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월북과 북한의 왜곡된 성문화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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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 남북관계에서 제일 화제는 3년 전에 개성에서 탈북해 한국에 왔다가 19일에 북으로 다시 돌아간 청년이었습니다.

김금혁이란 24살 난 청년인데, 여기서 살면서 자기가 왜 왔는지 다 이야기했습니다. 개성에서 농장원으로 있으면서 장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장사가 잘 안 돼 금을 캐거나 약초를 캐봤지만 모두 잘 안 됐다고 합니다. 3일을 굶고 산에 올라가 남쪽을 건너다보니 불빛이 너무 밝아서 죽기 전에 한번 가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탈북했다고 합니다.

2017년 6월 고압선과 가시철조망을 밑으로 기어 두 차례에 걸쳐 넘었고, 지뢰밭이 나왔을 때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발걸음마다 찌르면서 나아갔습니다. 낮에 한강 옆 갈대밭에 숨어서 세 시간 정도를 기어 다니며 스티로폼과 밧줄로 구명대를 만든 뒤 밤에 7시간이나 헤엄쳐 넘어왔습니다.

한국에 와서 집도 받고 어렸을 때부터 잘 안 들리던 귀도 다 치료했습니다. 다시 돌아갈 때 돈도 몇 만 달러 챙겨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청년이 3년 만에 왔던 길로 다시 헤엄쳐 갔는데, 김정은이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돼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 단계로 올렸죠.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으로 재월북해 개성시를 봉쇄하고 특급경보를 발령했다고 하는데 이건 구실입니다. 그 청년은 코로나 근처도 간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북에서 가뜩이나 코로나도 없다면서 왜 통제하냐고 사람들이 불만 가지니까 이걸 또 기회로 삼아 내부 바싹 조여 보려는 뻔한 심산이죠. 아무튼 사건의 전개 과정은 그런데, 21살 때 한강을 헤엄쳐 넘어왔다가 3년 만에 다시 헤엄쳐 넘어갔으니 정말 무모한건지 용감한건지, 아무튼 역사에 남을 듯 합니다.

그런데 이 청년이 왜 목숨 걸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을까요? 바로 6월에 알고 지낸 탈북 여성을 성폭행, 즉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강간으로 감옥 몇 년 가기 싫으니 북으로 다시 도망쳤는데, 북에 갔어도 곱게 살려두진 않을 것 같습니다. 장군님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다고 해야 먹히지, 강간범으로 쫓기다 북으로 다시 도망왔다고 하면 그게 먹히겠습니까.

그런데 이 청년이 한 짓을 보면 제가 볼 때 북한의 왜곡된 성문화를 한국에 와서 빨리 버리지 못해 벌어진 일 같습니다. 한국은 성범죄에 매우 엄격합니다. 성폭행은 당연히 감옥 가고요, 성추행이라고 강간은 아니지만 여성을 슬쩍 만지거나 또 여성에게 모욕을 줘도 감옥에 갑니다.

그런데 북한을 보면 성범죄라는 것에 대해 대단히 관대한 곳입니다. 제가 국제부 기자로 15년 일하면서 많은 나라를 가보고, 외신도 많이 봤는데, 북한만큼 성에 대해 이중적인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마치 완전히 타락한 이슬람국가와 비슷한데, 윤리는 아주 도덕적인 듯 보이지만, 현실은 너무 시궁창인, 윤리와 현실이 너무 이율배반적인 곳입니다. 북한에서 성은 완전히 음지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람들은 성생활이나 섹스 이런 말만 나오면 음란한 말을 꺼낸다고 질색합니다.

북한이 탈북한 사람들을 걸핏하면 성범죄자라 비난하는 것도 성범죄자는 아주 상종 못할 인간처럼 간주하는 문화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북한만큼 성 범죄가 많은 곳도 드뭅니다. 권력형 성범죄는 비일비재하지만, 이런 말은 북에서 살면서 들어보지도 못했고,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란 개념조차 저는 모르고 살았습니다.

솔직히 김 씨 일가부터 5과라고 최고 미모의 여성들을 술자리에 불러 진탕 치듯 놀고, 중앙당 간부들은 간호사라고 사실상의 기쁨조를 당당하게 옆에 끼고 있습니다. 인민무력부에 가면 또 군 5과라고 입대하는 17살 처녀들 중에 제일 고운 여성들을 바로 소위를 주어 장성 비서로 임명합니다. 이건 사실상 늙은 장성들의 노리개를 국가에서 대준 것입니다.

정말 제가 말을 하기에도 역겨운 곳이 북한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도 맑다고 그러다보니 북한은 아래 간부들까지 부화방탕하게 살고, 여성은 간부에게 당해도 고소할 곳도 없고, 떠들어대면 자기만 손해인 세상이 북한입니다.

기차,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혼잡하고 수시로 정전이 되니 이런 곳에서 성추행이 수시로 발생하지만 남성 중심적 가치관이 강한 북한에서 여성은 수치심을 느껴 제대로 신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신고하면 또 재판이 형식적이라 엄벌과도 거리가 멉니다.

이번에 돌아간 청년도 제 생각엔 여성과 단 둘이 있으면 힘으로 밀어붙여 성폭행해도 거의 범죄화되지 않는 북한에서의 왜곡된 성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 봅니다. 올바른 성교육은 범죄행위를 막고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선 필수적이지만, 북한에선 성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북한 사람들만큼 또 입이 건 사람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선 술자리에서 ‘뒷소리’하지 말고 ‘쌍소리’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술상에 마주 앉아 남의 뒷소리나 더욱이 정권을 비방하거나 정책을 시비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해봐야 좋을 건 하나도 없고 그저 상소리나 하면서 즐기는 게 제일 좋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인지 북한 사람들이 평소 나누는 말은 매우 걸쭉한데, 그걸 한국 사람들이 앉아 들으면 충격을 받을 겁니다.

한국 같으면 북한 남자들은 대다수 ‘성희롱’으로 잡혀 가야 마땅할 겁니다. 북한 여성들도 상소리에 익숙해서 야한 말들을 하고, 한국에 비해 듣는데 매우 관대합니다. 이건 제가 볼 때 너무 심각하고 고쳐야 할 것들입니다. 물론 북한이 세계와 단절돼 살고, 아직 모든 것이 낙후하니, 북한은 북한의 잣대로 평가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북한도 발전을 하려면 경제만 발전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수준도 선진국, 세계의 흐름과 맞춰서 발전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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