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처럼 잔인해지는 김정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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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sung.jpg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한 북중 최접경 도시 중국 지린성 투먼에서 바라본 북한 온성군 남양에는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북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들으려니 정말 끔찍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틀어쥐고 놓지 않겠다고 버티니 국제사회는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고, 그것 때문에 경제사정이 안 좋아지니 김정은이 인민들 잘 살게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하나 버티려고 가차없는 공포통치로 가고 있습니다.

처음에 집권해서 김정은은 인민적 풍모를 가진 지도자인척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인민들이 허리띠를 더는 조이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선언한 뒤, 허물없이 가정집에 들어가고 허름한 목선을 타고 외진 섬에 가서 군인을 업어주는 등의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이설주도 백성의 집에 가서 설거지를 하는 그럴싸한 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동안 그런 거 본 적이 있습니까. 이제는 꽥꽥 소리나 지르는 김정은으로 회귀했습니다. 잔인한 처벌의 강도만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8월에도 여러분들이 잘 알겠지만 온성에서 무시무시한 살육전이 벌어졌습니다. 국경 주민들은 다들 알겠지만, 내륙에 사는 분들은 온성사건을 잘 모르실까봐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지난달 중국에서 누군가가 몰래 두만강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간 일이 발단이 됐습니다. 밀수꾼이나 탈북자일 가능성도 있지만, 온성 맞은편 투먼에 코로나19로 귀국하지 못해 1월부터 발이 묶인 북한 근로자가 수백 명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들 중 한 명이 참다못해 몰래 집에 가려 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들어가 체포됐습니다. 그러자 김정은이 북부 국경이 뚫렸다며 펄쩍 뛰며 무자비한 처벌을 지시했습니다. 이미 7월에 탈북 청년이 임진강을 헤엄쳐 북으로 돌아간 뒤 김정은은 개성을 폐쇄하고 국가초특급비상방역위원회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로 기능을 강화하고 방역규정을 어기면 가차 없이 총살, 무기징역을 선고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온성에서 밀입국이 발각된 것입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밀입국 구간 경비를 담당했던 국경경비대 중대장, 정치지도원, 책임보위지도원, 군 보위부 봉쇄부부장, 군 보안서 기동순찰대장, 월경자 소속 직장의 당 위원장 및 지배인이 처형됐다고 합니다. 처형장에 관계자들을 동원해 참관시켰는데, 얼마나 잔인하게 집행했는지 실신하는 사람, 바지에 오줌을 싸는 사람 등이 속출했다고 하는데, 수백 발의 총탄을 퍼부어 형체도 없이 만들었겠죠.

온성이나 북부 국경 쪽에 물어보면 제 말이 사실인 것을 많은 사람들이 증명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온성군 당위원장, 군 보위부 부장, 정치부장, 보안서 서장, 정치부장, 평양에 있는 국경경비총국장, 정치부국장은 연대 책임으로 무기징역을 받았다고 합니다. 무기징역이면 한국 같으면 흉악한 살인범이나 부여받는 처벌인데, 온성에 몰래 밀입국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숱한 사람이 감방에서 죽게 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온성군 보위부, 보안서, 해당 지역 국경경비대를 해산 및 전원 제대시켜 농민으로 보냈고 처형자와 무기징역형을 받은 사람들의 가족도 심심산골로 추방했습니다.

온성군 보위부나 보안서, 국경경비대는 탈북자들에게 워낙 악독하게 논 인간들이 가득해서 굳이 동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다가 하루아침에 토사구팽 신세가 됐으니 자업자득입니다.

요즘 국경 주민들은 ‘개성사건’에 이은 ‘온성사건’ 때문에 완전히 숨도 못 쉴 지경이 됐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 온성 회령 무산 등 북부 국경 지역들이 봉쇄돼 외부와의 연계가 차단됐습니다. 국경 지역 사람들은 산에 있는 개인밭, 즉 소토지를 경작하기 위해 이동하려 해도 전부 대장에 기록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북한에서 자행되는 잔혹한 처벌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2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700명 이상이 방역 규정 위반으로 처벌됐다는 정보도 이미 받았습니다. 신의주 사람들은 알겠지만 8월 20일엔 북한의 최대 국경관문인 신의주 세관에서 80여명 검사 전원이 방역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수감됐고 가족은 농촌에 추방됐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도 또 국경을 옥죄는 끔찍한 명령이 하달됐다고 하는데 이건 나중에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정은이 요새 하는 일들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것은 잘 알겠는데, 그 화풀이를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이며 풀고 있으니 끔찍합니다. 더 끔찍한 일은 이런 잔인함이 지금 시작이라는 것, 언제까지 피바람이 계속 불 것인지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런 모습을 보면 김정은은 아버지와 그래도 좀 다르겠지 라고 생각했던 저 자신도 반성해보게 됩니다. 역시 독재자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김정일도 1990년대 중반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라고 그럴 듯하게 이름을 붙인 그 어려운 시기에, 인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데도 자기 체제 유지를 위해 문을 꽁꽁 닫았습니다. 조금이라도 개혁개방을 했더라면 그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은 자기가 죽을까봐, 인민들이 죽어가는 것은 꼬물만치 안중에도 없고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소위 선군정치라는 이름을 붙인 군부 중심의 계엄정치를 실시했습니다. 심화조 사건을 조작해 2만5000명을 숙청했고, 그 외에도 사람들의 반항을 무자비하게 진압했습니다.

지금 김정은이 하는 짓이 김정일과 똑같습니다. 당장 고난이 닥쳐오는데, 체제가 무너질까봐 문을 꽁꽁 닫아 매고, 사람들의 불만을 잔인하게 피로 묻어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 간부 여러분, 여러분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마음이 있다면 김정은의 지시를 열심히 따르지 마십시오. 북한 동포 여러분, 한번 속으면 됐지 또 속겠습니까. 충성 따윈 절대 바치지 마십시오. 충성의 길은 다 같이 죽는 죽음의 길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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