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김정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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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간부들, 생활고에 무역재개 애타게 기다려 단둥에서 한 운전사가 북한으로 운송할 상품을 실은 트럭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AP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옛날 우화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멍청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있죠. 매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었는데, 그걸 계속 시장에 가서 팔아 돈을 벌면 되지, 욕심을 부려 황금알을 더 얻겠다고 거위의 배를 갈라 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북한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딱 그 우화가 생각이 납니다. 김정은이 돈이 마르니 너무 급했는지 무역업자들을 마구 강탈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역이라는 것은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합니다. 중국에서 무한정 사올 수만은 없으니 북한에서도 뭔가를 중국에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북한에서 중국으로 나가는 수출 물자는 거의 없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무역을 금지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이미 모든 무역기관들에 1월 말부터 남포항, 원산항, 해주항을 통한 무역을 진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상태이고, 지난 1년 동안 수출을 못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무역 재개 지시가 내려졌으면 엄청난 물동량이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의 무역선들이 지금 항구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1945년 해방 이후 지주, 자본가들을 대상으로 벌어졌던 것과 같은 무지막지한 강탈이 무역업자들을 상대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평양 5만 세대 건설 공사 등을 벌여놓고 돈줄이 막힌 김정은은 내부의 돈이라도 강탈하기 위해 무역기관 압류, 세금 인상, 외화 장악이라는 3가지 조치들을 최근 한꺼번에 내렸습니다. 우선 김정은은 각 기관들이 갖고 있던 무역기관들을 빼앗아오고 있죠. 2월 김정은은 수십 년간 국가 경제 위에 군림해온 특수 기관의 행태에 대해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 “반당적, 반국가적, 반인민적 행위라고 규정한 뒤전면적인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했다당권, 법권, 군권을 발동해 단호히 쳐갈겨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각 기관은 이제 산하 회사들을 몽땅 국가에 내놓아야 합니다. 키울 때는 1전 한 푼 보태준 것이 없다가 커지니 잡아먹는 셈입니다. 각 기관들은 명의는 물론, 보유했던 건물, 토지, 탄광, 자동차 등도 다 빼앗기게 됐습니다. 반항도 못합니다. 반항하는 순간 혁명의 원수, 국가의 적으로 규정돼 총살되거나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 것입니다. 이 정도 수탈을 당하면 살고 싶은 생각도 안 들겠지만, 북한에선 자살을 하면 반동이 돼 온 가족까지 대대로 피해를 보니 목숨도 내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회사들을 빼앗고 두 번째로 무역 거래 세금도 갑자기 높여놨죠. 과거엔 무역거래가 이뤄진 뒤에 당국에 수출입품 수수료와 정책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연말에 경영이익금과 함께 납부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1월 말에 무역허가와 함께 새로 내려진 지시에 따르면, 먼저 수출입품 신고서와 함께 품목별 수량에 따르는 수수료와 유통금액의 12%에 이르는 정책지원금을 국가에 납부해야만 무역 승인을 해줍니다. 쉽게 말해 연말에 걷던 돈을 이젠 무역을 진행하기 전에 먼저 내야 합니다. 기존에 평균 5%로 했던 수수료도 10%로 올려놨습니다.

그래서 1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려면 먼저 120만 달러의 정책지원금과 1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내야하며, 분기별로 경영이익금을 또 납부해야 합니다. 1000만 달러를 수출하려면 250만 달러를 국가에 빼앗기는 셈인데, 이렇게 해서 남는 것이 있기는 할까요. 세금없는 나라라고 자랑하더니 세상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뜯어갑니다.

수출 상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세금 때문만은 아닙니다. 작년까지 무역업자들은 전 재산을 수출입품을 확보하는데 투자했습니다. 수출이 이뤄지면 연말에 세금을 내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수수료를 두 배로 올려놓고 이와 함께 정책지원금까지 미리 물어야만 무역 승인을 해준다고 하니 큰일이 벌어졌죠. 수산물과 산열매 수출업자들은 돈을 내지 못하면 상품이 다 썩습니다. 몇 달 내로 수수료와 정책지원금을 납부하지 못하는 업자들에 한해서 수출품을 압수하겠다는 지시도 하달됐는데, 결국 다 빼앗아먹겠다는 이야기죠.

결국 급할 때 사채업자들을 찾아가게 되는데, 이걸 또 막아놨습니다. 이제부터 국가 무역은행을 통하지 않으면 외화거래를 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화폐이관업자들은 앞으로 까딱하다간 모든 현금을 몰수당하고 총살까지 당할 위험에 빠졌습니다.

이미 사법기관들에는 화폐이관업자들에 대한 검거선풍이 떨어져 더러는 붙잡히고, 더러는 잠수를 탄 상황입니다. 이들은 북한 사채업의 큰손들이기도 한데, 이들이 잡히거나 숨어버리니 무역업자들이 돈을 빌릴 데가 없어졌죠.

만약 당국의 의도대로 모든 외화거래가 무역은행을 통해 이뤄질 경우 북한 내부에서 유통되던 모든 달러나 위안화가 국가의 손아귀에 들게 됩니다. 북한에선 당국에 파악된 돈은 언젠가는 빼앗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이 많으면 언젠가는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벌였다고 잡혀가고 재산이 몰수되는 걸 어디 한두 번 봤습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남포항 같은 곳엔 석탄수출업자들이 가져다 놓은 석탄이 산처럼 쌓여있지만 외국으로 빠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무역업자들이 대거 파산시키고, 재산을 빼앗으면 김정은이 잠깐은 행복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큰 손해가 될 것입니다. 내게 큰 이윤이 차려지지 않는 국가 일을 목숨 걸고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죠. 북한은 지금까지 무역업자들의 활약 덕분에 내부 시장에서 돈이 돌아가며 유지돼 왔는데, 무역이 죽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에 무역회사들에 몰아친 무자비한 약탈은 결국 지금 김정은의 상황이 그만큼 급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빨리 죽지도 않고 오래 버티니 인민만 등골이 뽑히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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