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언론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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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언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언론이라고 하면 신문, 방송, 라지오, 통신 등을 말합니다.

제가 볼 때 남과 북의 언론 환경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한국엔 너무 많아서 문제이고 북조선엔 너무 적어서 문제입니다.

한국에는 언론사가 1000개가 넘습니다. 신문사가 한 400개 정도 되고, 방송사가 180개 정도, 인터넷언론이 500개 가까이 됩니다.

신문은 다시 전국신문, 지역신문, 스포츠신문, 전문신문 등으로 나뉩니다. 전문 광고만 발행해주는 신문까지 합치면 신문사는 400개가 아니라 1000개도 넘을지 모릅니다.

언론사 규모도 다 다릅니다. KBS처럼 직원이 5000명이 넘는 언론사도 있고, 작은 인터넷 신문처럼 두세 명이 할 수 있는 언론사도 있습니다. 올해 한국의 전체 언론종사자는 5만 명 정도 됩니다.

이렇게 많은 언론사 중 많이 알려진 것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방송으로 보면 KBS, MBC, SBS가 가장 많이 보는 방송이고, 신문에선 제가 있는 동아일보를 포함해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신문입니다. 이런 방송과 신문들은 북조선의 최고위층들도 매일 봅니다.

한국에 1000개가 넘는 언론사들은 어떻게 운영될까요. 북에서는 조선중앙방송이든, 노동신문이든 직원들은 모두 국가에서 로임과 배급을 받고 살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언론사는 구독료와 광고비로 운영됩니다.

신문사의 경우 한해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100원이다 하면 이중 20원 정도는 보는 사람들에게서 구독료로 받고, 나머지 80원 정도는 기업들이 신문에 내는 광고비를 받습니다. 불경기가 찾아오면 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이기 때문에 언론사도 함께 경영에 타격을 받고, 호경기가 오면 기업과 언론사가 함께 좋아집니다.

남과 북의 언론관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언론이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잘못된 일이 있으면 비판하고 수정할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북조선에서는 언론이 조선로동당의 선전선동 기능을 수행하죠. 그러다보니 한국 신문에는 비판기사가 많고, 사건사고 기사가 많습니다. 반면 노동신문에는 비판기사라고 하면 자본주의 나라 비판하는 기사만 있을 뿐 국내에서 벌어진 어떤 일도 비판하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죠. 대신 노동신문에는 당 정책 선전과 미담기사만 보이는데 미담 기사는 한국 언론도 많이 나갑니다.

한국의 언론 현실과 세계 여러 나라들의 언론 현실은 큰 차이는 없습니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언론의 양상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니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이 신문과 잡지, 책을 발행하는 인쇄매체입니다.

예전에 제가 인터넷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무엇이든 다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종이신문을 사보지 않고 인터넷, 다시 말해 컴퓨터 화면으로 뉴스를 읽습니다. 그러니 신문이 팔리지 않는 것이죠. 요즘은 인쇄매체의 위기라고 합니다. 인쇄매체보다 먼저 위기를 겪은 것은 라지오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눈으로 보는 것을 선호하지 귀로 듣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라지오와 신문 둘 다 아직은 건재하고 또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번성하지 않는다는 것뿐이지 영영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이 있으면 생기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급속히 늘어나는 것들이 바로 인터넷 언론입니다.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고 뉴스를 콤퓨터를 통해 인터넷에만 올리는 것이죠. 그러니 인터넷 언론은 운영비가 매우 적게 듭니다. 인쇄매체는 종이 값만도 엄청 듭니다. 로동신문이 6개면인데 한국 신문들은 보통 40~50개 면을 발행합니다. 그래서 접어놓으면 책만큼 두껍습니다. 저희 신문만 봐도 신문용지나 인쇄잉크를 사는데만 1년에 1억 달라 넘게 씁니다. 그런데 인터넷은 이런 것이 없으니 눅게 운영되는 것이고 그만큼 경쟁력이 높습니다. 인터넷 언론과 함께 이제는 개인 블로그라는 것이 뜹니다. 블로그란 쉽게 말하면 개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말과 의견, 각종 소식 등을 전하는 것이죠.

지금 한국은 블로그가 번창하는 시대입니다. 전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기 의견을 밝히는 시대에는 기자들의 역할이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종이신문 기자인 저도 개인 블로그를 운영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죠. 제 블로그에는 매달 평균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찾아와서 제가 쓴 글들을 읽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들이 제가 쓴 글 아래에 자기 의견을 남깁니다. 서로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죠.

인터넷이나 블로그 같은 것은 말로만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이해하시기도 힘드실 겁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한번 보면 끝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한번 들어보시면 전혀 모르기보단 훨씬 나을 것이라고 봅니다. 저도 북에서 이런 것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습니다. 중국에 나와서 2년 뒤에야 인터넷을 배웠거든요. 혹 해외에 나오시면 인터넷부터 배우십시오. 여러분들이 인터넷을 만날 때쯤이면 세상은 또 크게 달라져있을지 모릅니다. 여러분들이 로동신문을 인터넷으로 보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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