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캄보디아 수용소장의 말로를 보며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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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h-305.jpg 캄보디아 특별재판소는 26일 크메르 루주 정권에서 교도소장을 지낸 '카잉 구엑 에아브(Kaing Guek Eav)'에 대해 징역 35년형을 내렸다.
RFA PHOTO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신문사의 국제부에서 일하다 보니 하루에도 수백수천 개의 외신보도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며칠 전에 봤던 뉴스는 참으로 인상적이어서 이 이야기는 여러분들에게 한번 들려드려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요즘 국제뉴스는 보통 미국이나 중국, 유럽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제가 본 뉴스는 국제사회의 중심에선 거리가 먼 캄보지야 관련 뉴스였습니다. 여기선 캄보지야를 캄보디아라고 부르기 때문에 저도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이달 26일에 캄보디아에선 전범재판이 열려서 1970년대에 수용소장을 지냈던 한 인물에게 35년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사실 북조선에선 캄보디아에 대해서 배워주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아마 캄보디아하면 유일하게 떠오르는 것이 북조선에 와서 아양을 떨던 노르돔 시하누크 국왕일 것입니다. 자기 나라에서 쫓겨나서 망명생활을 하던 그를 받아준 곳이 중국과 북조선 정도였는데, 북에 와서 영화를 몇 편 찍기도 했죠. 제가 학교 때 별명이 ‘떼브 백작’이었는데 그건 시하누크 국왕이 찍은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었습니다.

시하누크 국왕이 망명생활을 하게 된 데는 공산주의자들이 집권하면서 국왕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이 박해한 시하누크를 받아준 곳이 북조선이라는 것도 참으로 모순이죠. 무장투쟁에서 승리해 1975년 캄보디아를 점령한 공산주의자들은 좀 과격한 주의를 고수했습니다. 사회주의라는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공산주의로 가겠다면서 땅을 똑같이 나눠주고, 일체 사유재산은 몽땅 몰수하고, 교육도 모두가 꼭 같이 공립학교만 마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수용소로 끌고 가 닥치는 대로 학살했습니다.

여러분들은 공산주의 사상을 아주 이상적인 것으로 배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공산주의 사상은 참으로 많은 죄를 낳았습니다. 이상하게 공산주의에 심취되면 사람들이 야만적으로 변합니다. 그건 공산주의가 계급투쟁을 선동하면서 반대하는 세력은 적대세력으로 철저히 소멸해야 한다고 보는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캄보디아에서도 재산이 좀 있었다고, 그리고 배운 지식인이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즉결 처형되거나 나라 곳곳에 설치된 수용소에 끌려가 학살당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급진 공산주의 정권은 1975년부터 79년까지 단 4년 동안 집권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캄보디아 인구가 800만 명 정도였는데 이 4년 동안에 무려 200만 명이나 학살됐습니다. 네 명중 한명을 죽인 것이니 얼마나 야만적인지 상상이 가십니까. 우리가 그처럼 참혹한 6.25전쟁을 치르면서 희생된 사람은 열 명 중 한두 명이었는데 캄보디아에선 그보다 두 배 이상의 참혹한 학살이 자행됐던 것입니다.

26일에 열린 전범재판정에 올랐던 인물은 수용소장으로 있던 동안 자기 수용소에 수감된 1만5000명을 몽땅 학살했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여성도 있고, 아이도 있고 그랬는데 살아남은 사람은 단 14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 인물은 비록 상부의 명령을 받고 학살을 저지른 것이 감안되긴 했어도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35년 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저지른 죄에 비하면 너무나 가볍게 받은 감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범에 대한 재판이 캄보디아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전범재판이 학살극이 벌어진지 30년이 넘어서야 열렸다는 점은 참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측면에선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죄 없는 사람들을 학살한 전범들은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반드시 법정에 세우는 그런 세상입니다. 지금 국제재판소가 네덜란드에 있는데 1990년대 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전범들을 추적해 지속적으로 법의 무대에 올려 세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히틀러 치하에서 죄를 저지른 자들을 60년이 지난 뒤에도 잡아서 심판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캄보디아 수용소장의 말로를 보면서 북조선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보면 가장 악독한 수용소는 바로 북조선에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관리소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본인은 물론 온 집안이 끌려가는 그런 곳이 아직도 지구상에, 그것도 다름 아닌 내 고향땅에 남아있다는 것은 너무나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자아내게 합니다. 비행기로 하루면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21세기에 내 고향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생지옥에서 사는지 알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통탄스럽습니다.

언젠가는 북에서도 전범재판이 꼭 열릴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반드시 말입니다. 지금 권세를 쥐고 간부를 한다고 너무 좋아하지 마십시오. 자식대까지 생각해보면 식은땀이 흐르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이 학대하는 그 인민이 훗날에 간부들을 고발할 것입니다. 미래의 심판을 생각만 한다면야 지금 설사 관리소 소장을 한다고 해도 살아날 길은 있습니다.

히틀러의 수용소에서도 유대인들을 잘 돌봐주어 훗날 동료들이 모두 전범재판을 받는 와중에 살아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악독한 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인민이 증명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이 방송을 듣는 분이 간부가 아니라면 여러분들의 몫은 똑똑히 기억해두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 방송을 몰래 듣는 분들 중에는 훗날 역사의 심판을 받는 사람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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