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평양에 오픈한 이탈리아 식당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11.12
nk_italian_res-305.jpg 2008년 12월에 문을 연 북한 평양 광복거리에 있는 이탈리아 요리 전문식당 및 특산물 상점의 간판.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최근 몇 년간에 평양에 이탈리아 요리 전문 식당이 3개나 생겨났다고 들었습니다. 이탈리아 음식하면 주로 피자와 스파게티를 말하는데 제가 평양에 있던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피자와 스파게티는 상식책에만 나오던 것이었습니다. 그때 상식책을 보면서 피자나 스파게티, 마카로니 이런 것은 어떻게 생겼고 맛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남한에 오니 이런 것들이 너무나 대중적인 음식이어서 놀랐습니다. 수천 년 동안 밥과 된장국 김치를 주식으로 먹고 살아온 우리 민족의 입맛이 이렇게 빨리 변한 것을 보니 너무나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한국에서 요새 1인당 쌀 소비량이 80키로가 조금 넘는데 이는 하루에 쌀을 220그램밖에 소비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즉 하루 한 끼만 쌀밥 먹고 나머지 두 끼는 밥을 먹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부터도 밥을 안 먹는 날들이 많습니다. 그럼 뭘 먹을까요. 딱히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기 힘들 정도로 서울에는 갖가지 먹을거리가 넘쳐납니다. 저도 서울생활 8년째지만 아직도 피자와 스파게티는 느끼해서 그리 입에 맞지 않습니다. 남한에도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저처럼 피자 스파게티 이런 것에 길들여 있진 않는데 문제는 요즘 자라나는 아이들은 이런 음식을 너무 좋아합니다. 밥을 안 먹고 징징거리다가도 피자와 스파게티를 사준다면 눈이 반짝반짝해집니다. 이런 속도로 나가면 앞으로 몇 십 년 뒤에는 우리 민족의 힘이 쌀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에서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는 피자와 스파게티, 햄버거 같은 것만 대중적인 것이 아닙니다. 빠른 속도로 세계화되다 보니 전 세계의 음식들이 모두 들어와 널리 퍼져있습니다. 가정집들에서 가장 즐겨 배달시켜 먹는 음식으로는 치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 역시 북에 있을 때 구경도 못했던 음식인데 지금은 저도 잘 먹습니다. 치킨은 중간 크기의 닭에 밀가루 반죽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 것입니다. 북에 있을 때 닭은 비싸고 귀한 것이니 당연히 한 마리 생기면 황기, 대추 등등을 넣어서 곰을 해먹는 줄 알고 있었는데 기름을 물 쓰듯 하는 곳에선 이런 요리법도 있네요. 대체로 북에서 온 분들은 남쪽 음식이 북쪽 음식보다 달기 때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데 이 치킨만큼은 잘 드시더군요.

그리고 북에 없지만 남쪽에 아주 대중적인 음식으론 삼겹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삼겹살은 비계와 떼살이 차례로 있는 돼지고기를 말하는데 먹는 방법이 북쪽과는 다릅니다. 북에 있을 때는 돼지고기가 명절에나 그것도 좀 잘살아야 먹는 매우 귀한 것이었죠. 이번에도 10월 10일 날에 외신기자들이 평양 가서 찍어온 사진을 보니 평양 시민들이 공원에 무리로 몰려 나와서 돼지고기를 구워먹더군요. 남에선 돼지고기가 흔하니 구워먹는 부위도 삼겹살만 가려서 먹는데 북에선 일단 아무 부위라도 돼지고기면 그만이죠. 많은 사람들이 명절에 돼지고지 몇 점 뜬 국도 먹기 힘든데 어느 부위든 상관없이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것 자체가 참 자랑스러운 일이죠. 그런데 그렇게 먹기 보단 한국에 와서 보니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전에 북에 살고 있는 어떤 분에게 남쪽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더니 훗날 전화 와서 그렇게 해먹었더니 너무 맛있었다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먹냐 하니 남쪽에선 돼지고기를 구워서 상추에 싸서 먹습니다. 상추를 제가 살던 곳에선 부루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상추 잎에 돼지고기 한두 점 올려놓고 된장을 좀 바른 뒤 여기에 마늘과 풋고추, 오이, 당근을 함께 놓고 싸 드시면 고기가 느끼하지 않고 참 맛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시면 한번 이렇게 드셔보십시오. 북에는 돼지고기는 비싸지만 대신 남새는 눅으니깐 추가로 크게 부담되진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쪽에선 이렇게 피자니, 치킨이니, 삼겹살이니 하면서 기름진 음식이 너무 많아서 비만환자가 늘어나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비만 걸리면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에 매우 취약합니다. 물론 기름지지 않은 음식도 많죠. 대표적인 사례가 물고기 회인데 저는 북에서 회하면 낙지회와 쥐치회 정도만 먹었고 그것도 양념에 버무려 먹었는데 여기는 살아있는 생선살을 발라내서 그대로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습니다. 일본말로 사시미라는 것인데 여기서 회라면 이것을 의미합니다. 식당까지 살아있는 고기를 수족관에 넣어 날라 오다보니 회는 좀 비쌉니다.

앞으로 세계화된 남쪽의 음식문화와 세계와 고립되고 폐쇄된 북쪽의 음식문화는 점점 차이가 커질 겁니다. 이런 가운데 평양에 이탈리아 식당이나 햄버거 전문점이 생겼다는 것은 그나마 세계를 좀 아는 효과는 만들 것입니다. 물론 이런 식당에는 돈이 있는 사람만 가고 가난한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겠죠. 왜 그런 식당들이 생겨났는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떨쳐 일어나면 군대를 동원해 쉽게 진압해버리면 끝입니다. 하지만 돈이 있는 부유층이 불만을 가지게 되면 그 체제는 참 불안해집니다. 이제는 평양에도 권세와 돈을 움켜쥔 부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니 당국이 이런 부자들이 돈을 뿌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겠죠. 돈은 벌었는데 쓸 곳이 없다면 그 불만이 정부를 향하지 않겠습니까. 왜 인민들을 위한다면서 평양에 인민은 꿈도 꾸지 못할 고급음식점들이 많이 생겨나는지 좀 이해되시겠죠. 점점 가진 자들의 왕국으로 변질돼 가는 북녘을 보면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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