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탈북자와 한국의 자영업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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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wonjob305.jpg 지난 해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2011년 강원도 취업·창업 박람회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중국에 있을 때인데 한국에서 기자를 하다 왔다는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할머니 말씀이 한국에선 거리에서 ‘사장님’하고 소리치면 남자 열에 7~8명은 뒤돌아본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서 한국엔 무슨 사장님이 저리도 많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와보니 그 소리가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

식당에 가던, 상점에 가던 아무튼 어디 가나 저보고 ‘사장님’하고 부릅니다. 제 이름이 뭔지, 직업이 뭔지 모르니까 그냥 존경해서 부른다는 이름이 사장님입니다. ‘이보시오’ 하기도 그렇고 ‘동무’ 이런 말도 안 쓰니까 그냥 사장님이라 부르는 거죠. 북에서도 외국에서 온 손님들을 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이란 호칭이 그냥 높여 부르기 위해 쓰이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에는 사장님이 정말 엄청나게 많습니다. 취직해서 일하는 인구가 2,500만 좀 넘는데 이중 사장님이 아마 600만 명은 될 겁니다. 서너 명에 한 명은 실제로 사장이 맞거든요.

왜 그러냐 하니 여기는 누구나 원하면 자기 회사를 차릴 수 있습니다. 내가 사장이 되겠다고 마음먹으면 사무실이나 가게 만들고 세무서에 가서 신고만 하면 일주일 내로 개인 회사가 만들어지고 나는 사장이 되는 거죠. 식당을 열어도 사장이고, 혼자 작은 구멍가게를 내도 사장이고, 자전거 수리소 차려놓아도 사장입니다. 직원이 없어도 내가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면 사장인거죠. 아마 식당 사장님만 쳐도 100만 명은 될 겁니다.

이렇게 혼자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사람들을 자영업자라고 하는데, 한국에 600만 명 정도나 됩니다. 직원 5명 미만인 작은 자영업장에서 일하는 사람까지 계산하면 1,000만 명이 넘습니다. 제가 저번 시간에 회사원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한국에는 영세 자영업을 하거나 그런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이 전체 근로자의 40% 정도 되는 겁니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합니다. 열에 여덟은 월 2,000딸라 미만으로 벌고 절반 가까이가 1,000딸라 좀 넘게 버는 수준인데 대기업이나 공기업 회사원보다 훨씬 못 법니다. 여기선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자리를 3D 업종이라고 하는데 이런 일도 자영업자들이 많이 합니다. 탈북자들도 이런 일자리는 비교적 찾기 쉬우니 영세업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서 왜 자영업을 하냐 하면 자기가 좋아서 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취직할 데가 마땅치 않으면 혼자 개인 사업을 시작하는데, 실례로 제가 저번에 말씀드리다시피 여긴 대기업에서도 50대 초중반이면 거의 다 퇴직합니다. 그러면 평균 수명 80세까지 30년이 남았는데 그 30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놀기도 그렇고 어떻게 하면서 돈은 벌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회사에서 잘 나가던 사람도 퇴직하면서 퇴직금 한 10만 딸라 정도 받고 나와서 내가 이 돈으로 뭐 하면서 남은 생을 보낼까 이런 고민을 할 수밖에 없고 결국 뭔가 기력이 되는 때까지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 겁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보면 특별한 기술이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식당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차립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에 식당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이 쉬운 것이 아닙니다. 요즘엔 자기 가게를 낸 자영업자의 80%가 1년 안에 문을 닫습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 전쟁입니다. 망하면 투자한 돈도 많이 날려먹고 그럽니다. 망해도 또 놀 순 없으니 또 다른 일을 찾습니다. 이런 어려운 자영업을 왜 하겠습니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나는 하면 성공할 것 같아 하는 것이거든요.

실례를 들어보면 탈북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만큼은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오지만 정작 한국에 한 명 오는 동안 중국에서 네 명이 잡혀 북송됩니다. 탈북해 한국에 오는 성공률은 20%도 안 되는 거죠. 그럼에도 살기 힘드니까 그런 위험부담 감수하면서 탈북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창업도 성공률은 탈북 성공과 비슷하지만 대신 죽고 살고 하는 생명의 문제는 아니니 탈북보단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죠.

탈북자들은 자영업 차리기도 너무 어렵습니다. 우선 가게를 하나 내려고 해도 최소 수만 딸라 넘게 필요한데 어디서 그 돈이 납니까. 그리고 요행 가게를 차려도 여기서 평생 산 사람들도 못 견뎌서 태반이 망하는데 탈북자가 버티기가 어디 쉽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속에서도 회사 차려 성공한 탈북자들이 있습니다. 매년 수십만 딸라씩 버는 사장들도 몇 명 있고요.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죠. 아마 탈북자 일자리를 조사하면 제일 많은 직업이 식당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2만 4,000명 탈북자의 70% 이상이 여성이다 보니 여성이 특별한 기술이 없이 곧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식당 청소, 설거지 이런 일입니다. 그래도 식당에서 열심히 하면 매달 1,500딸라 정도는 받으니 이 돈이면 먹고 살기는 문제가 없고 북한보다는 훨씬 나은 겁니다.

이렇게 식당 설거지부터 시작하면서 점차 이 사회에 대해 알아 가면 점점 좋은 일자리를 찾게 되고 나중에 돈을 모아 자기 가게도 만들고 이런 단계로 가는 거죠. 미국에 간 탈북자들도 보면 많은 여성들이 식당에서 일하던데 거긴 일 강도가 한국보다 훨씬 셉니다. 하지만 어디서나 열심히 일하면 기술도 높아지고 월급과 생활수준도 따라서 올라가니 결국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얼마나 억척스럽게 노력하면서 자기 생활에 만족하는가 여기에 달린 문제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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