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남과 북의 군대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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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군대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북과 남에 공통으로 존재하지만 참 많이 다른 것이 군대인 것 같습니다. 만 16~17살에 입대해서 10년씩 복무하는 북조선 군대야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으니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한국군대는 24개월 그러니 딱 2년 복무합니다. 북조선에선 10년씩 복무한다고 하면 모두 깜짝 놀랍니다. 이렇게 2년만 군 복무를 해도 되는 이유는 남과 북의 군대 숫자가 다르고 인구가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한국 군대는 현재 68만 명입니다. 주한미군까지 합해봐야 70만 명 조금 넘습니다. 반면 북조선 군대는 112만 명 정도 됩니다.

한국군이 숫자가 작은 것은 무장이 아주 현대화됐기 때문에 68만 명으로도 112만 명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 한국의 인구가 5000만 명이 되니 2000만 명 좀 넘는 북조선보다는 군대에 갈 수 있는 인원이 많아서 2년 해도 머리수는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북조선에서는 여성들도 군대에 가지만 여기서는 여성들은 특수부대처럼 아주 예외적인 경우는 내놓고 군대에 가지 않습니다. 여성부대를 여군이라고 하는데 월급도 회사 다니는 것 못지않게 주고 대우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를 위해 거의 무료로 2년을 바쳐야 합니다. 2014년에는 2년도 다시 줄여서 1년 반이 됩니다. 북조선이라면 초급병사 정도 연조가 될 때 제대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전투력은 유지될까요?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총만 들고 전투를 진행하면 북조선 군인보다는 떨어지겠죠. 하지만 요즘은 총만 들고 하는 전투가 거의 없어서 무기가 좋은 쪽이 유리합니다.

북조선 군인이 여기 와서 한국군보면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을 겁니다. 한국군의 병사 계급은 네 단계로 구분되는데 입대해서 한두 달 신병훈련을 받은 뒤 이등병이 됩니다. 그리고 반년에 한번 씩 일등병, 상병, 병장 순으로 승진하고 제대됩니다. 일단 1년이 지나 상병만 돼도 부하들을 밑에 두고 폼을 잡고 병장이 되면 제대될 날만 기다립니다.

북조선에선 입대 1~2년이면 제일 밑에서 고생을 엄청 할 때인데 여기선 부하들 열 명 정도 거느린 분대장이 됩니다. 군대 가는 나이는 스무 살부터 36살까지입니다. 여기선 고등학교 졸업하면 스무 살이 됩니다. 북에선 11년제 의무교육이라고 하지만 여기선 유치원 다 졸업해서 8살에 학교 들어가 12년 동안 학교 다녀서 우리 나이로 스무 살에 졸업합니다.

군대 가면 이론적으로는 20살짜리가 삼촌벌이 되는 36살을 부하로 둘 수 있습니다. 늦게 군대에 가면 정말 서러운 일이 많습니다. 한참 동생벌이 되는 사람이 군에 몇 달 먼저 들어왔다고 반말하면서 괴롭히거든요.

이런 군대 문화가 한국의 직장 생활에도 만연해 있습니다. 회사 먼저 들어가면 무조건 선배가 돼서 지시하는 입장이 됩니다. 인생경륜이 어찌됐던 된장 얼마나 먹었던 상관없이 회사 늦게 들어가면 손해 많이 봅니다. 북에선 그래도 나이는 존중해주는데 말입니다.

한국에서 많이 쓰는 말 가운데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것은 군대에 간 남자친구 즉 애인을 배신하고 딴 남성을 사귄다는 말입니다. 20살 넘어서 군대에 가다보니 남성들이 연애하던 여성들을 두고 군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2년 동안 군대생활하면 남성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여성들도 이 기간 참지 못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군대간 남자친구에게 ‘미안해’하고 한마디 남기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다른 남성의 애인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몇몇 여성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에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군대간 남자친구 2년 기다리는 여성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여기선 연애할 때 만났다 헤어졌다 하는 것이 북조선보다 훨씬 자유롭고 쉽게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군대는 신체검사를 해서 정 통과 못되는 사람을 빼고는 누구나 무조건 가야하는 의무사항입니다. 그런데 이거 안가겠다고 고의적으로 병을 위조하다가 적발되는 일도 심심치 않습니다.

예전에는 아주 고위급이나 부자 자식들은 어떤 핑계를 내대고라도 군복무에서 빠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부모 잘 만나 군대에 안가는 사람을 ‘신의 아들’이란 말로 비꼬는데, 요즘은 사회가 많이 투명해져서 고위급이라고 해도 자식을 빼긴 쉽지 않습니다. 북조선 군인이 한국 군대 보면 정말 군대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점이 많습니다. 휴가만 실례로 든다면 북에선 10년 동안 집에 한두 번 가면 잘 가는 것인데 여기선 고작 2년 동안에 휴가만 4번이 넘습니다. 입대해서 100일이 지나면 집에 휴가 보내주고 이후에도 적어도 반년에 한번씩 집에 가서 열흘이나 보름 동안이나 놀다 오게 합니다. 그리고 군대 내에서 구타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렇게 좋은 군대도 사실 외국에서 보면 ‘저거 왜 있지’ 할 정도로 불필요한 것입니다. 군대 갈 걱정 없이 사는 나라가 세계에 얼마나 많다고요. 아무튼 군대 이야기는 밤을 새면서 해도 모자라는 정말 긴 주제입니다. 빨리 남북이 통일돼서 우리 청년들이 군대 갈 걱정 없이 사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면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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