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김정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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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VI "코로나 백신 분배감시 위해 대북협력 지속" 사진은 코백스를 통해 지원된 코로나19 백신이 코소보의 한 공항에 도착해 있다.
/AP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1년 넘게 인류를 괴롭혀 온 코로나 바이러스가 좀 없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대확산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미 확진자가 매일 1000명을 넘어 2000명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가 확 퍼질 때에도 1000명 미만을 유지해왔는데 그때보다 더 심해진 것이죠.

다행히 백신이라 불리는 예방주사가 일찍이 개발돼 많은 나라들에서 백신 접종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백신을 맞으면 원래 바이러스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변종 바이러스에 걸려도 크게 생명에는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국제기구가 백신을 공짜로 주겠다고 해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국제기구는 올해 초에 북한에 170만 명분의 백신을 공짜로 주겠다고 했고, 계획대로라면 5월부터 북에 들어갔을 겁니다. 170만 명분이면 북한에서 해외와 접촉하는 사람들은 놔주고도 나머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백신 지원을 받기 위한 7개의 행정절차 중 2개만 완료하고 나머지는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미국도 부자나라니까 전 세계 빈민국에 5억 명 분의 백신을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도 여기에 해당돼 미국에서 제공하는 백신을 무상으로 받을 수가 있죠. 그런데도 북한은 받을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사실 김정은의 결심만 있다면 백신은 당장 내일이라도 들어오겠죠. 그렇지만 김정은이 받지 말라고 하니 밑에 간부들이 질질 끄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정은의 의지가 빨리 백신을 받는 것이라면 아래 간부들이 질질 끌었다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겠죠.

북한은 표면적으로 백신을 전달할 때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북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명한다고 합니다. 이게 진짜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을 받을 때 코로나 진단검사를 해보고, 그래도 못 믿겠다고 하면 철저히 격리해 받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또 외국에 백신 전달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국제기구 사람들은 이미 백신도 다 맞았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무작정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북한 소식통으로부터 듣기엔 김정은이 백신을 받지 말라고 했답니다. 그러니 아래 간부들이 이 핑계, 저 핑계를 걸고 시간을 끄는 겁니다.

김정은은 백신을 거부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를 믿지 못해서 그런답니다. 들어오는 백신 주사약에 누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심어놓으면 북한이 다 전염된다는 거죠. 그런데 어느 나라가 북에 들어가는 백신에 코로나 병균을 심어놓겠습니까. 그런 행동은 사실상 대량학살에 해당하고, 북한을 대상으로 인민들 죽이겠다고 그런 야비한 짓을 할 나라도 없습니다. 백신을 안받겠다고 하면 김정은이 엄청 욕을 먹으니 안받겠다는 말은 못하고 대신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끄는 전술로 임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194개 회원국 중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 않은 나라는 북한을 포함해 탄자니아, 아이티, 에리트레아, 부룬디 등 5개 나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하나같이 가난한 나라들뿐이네요. 과거엔 북한이 이런 나라들과 동급으로 취급을 받으면 기분 나빠했겠지만, 이젠 이런 나라들이 자기들이 북한과 같은 동급이 되는 게 싫어서 백신 도입 시작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김정은이 저 난리를 칠 정도로 코로나가 무서운가 하면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코로나로 벌써 1년 넘게 장사도 통제하고, 외국과의 교역도 중단하고 그러는데 그러다보니 비료도 못 들여가서 올해 농사 작황이 시원치 않습니다.

식량이 부족하면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오죠. 벌써 북한 내부에서 식량 가격이 3배로 뛰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좀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그렇다면 이건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고난의 행군의 기억, 굶주림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굶주려 죽는 것이 더 무서운가요 코로나 걸려 죽는 것이 더 무서울까요.

한국은 지금까지 17만 명이 코로나에 걸려 2000명이 사망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사망률이 1.2% 정도 나옵니다. 대다수 사망자는 고령의 환자들이었습니다. 전체 사망자에서 49세 미만은 또 1~2% 정도밖에 안 됩니다. 49세 미만의 사람이 걸리면 1만 명이 걸려서 몇 명이 죽을까 말까 합니다. 49세 미만은 독감에 걸려 죽을 가능성이 코로나보다 3배가 높답니다.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보다 독감이 3배나 더 무서운 병이죠. 그런데 보통 독감은 크게 의식하지 않지요.

코로나가 그렇게 공포감만큼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돌았던 장티푸스, 콜레라, 파라티푸스 이런 병은 치사율이 10% 넘습니다. 코로나보다 10배 넘게 무서운 병들이 돌아도 북한은 별 대책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전염병보다 굶어죽는 것이 더 무서웠던 시절이죠.

그런 코로나 때문에 지금 다시 굶어죽던 시대로 회귀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저라면 차라리 배고픔보다는 코로나 걸리는 것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아마 북한 사람들도 대다수가 굶어죽을 바에는 나라 문을 열어 먹을 거나 들여오라는 심정일 겁니다.

저는 북에서 고난의 행군 시절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배고픈 고생을 너무 많이 해 배고픈 고통을 압니다. 저라면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백신을 도입하고 외국과의 교역을 시작하겠습니다. 그게 더 인민들을 위한 길입니다.

그런데 피둥피둥 살이 찐 김정은이 배고픈 고통이 뭔지 알겠습니까. 비정상적 몸무게와 건강을 가진 김정은에겐 코로나가 더 무서울지 몰라도 인민의 생각은 다릅니다. 김정은에게 인민들이 굶주리지 않는 게, 코로나 방역보다 우선이라 말하는 간부도 이젠 없을 것입니다.

이쯤 되면 북한 인민에게 코로나보다 몇 백배 더 무서운 것이 바로 김정은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사작성: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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