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 전투에 허덕이는 인민들에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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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le80days.jpg 북한이 '80일 전투 총매진'을 다짐하는 군민연합집회를 각지에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80일 전투라는 강제 동원에 나가 허덕이실 여러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지난달 31일자 노동신문을 보다가 어이가 없어 폭소를 터뜨린 구절이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오늘의 총공격전은 후대들을 위한 보람찬 강행군이다’라는 제목의 논설인데, 거기에 보니 “당이 80일 전투를 조직한 중요한 목적의 하나는 우리가 타개해 나가는 애로와 난관들이 다시는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고 돼있습니다. 이어서 “백절불굴의 의지로 굴함 없는 공격전을 벌여나가야 80일간의 강행군 길이 진정으로 후대들이 걸어갈 행복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 80일 전투는 후대에 대한 열렬한 사랑과 정, 헌신으로 추동되는 강행군”이라고 썼더군요.

와, 정말 얼마나 철면피합니까. 정말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수법도 구태의연하고, 또 이게 아직 먹히는가 싶기도 해서 절망적이기도 합니다.

여러분, 북한에서 전투를 언제부터 했습니까. 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쩍하면 200일전투를 벌여서 사람들 고달프게 만들던 생각이 생생합니다. 그게 김일성 시대의 일입니다. 그런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까지 3대째 계속 전투를 해놓고는 우리가 타개해 나가는 애로와 난관들이 다시는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요?

그럼 지금까지는 뭘 했습니까. 뭘 했기에 3대째 애로와 난관이 계속 이어집니까. 그냥 반복되는 것도 아니고, 점점 더 궁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현실은 전투를 하면 할수록 북한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만약에 김정은이 10년 뒤, 20년 뒤에도 계속 집권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때는 전투가 없어질까요. 그때도 또 애로와 난관을 운운하고 사랑하는 자식을 운운하면서 계속 여러분들에게 채찍질을 할 겁니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도 세 번만 하면 먹히지 않는데, 북한의 거짓말은 반세기 넘게 똑같이 우려먹어도 달라지지 않는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출구는 저쪽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데, 그런 뻔한 진실을 손바닥으로 감추고 멸망의 낭떠러지로 열심히 달리고 있습니다. 전투 100번 해봐야 공격 방향이 잘못되면 그 전투는 망하는 것이죠. 이걸 지금까지 계속 반복해 왔습니다.

북한은 과거나 지금이나 구태의연하게 바뀌는 것이 없습니다. 노선을 바꾸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아는데 그걸 안하고 계속 헛짓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개혁개방해서 경제를 살리면 자기 체제가 위태로워질 것 같고, 지금까지 70년 동안 인민을 속여 결국 김 씨 일가 왕족을 위한 독재 국가를 세운 것이 드러날 것 같으니 일부러 매를 자처해 맞고는 외부의 적이 우리를 노리고 있으니 일체 찍소리 말고 일치단결해서 김정은 말을 잘 들으라는 그런 뻔한 속셈입니다.

80일 전투의 주요 목표라는 홍수 피해 복구 전투만 한번 보십시오. 이게 어디 처음입니까. 왜 북한은 태풍만 왔다 하면 초대형 재난을 당하는 것입니까. 이번에 황해도, 강원도, 함경남북도가 피해를 입었는데 이전에도 대형 재난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2016년엔 함경북도 두만강 유역이 완전히 쓸려 나갔고, 2015년엔 나진이 또 숱한 사람들이 죽어 새로 건설했고, 2012년 검덕 대홍수, 2007년 평양이 물에 잠긴 대홍수, 이런 사례를 꼽으면 끝이 없습니다.

자연재해가 들이닥칠 때마다 숱한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올해 장마 때에도 강원도 김화에서 강물 범람을 피해 뒷산에 올라갔던 김화군 사람들이 오랜 장마를 이기지 못하고 물을 잔뜩 머금은 산이 무너지는 바람에 1000명 가까이 죽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원산에서 50명 가까이 죽고, 검덕에서도 수십 명 가까이 죽었습니다.

왜 북한만 자연재해 속에서 계속 신음하고 숱한 사람들이 죽습니까. 바로 김 씨 일가가 집권해 엉뚱한 방향으로 여러분들을 끌고 가기 때문입니다.

산사태는 산에 나무가 없어서 일어납니다. 대홍수는 강물이 범람해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산에 왜 나무가 없습니까. 땔감으로 쓰고, 소토지를 일구다보니 산에 나무가 자랄 수가 없습니다. 먹는 문제와 연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북한에서 해마다 재난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홍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양은 큰 비가 오면 또 물에 잠길 겁니다. 그걸 막으려면 강하천을 정비하고, 모래를 계속 준설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걸 못합니다. 준설선이 없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있는 준설선도 기름이 없어 운영되지 못합니다.

맨날 김정은이 지시한 평양종합병원 건설, 원산갈마관광지구건설, 삼지연 양덕 이런 사업은 물론, 무슨 전투 때마다 검덕에 보내고 원산에 보내고 하다보니 준설선이 쓸 기름은 후차 문제인 겁니다. 김정은 지시가 우선이고 이걸 못하면 죽이니 준설선 기름까지 다 빼서 공사장에 보냅니다.

이런 환경에선 북한이 매년 홍수 피해가 반복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당한 다음에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가 피해 복구를 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죠. 경제를 발전시켜 연료난에서 해방되고, 먹는 문제를 풀고 그러면 자연재해도 자연히 줄게 됩니다.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문을 열고 나와야 하고, 미국과 잘 협상해 핵문제도 풀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를 누가 결정해야 합니까. 김정은이 해야 합니다. 자기 할 일은 하지 않고 인민들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하게 하고는, 마치 인민을 위한 지도자인척 생색을 내면서 여러분들을 전투라는 채찍질을 해 마소처럼 부리는 겁니다.

결국 노동신문의 주장처럼 ‘오늘의 총공격전은 후대들을 위한 보람찬 강행군’이 아니라, 김정은을 위한 노예들의 행군일 따름입니다. 그 노예의 행진, 전투를 하루빨리 멈추는 것이 후대들을 위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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