떤 현대 무기를 갖고 있고, 실제 전쟁이 벌어지면 어떤 결과가 나는지, 북한군의 과시성 훈련이 실전에서 얼마나 무용지물인지 말씀드릴까 합니다. 그러면 김정은이 암만 군부대에 가서 미제를 바다에 수장하라 어쩌라 해봐야 국내 인민들 들으란 소리일 뿐 실제 전쟁이 나면 백전백패로 인민군이 괴멸된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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