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와중에 달러 버는 김정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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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절(5·1절)인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절(5·1절)인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일 김정은이 순천인비료공장에 나타나면서 약 보름 동안 김정은의 신변을 둘러싸고 퍼졌던 온갖 소문들이 가라앉았습니다. 누구는 김정은이 죽었다고 했고, 누구는 수술하다가 의식불명이라고 했고, 심지어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말까지 전 세계에 퍼졌습니다. 다 북한을 잘 모르니까 퍼진 소문일 뿐입니다.

김정은도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북한 내부에 김정은이 죽었다는 소문이 들어갈 것 같으니 부랴부랴 나왔는데, 완공도 되지 못한 순천인비료공장에 가서 준공식을 한다며 연극을 폈습니다. 순천 사람들은 알겠지만, 인비료 공장은 아직 완공되지도 않았고, 실제 비료가 나오려면 꽤 시간이 더 걸립니다.

김정은이 하필 저길 지목해 준공식이라고 한 것은, 그동안 세계에 퍼진 김정은 신변 이상설을 불식시키려니 갈만한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완공도 되지 못한 데 가서 저러겠습니까. 인비료공장은 설비도 채 들여오지 못했고, 또 인비료 생산에 필수인 가성소다도 북에서 생산되지 못해 사와야 합니다.

제가 들으니 3월 말에 가성소다 몇 트럭을 중국에서 들여오려고 국경을 열긴 했는데, 그건 김정은이 나타날 때 생산하는 척 흉내를 내기 위해 들여온 원료라고 봐야 합니다. 예전에 김정일 살아있을 때도 죽기 전에 흥남비날론공장 가서 비날론 생산되는 것을 보고 갔는데, 김정일이 간 뒤엔 생산 공정이 더 돌아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냥 보여주기 연극인 것입니다. 가성소다조차 자체로 생산 못하는 나라에서 비료를 제대로 생산할진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얘기를 해드리면 3월 말에 김정은의 지시로 신의주 세관을 두 달 만에 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 자재, 운송기재 부품, 가성소다를 들여오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국가 자재를 들여가게 허락된 트럭은 10대인데 거기에 20대나 추가로 붙어 트럭들이 신의주 세관에 들어왔습니다.

세관이 통보받은 수입량은 트럭 10대 분량인데, 무려 20대나 더 추가되니 위에 보고했고, 김정은이 방역지침 위반자를 다 체포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보위성 반탐부국장이 현장에 나가 조사를 한 결과 추가로 들여온 20대 중 13대는 평양시의 무역업자들의 것이었고, 7대는 신의주 무역업자들의 것이었습니다.

콩기름, 설탕 이런 것을 35% 정도의 이윤을 바라고 위험을 무릅쓰고 들여왔는데, 잡혀가게 생겼으니 업자들이 다 튀었지만 북에서 어딜 가겠습니까. 3일 만에 전부 체포돼 군법으로 처벌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때 빼앗은 콩기름에 또 중국에서 추가로 더 수입해서 19일과 20일 평양의 ‘광복지구상업중심’에서 세대당 중국산 콩기름 5㎏을 10달러에 판매했습니다.

평양 사람들은 코로나 발생으로 국경을 폐쇄하기 전 가격으로 콩기름 팔아주니 상점에 달려가 기름을 사는 데 정신이 없었죠. 알고 보면 결국 이 콩기름은 여러 돈주들에게서 약탈한 것입니다. 그리고 콩기름 판 수백 만 달러의 돈은 고스란히 김정은 주머니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북중 국경이 두 달 만에 잠시 열린다는 정보는 어떻게 새나갔을까요? 김정은과 머리 맞대고 있는 측근에서 새나갔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건이 한 번에 그쳤으면 무역업자를 낀 고위간부의 일탈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수상합니다.

다른 이야기인데, 지난달 20일 평양에서 갑자기 사재기가 벌어졌습니다. 전날에 올해 말까지 일체 무역을 못한다는 소문이 갑자기 퍼지면서 상품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됐고, 주민들이 싸우면서 물건을 사는 아수라장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곤 어떤 일이 또 벌어질까요. 이번엔 또 여러 판매업자들이 유언비어 유포죄에 코로나 물가통제 방침 위반으로 잡혀가는 겁니다. 그들이 갖고 있던 물자들이 또 압류돼 시중에 팔리면 그 돈은 또 김정은의 주머니에 갑니다.

이쯤 되면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경이 열린다는 비밀 정보, 국경을 올해 말까지 막는다는 유언비어는 어디서 퍼졌을까요.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 소문에 혹 해서 붙었던 돈주들만 죽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덕을 보는 사람이 누굴까요. 바로 물건 빼앗아 달러 챙기는 김정은입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김정은이 돈 나올 데가 없으니 이런 식으로 국내 돈주들을 털어먹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금 건설은 잔뜩 벌여놓았지만 돈 나올 데가 없습니다.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로 지난해 한달 수출액은 1700만 달러 수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다, 지난해 12월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철수하면서 큰 돈줄이 또 막혔습니다. 그러니까 국내 돈주들 털어먹는 이런 잔머리를 쓰는 것 아닌가 싶은데, 사실 제가 볼 때는 이건 김정은이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이기도 합니다.

원래 제 새끼 잡아먹는 거 아닙니다. 돈주들 그렇게 잡으면 누가 무역을 하고, 누가 돈을 벌려 하겠습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클 것입니다. 오죽 궁하면 저런 수법까지 쓸까 참 어이가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앞으로 조심하십시오. 누군가가 퍼뜨리는 소문에 혹 해서 돈 벌어보려다 김정은의 방역지침 위반이란 딱지를 붙이고 재산도 빼앗기고 감옥에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조심조심 또 조심해서 살아야 할 때이지요.

지금 국경을 막았으니 북한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질 것이 분명한데, 민심이 점점 나빠져 어수선해지면 김정은의 선택은 단 하나, 공포통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총소리를 울려 기강을 잡으려 하겠죠. 우리가 이런 거 한두 번 봅니까. 북한이 항상 쓰는 뻔한 수법입니다.

간첩단 사건도 또 만들 텐데, 이럴 때 걸려들면 정말 바보입니다. 억울하게 죽지 말고 지금의 어려움 속에서 잘 버티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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