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태풍과 숙청 태풍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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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iwon.jpg 한 조선중앙TV는 27일 제8호 태풍 '바비'로 강한 바람이 불면서 황해북도 사리원시의 가로수들이 부러져 도로를 뒤덮은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수 피해로 황해도와 강원도가 큰 피해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또 제8호 태풍 ‘바비’가 오늘까지 한반도를 관통해 지나갔습니다. 이번 태풍은 바람 속도가 워낙 커서 한국에도 적잖은 피해를 입혔는데 북쪽은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서해를 거슬러 올라가서 황해도와 평안도에 직접적으로 상륙했는데 가뜩이나 코로나로 식량 사올 돈도 벌어올 길이 없는데, 태풍으로 농작물까지 쓸어 눕히면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부디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특히 이번에 태풍이 직접적으로 상륙한 곳이 평북 신의주 부근인데, 괜찮나요? 신의주는 이번 태풍 뿐 아니라, 이미 이달 20일에 사람들을 무리로 쓸어간 태풍이 불어 그 소문이 북한에 쭉 퍼졌습니다. 그게 뭐냐면 20일 신의주 세관 검사들이 몽땅 체포되고, 가족들을 차에 실어 추방했다는 소식입니다. 20일 오후 평양에서 파견된 보위성 체포조가 차를 타고 신의주에 도착해 세관으로 직행해 세관 검사들을 긴급 소집시킨 뒤 몽땅 체포했다고 합니다.

신의주는 북한에서 가장 큰 세관이기 때문에 검사 숫자만 80명이 넘는데, 모두 체포했고, 가족들까지 추방시켰는데 80여 세대 추방이 몇 시간 만에 마무리됐다고 합니다. 가족 추방까지 전격적으로 동시에 단행된 것으로 보아 세관 검사들은 잘해봐야 농민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데, 또 들리는 소문으론 김정은의 친척을 포함해 빽이 좋은 검사 몇 명은 풀려났다고 합니다.

북한 내부에선 김정은이 오래전부터 신의주 세관을 쓸어버리려 작정했지만 여러 이유로 하지 못했던 일을 이번에 전격적으로 단행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그럼 신의주 세관 숙청이 왜 이렇게 전격 단행됐는지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신의주 세관은 부패로 이미 악명 높은 곳입니다. 검사들이 몽땅 처벌돼도 동정하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제가 북에서 대학 다닐 때도 그랬습니다. 신의주 세관 검사들은 김일성대 외문학부 출신들이 제일 많을 겁니다. 중국어과와 영어과 졸업한 저의 선배들이 많이 갔습니다.

제가 대학 때 제 친구도 친한 선배한테 도움을 받으러 갔는데, 검사대 옆에 큰 가방 벌리고 서 있게 하더랍니다. 그러더니 물건이 쭉 나오는 거 보다가 “이 술은 한국거네” 하고 쭉 뽑아 가방에 던지고, “이 담배는 너무 많이 갖고 오네”하고 쭉 뽑아 가방에 던지더랍니다. 순식간에 가방이 다 찼는데, 정작 물건 임자는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항의하다간 더 많이 빼앗길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제 동창 중에 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친구들도 많은데, 들어올 때 물건 빼는 것에 항의하면 짐 다 풀라 한답니다. 몇 트럭 다 풀었다가 어떻게 다시 포장합니까. 그게 더 무서워서 어지간히 북한 말로 ‘조절’이라고 하는데, 이 조절하는 것을 눈감아 준답니다. 1990년대에 그랬는데, 지금은 완전 트럭으로 받아먹죠.

거긴 깨끗하게 살 수도 없는 곳입니다. 깨끗한 척하다가는 따돌림 당해서 견디지 못할 뿐 아니라, 가기 힘든 검사로 꽂아준 윗선에게 잘 보여야 더 오래 있기 때문에 열심히 떼먹고, 열심히 고여야 사는 자리입니다.

세관 검사 3년만 하면 집 몇 채 사는 건 기본입니다. 너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자리라 3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나오기 쉬운데, 계속 권력을 엎고 새로 밀고 들어오는 검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3년 동안 안전하게 해먹고 나오면 “나, 이번에 안 걸리고 살았네”하고 안도합니다. 그 기간이면 평생 먹고 살건 법니다.

이런 곳이니 이곳 검사로 가려면 말단 보위부원은 해야 하고, 중앙 기관에 고위 간부는 기본적으로 끼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50만 달러는 고여야 합니다. 사실 50만 달러 바쳐도 3년이면 다 뽑는 데가 신의주 세관이긴 합니다. 그런데 2017년부터 대북제재가 심해지면서 무역이 위축되다보니 세관 검사들도 돈 나올 데가 없어졌습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세관검사들은 더욱 가난해져 담배 한갑 얻어내기 힘들어졌습니다. 이번에 세관 검사들 잡은 이유가 국가 방역규율 위반이라고 하는데, 요즘 신의주 세관 통과하는 짐은 다 내각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검사들이 먹을 게 없습니다.

사실 방역규율 어겼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구실이고, 김정은이 여기에 손을 댄 것은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관 검사들 지금까지 얼마나 해먹고 몰래 숨겼겠습니까. 이들을 체포해 조사하면 엄청난 돈이 나오게 될 겁니다. 벌써 신의주 시내에 김정은이 세관 몽땅 체포해 재산 몰수해서 5000만 달러 챙겼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하도 돈이 나올 데가 없으니 김정은도 이렇게 날강도 짓을 해서 자기 둥지라도 털어먹을 판이 되는 겁니다.

북한에서 사실 돈주 처벌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어떤 기관을 손봐서 돈을 뺏으려면 신의주 세관이 가장 안성맞춤이긴 하죠. 또 이렇게 부패한 관료들을 잡아서 처벌하면 인민들이야 속이 시원해 하겠죠. 저런 부패한 놈들 때문에 우리가 못산다고 선전하면 자기들이 점점 가난해지고 못살아지는 것을 잊고 인민들은 박수를 칠겁니다. 김정은은 돈도 뺏고, 인민들의 지지도 얻고 이런 것을 보고 꿩 먹고 알먹기라고 하죠.

요즘 신의주 세관뿐만 아니라 북한 곳곳에서 숙청되고, 총살되는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점점 김정은의 공포 통치가 극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정신상태가 아파서 지금 일도 잘 안하고 쉬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숙청과 통제는 더 강화되는 것을 보니 신경질을 엄청 부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그런다고 북한이 더 좋아집니까. 히틀러도 망하기 직전에 광기에 가까운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김정은이 점점 악독해 질수록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날이 점점 가까워지는 겁니다. 동틀 무렵이 가장 어두운 법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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