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보스가 돼 가고 있는 김정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03.12
조폭보스가 돼 가고 있는 김정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가 전날 4일 차 회의 후 종료됐다고 7일 보도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강습회 참가자들과 함께 숲길을 걸어 기념사진 촬영 장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연일 궐기대회를 하면서 5개년 경제계획 달성을 외치고 있는 모습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걸 볼 때마다 어이가 없습니다. 말라가는 우물안 개구리들이 우물 뚜껑까지 닫고우물을 사수하자고 연일 외치고 있는 꼴이죠. 우물 밖 세상에 나오면 넓은 저수지도 있고, 강도 있고 한데 먹을 것도 없는 우물 안에서 자기들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목표나 정하고 소리나 질러대니 말입니다.

그건 다 대장 개구리 하나의 문제입니다. 밖에 나가면 부하 개구리들이 지금까지 대장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돼 반란을 일으킬까봐 그 작은 권력을 지키려 기를 쓰는 것이죠. 개구리에 비하니 잘 와 닫지 않는다면, 영화 얘기 한번 해보겠습니다.

영화는 전쟁영화, 사랑영화, 역사영화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중엔 조폭영화라는 분류도 있습니다. 깡패나 조직범죄자들을 다룬 영화를 말하는 것인데, 조직범죄 조직은 어느 나라나 다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마피아, 중국 삼합회, 일본 야쿠자 이런 것들이고, 한국은 조폭이라고 합니다. 홍콩 영화, 미국 영화, 한국 영화 이런 것들이 제가 있을 때부터 돌았기 때문에 아마 여러분들도 아실 겁니다. 참고로 한국 조폭조직은 워낙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잡아서 이젠 거의 힘을 쓰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조폭 영화를 보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조직의 두목, 즉 보스가 중간 보스들을 모아놓고 처벌을 하는 장면이 나오죠. 야구 방망이로 마구 후려치면서 소리를 질러대거나 혹은 부하를 그 자리에서 죽여 잔혹함을 과시합니다. 그러면 다른 중간 보스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고 목숨을 걸고 일을 처리하겠다고 맹세하죠.

그렇게 보스의 분노 앞에 목숨을 부지하고 돌아온 중간 보스들은 다시 아래 조직원들을 모아 놓고 폭력을 휘두르며 목숨 걸고 일을 하겠다는 충성맹세를 받아내는데, 이것이 조직폭력 조직이 돌아가는 생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제가 북한을 보면 이런 조폭조직, 깡패조직이 돌아가는 것과 너무나 노골적으로 닮아가 우려가 됩니다. 이번 주 노동신문에 간부들의 자아비판 기고문이 잇따라 실리고 있습니다. 9일자만 봐도 조용덕 내각 국장이경제 부문 간 유기적 연계와 협동이 원만히 보장되지 못한 책임은 우리 내각 일군들에게 있다주먹구구식으로, 되는대로 사업하던 그릇된 일본새와 완전히 결별하겠다고 합니다.

최영일 순천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지배인, 김영철 북창화력발전연합기업소 지배인도 스스로 비판하면서 열심히 하겠다는 결의를 실었습니다. 9일부터 노동신문에 처음 등장한지상연단이라는 코너는 앞으로 간부들의 반성문을 계속 실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역사에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간부들의 반성문을 실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죠. 원래 북한 언론은 김 씨 일가의 우상화와 본보기 따라 배우기 운동을 펼치는 것을 사명으로 해왔기 때문입니다. 부정적 내용은 절대 실리지 않던 신문이 간부들의 반성문까지 게재하며 일을 똑바로 하라고 독려하는 것은 올해 김정은의 행보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김정은은 노동당 제8차 대회 개회사에서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하였다며 정책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 담당 경제 간부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소리를 치는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이 회의에서 김두일 경제담당 비서가 해임됐죠.

지난달 24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선 80명의 군 간부가 참가해 군 내부 규율 강화와 군 간부의 통제 강화 대책이 논의됐습니다. 이어 이달 8일부터 시·군당책임비서들이 참가한 강습회가 사흘 간 열렸습니다.

김정은이 이렇게 고위 간부들을 마구 다그치자 간부들이 다시 아래 사람들을 모아놓고 다그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는데, 노동신문에 실린 반성문이 대표적입니다. 이달 4일 당 외곽 근로단체들은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해 일제히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다짐했고, 노동자들은 또 그들대로 결의대회를 열심히 엽니다.

이게 바로 조폭 조직과 똑같다는 겁니다. 보스인 김정은이 최근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에 화가 나 중간 보스들을 모아놓고 연일 처벌과 협박을 하고, 중간 보스들이 다시 산하 조직원들을 다그치는 모양새인 것입니다.

과거에도 북한은 공포의 독재 시스템으로 운영됐긴 했지만 언론에 등장하는 김 씨 보스는 항상 인자하고 너그러우며,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자입니다. 잘못된 일은 지시하지 않고, 따라서 반성도 없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심려하시였다는 정도로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김정은은 과거와 전혀 달라져,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음을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자신부터 반성을 한 뒤 중간 보스들을 모아놓고 펄펄 뛰는 모습이 그대로 여과없이 공개됩니다. 겁에 질린 간부들은 노동신문을 통해 자아비판을 하며 보스에게 충성맹세를 합니다.

자아비판만 하면 오히려 다행이죠. 최근 북한 각지에서 대대적인 공개총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밀수했거나, 한국 영상을 시청했거나, 뇌물을 많이 받은 간부들이 시범으로 공개 총살되는데, 이건 중간 보스들이 명령을 어긴 부하들을 공개적으로 죽여 보스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는 의식인 겁니다.

공포의 피바람은 막 시작됐고 북한은 이제 노골적으로 조폭 조직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인자함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던 김정은도 점점 조폭 보스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소름끼치는 변화의 끝은 어디일까요. 사회주의를 만든다면서 인민을 이상한 곳으로 끌고 오더니 이젠 온 사회의 조폭화를 달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어찌됐던 힘없는 인민들만 제물이 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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