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두산의 개봉에 대한 단상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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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영화 '백두산'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이병헌(왼쪽부터), 수지, 전혜진, 하정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19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영화 '백두산'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이병헌(왼쪽부터), 수지, 전혜진, 하정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국에서는 매달 10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이중에서 흥행이 보장되는 영화는 한 절반쯤 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 하나 찍으면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갑니다. 이걸 표를 팔아 벌어야 하는데, 표 값이 제작비를 메우지 못하는 영화는 망한 영화고, 제작비보다 표를 팔아 더 번 영화는 흥행한 영화입니다.

제작비 3000만 달러를 투자한 영화라면 1000만 명은 봐줘야 손해 보지 않습니다. 역으로 치면 제작비 1000만 달러 투자하면 300만 명 이상 봐야겠죠. 보통 관객 1000만 명이 영화를 보면 엄청 대박을 쳤다고 하는데, 이 정도 영화가 한 해에 몇 개 안나옵니다. 영화 산업은 도박인 것 같습니다.

올해 12월에 또 하나의 대형 도박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제작비가 2000만 달러 이상 들어서 700만 명쯤 봐줘야 손해 보지 않습니다. 이 정도로 제작비가 많이 든 영화를 한국에선 블록버스터라고 하는데, 이런 영화엔 보통 명배우들이 출연합니다. 이번 영화도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힘을 가졌다는 유명 배우가 3명이나 동시에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다름 아닌 ‘백두산’입니다. 백두산이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김씨 일가의 위대성과 결부해 생각되도록 세뇌되어 있지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런 것과는 하나도 상관없이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대형 재난 영화인 셈인데, 남과 북의 비밀 요원들이 맹활약한다 이런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런 설정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백두산이 혁명의 성산이라고 하면서 유언비어가 가능성을 차단해 과학으로서의 백두산이 잘 언급되지 않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백두산은 무서운 산입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세계에서 분화된 모든 화산 중 가장 큰 규모의 화산 폭발이 바로 백두산 폭발이었습니다. 화산의 왕 중의 왕인 셈인데, 지금도 죽은 화산이 아닌 휴지기에 들어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화산입니다.

화산 폭발로 지금의 백두산이 만들어진 것은 불과 1000여 년 전인 946년입니다. 백두산 폭발이 유사 이래 세계 최대 규모였다는 것은 남북한, 영국, 미국의 유명 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이 몇 년 전에 현장을 조사해 얻은 결론입니다.

이들은 백두산 천지 근처에서 화산 활동으로 생긴 암석에 남은 기체의 성분을 분석했는데, 황의 양을 측정해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화산 폭발로 알려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폭발 규모보다 더 컸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탐보라 화산은 1815년에 터졌는데, 이때 7만 1000명이 죽었습니다. 이때 나온 화산재는 반경 600㎞ 지역을 3일 동안 캄캄한 밤으로 만들었고, 이때 뿜어져 나온 가스는 성층권으로 올라가 햇빛이 지면에 닿는 것을 막았습니다. 그 결과 당시 지구의 기온을 수년간 1도가량 낮췄고, 많은 농축산물이 피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국제연구팀은 백두산 폭발로 공기 중에 무려 4500만 톤의 황이 방출됐다고 합니다. 당시의 화산재는 그린란드의 빙하 속에서 발견될 정도로 엄청난 흔적을 남겼습니다.

그랬던 백두산 화산이 1668년과 1702년, 1903년에도 분출했습니다. 물론 이때는 규모도 작고 주변에 인가들이 없어 피해가 크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백두산 화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백두산 주변에서 총 10회의 지진이 발생했고 백두산 주변 땅속 민감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2~2005년 사이 백두산 천지 근방에서만 3000회 이상의 화산지진이 발생해 화산 분화 징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최근 조사에 의하면 휴화산이던 백두산이 활화산으로 활동하기 시작했고, 온천수의 온도가 60도에서 80도로 20도나 올라갔다고 합니다.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해도 한국에 미치는 피해는 제한적입니다. 왜냐면 한반도 상공에는 편서풍이란 기류가 늘 흐르는데, 이 기류는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하면 일본으로 화산재를 날리지 한국까지 그리 피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다만 946년에 있었던 규모의 그런 대형 화산이 터지고 마침 그때 북동풍이 분다고 가정했을 때 남쪽도 약 100억 달러 정도 피해를 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에만 최고 10.3㎝의 화산재가 쌓이는 등 상상을 초월한 농작물 피해가 우선 예상되고 국내 모든 공항은 최장 이틀 동안 폐쇄된다고 합니다. 화산폭발에 의한 지진이 한반도 남단의 부산 지역 10층 이상의 건물까지 파손시킬 가능성도 있답니다.

이 정도면 북한의 피해는 더 말할 것도 없지요. 화산재와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물론이고 20억 톤에 이르는 천지 물이 화산재와 함께 대기 중에 올라가 함경북도 일대에 시간당 800㎜ 이상의 어마어마한 대폭우를 쏟아 부을 수도 있답니다. 시간당 800㎜ 정도면 거의 1년에 올 비가 한 시간에 온다는 뜻인데, 이 정도면 함경북도는 떠내려간다고 봐야 합니다.

양강도, 함경남도 역시 거의 망하고, 사람도 엄청 죽는다는 뜻입니다.

물론 제가 여러분들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싶은 의도는 없습니다. 백두산이 아직은 괜찮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요즘은 과학이 발달해 분화 조짐이 있으면 며칠 전에는 알 수 있을 것이고 대피할 시간도 있겠죠. 그런데 대피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해보니 북에선 갈 데가 없군요. 교통도 열악하고 외국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처지이니 말입니다.

이런 사정인데 김정은이 계속 백두산 줄기와 붙은 길주에서 핵실험을 해서 땅속을 흔들어 놓으니 북한 사람들이야 영문을 모르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남쪽 사람들이 더 불안해합니다. 제발 이런 불장난은 이제 그만두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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