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보위부의 탈북자 납치 주장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6-07-2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은 15일 평양에서 외신기자들과 외교관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지시로 북한 고아를 납치하려 한 탈북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북한이 이날 탈북자 고현철(53)이라고 밝힌 남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북한은 15일 평양에서 외신기자들과 외교관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지시로 북한 고아를 납치하려 한 탈북자를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북한이 이날 탈북자 고현철(53)이라고 밝힌 남자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자유아시아방송을 햇수로 10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마지막 문장은 “지금까서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로 끝났습니다. 그 동아일보의 주성하란 이름이 16일 탈북자 고현철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신문에 10번이나 오르내려 이젠 북한 주민들이 다 아는 인물이 돼버렸습니다. 고현철 씨의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로 저는 정말 어처구니없어 웃음만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중국에서 위험에 빠진 탈북자 120명 이상을 구출해 오는데 관여는 했지만 단 한번도 미국의 자금을 중계한 적이 없습니다. 미국이 탈북자 뽑아오라고 돈을 주지도 않습니다. 또 제가 연계를 가졌다는 단체인 디펜스 포럼과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대표 수잔 숄티를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으며, 5월에 고 씨를 만나지도 않았습니다. 고현철 씨는 탈북자니까 3월에 한번 처음 만나 밥 사주었고, 이후 연락을 가지지 않았는데 그가 보위부에 잡혀서 고문에 못 이겨 제 이름을 불었나 봅니다.

보위부는 요 때라 싶어서 제가 미제의 앞잡이로 북한 인민을 유인 납치하는 모략꾼으로 각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사실과 비슷한 얘기조차 단 하나도 없더군요. 갑자기 왜 이런 날조로 저를 공격하는지 알 수 없겠지만, 어쨌든 저를 나쁜 놈으로 만들 필요성이 있었겠죠.

이번에 고현철 씨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느낀 건데, 그는 제가 탈북한 기자란 사실을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인민들에게 남조선 가면 거지가 되고, 사기 당해 비참하게 산다고 선전했는데, 북한 출신이 여러분들도 잘 아는 한반도의 대표 신문 동아일보에서 당당하게 기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고 싶었나 봅니다.

10년 동안 저의 방송을 들으면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제가 거짓말이나 하고 음모나 꾸미는 사람 같습니까. 저는 지금까지 여러분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저의 본업인 신문 기자를 하면서도 거짓말은 하지 않고 삽니다. 그리고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합니다. 이번에 고현철 씨가 잡힌 경위를 좀 들어보니, 꽃제비 여자애들 두 명 뽑아 오면 돈을 준다는 말에 간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아원에 있는 아이까지 뽑아내는 것은 너무 무리한 행위이죠.

하지만 고현철 씨가 미국의 유인납치 소동에 관여해 꽃제비를 유인하려 간 것은 아닙니다. 누가 부탁을 했나 본데, 그 사람은 미국이나 남조선 정보기관하고는 관계가 없습니다. 불쌍한 북한 애들 좀 데려다 양육하려는 선한 동기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고 씨가 압록강변까지 나간 것은 맞는 것 같은데, 그가 강을 건너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보위부에서 덫을 쳐놓고 있다가 강 건너와 납치해 갔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번 기자회견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보위부는 외부에서 북한 주민들을 납치해 가고 있다고 인민들에게 믿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강해 보입니다. 아마 4월에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이 남쪽으로 망명한 것을 계기로 김정은에게 엄청 혼이 났나 봅니다. 그걸 만회해보려고 이 사건을 남조선의 유인 납치극으로 만들어 엄청 떠들어 대고 있어서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 중국에서 13명이나 납치해오는 것이 가능합니까.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13명 납치해 오면 박근혜 정권에는 도움이 될까요. 오히려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는데 정부에서 13명 망명 사실을 밝혔다가 역효과가 나서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했습니다. 선거 이기려고 공개하냐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한국 사람들도 다 똑똑해져서 이젠 선거에서 북한을 이용해 먹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북한은 여종업원들을 돌려보내라고 하는데, 가면 잘못될 것이 뻔한데 그 처녀들을 돌려보낼 수 있겠습니까. 물론 그들 가족들이야 딸이 납치돼 갔다고 우겨야 자기들이 사니까 필사적으로 나서서 자식을 보내라고 하겠죠. 하지만 한국에 온 처녀들은 기자회견을 해서 자기가 자발적으로 왔다고 밝힐 수 있겠습니까, 아님 납치돼 왔다고 하겠습니까. 납치돼 왔다면 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고, 자발적으로 왔다고 하면 가족이 피해를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을 못하고 숨어 있는 것 같은데, 이걸 놓고 북한은 남조선 정보당국이 말이 새나가지 않게 만들려고 감금해두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남쪽에 온 탈북자는 자기가 가고 싶으면 북한에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여권이 나와 자유롭게 외국 여행이 가능한데, 중국으로 갔다가 넘어가면 그만 아닙니까. 그러니 이번 경우도 처녀들이 몇 달 뒤 사회에 나와 중국으로 가는지 안 가는지 지켜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정말 납치돼 왔으면 중국에 가서 베이징에 있는 북한 대사관 들어가면 됩니다. 정부가 납치해 온 것이 맞다면 그걸 우려해 여권 발급을 안 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 13명이 가만있겠습니까. 정부에서 여권을 발급해 주지 않는다고 저 같은 기자에게 찾아와 이야기하면, 그럼 납치라고 해도 할 말은 없습니다. 시간 좀 지나면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보위부는 주성하가 북한 인민을 납치해가는 엄청난 모략꾼인 것처럼 묘사하지만, 만약 나중에 북한 처녀들이 제게 찾아와 납치돼 왔다고 말한다면 저는 기사를 쓸 겁니다. 납치된 처녀들은 집으로 당장 돌려보내고, 납치해 온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나저나 저는 과거 국정원도 많이 비판했는데, 이젠 보위부에서도 죽일 놈이 됐으니 큰일입니다. 남북의 정보기관하고 척을 지고 사는 것만큼 피곤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신문기자는 진실을 밝히는 직업입니다. 제가 북한을 담당한 기자라는 직업을 사명으로 선택한 이상 걸머쥐고 가야 하는 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속 많이 지켜봐 주십시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