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성하의 서울살이] 경제학 거스르는 김정은의 새 시도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02.02
[ 주성하의 서울살이] 경제학 거스르는 김정은의 새 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지난 23~24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발전을 위한 '20×10 정책' 실행과 관련한 경제실무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분과별 연구 및 협의회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 들어 김정은이 또 하나 실패가 뻔한 길로 북한 인민을 끌고 가고 있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대외적으로동족·통일개념을 지우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한 김정은은 내부적으론지방발전 20X10 정책으로 인민생활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 내용은 여러분들도 이미 알다시피 매해 20개 군에 앞으로 10여 년간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의 모든 시, 군들과 전국 인민들의 물질문화 생활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신문은 “80년을 가까이하는 우리 당의 역사, 75년을 경과한 공화국의 장성 발전사에서 처음으로 되는 거대한 변혁, 거창한 혁명이라고 추켜세웠는데 과연 그럴까요. 제가 볼 때는 10년짜리 또 다른 거창한 헛발질이 될게 뻔합니다.

 

도대체 김 씨 일가가 지난 80년 동안 인민생활을 개선하겠다고 그렇게 공언해도, 현실은 늘 반대로 흘러갔죠. 이번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것이 실패작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압니다.

 

김정은은 23일부터 이틀간 평북 묘향산에서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하면서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의 발언을 보면 현실 인식이 너무 황당해 회의장 간부들이자다가 잠꼬대를 하는 것 아닐까하고 속으로 의심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다 당황스러운데, 보도를 접한 인민들도 기가 막혀 당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정은은반드시 하겠다고 결의했지만, 그게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은 김정은만 빼고 모두가 압니다. 하지만 하지 않으면책임을 묻겠다”, 목을 내놓으라라니 무서워서 말을 못할 뿐이겠죠.

 

김정은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려면 책 하나를 써도 모자랄 판이지만, 그 연설을 듣고 북한 사람들의 머리에 떠오를 가장 원초적 반박이라도 제가 대신 해주고 싶습니다.

 

김정은은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 소비품을 비롯해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 당과 정부에 있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 북한 사람들은 되묻고 싶을 것입니다.

 

“그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고는 있나. 된장, 간장, 칫솔, 치약 등을 공급하지 못한 것이 아무리 짧게 잡아도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는데, 긴 세월을 모르는 척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니, 자다가 깬 것인가? 그나마 드디어 이밥에 고기국, 기와집 타령을 하지 않으니 다행스러운 건가?” 이렇게 말입니다.

 

공장 200개를 짓는데 성공해도 주민 생활이 얼마나 좋아질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작 주민들의 걱정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인민은 워낙 반세기 넘게 시달려서 이럴 때마다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공장 건설 인력은 군인들을 동원한다 해도, 건설비는 누가 대지?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생산설비, 자재, 원료는 어떻게 마련한단 말인가. 돈도 안주고 책임을 묻겠다면 또 우리 주머니를 악착같이 털겠다는 말이구나이게 모두의 걱정이죠.

 

공장을 지어도 문제입니다. 이미 있던 공장들도 전기, 생산설비, 원료, 경쟁력 등 각종 문제 때문에 망가진 지 오랜데, 새로 또 짓는다고 이런 문제가 해결될 리도 만무하겠죠. 간부들의 궁금증 몇 개는 이미 김정은이 대답을 주었습니다.

 

건설자재, 설비, 원료기지를 해당 지방 당 간부들이 책임지고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이건 아랫돌 뽑아 윗돌 괴는 식이지요. 심지어 국책 사업으로 해결해야 할 전기, 철도 문제까지 간부들에게 책임을 전가했으니, 간부들도 기막힐 것입니다. 아마 속으론차라리 정찰위성, 미사일에 빠져있을 때가 그립겠군. 어차피 앞으로도 돈이 생기면 무기 만드는데 탕진할 거면서, 자기가 못한 일을 최강의 대북제재 와중에 우리보고 해결하라니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국책 사업으로 추진하다가 망친 사례는 부지기수입니다.

 

폐허로 방치된 원산갈마관광지구, 껍데기만 완공된 평양종합병원, 파리만 날리는 마식령스키장, 준공식을 성대히 열고도 5년째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순천인비료공장…. 정말 많지요. 돈을 다 틀어쥐고도 실패만 거듭한 지도자가 권한 없는 부하들에겐 실패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니 간부들도 눈앞이 캄캄할 것입니다. “전기와 사료가 없다고 말했다가 조건타발을 한다며 처형된 자라공장 지배인 신세가 되지 않길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나중에 몇몇 공장이 돌아가도 생산 지속가능성과 품질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때 가서 지금까지 중국제를 써왔던 인민에게 한심한 품질의 북한산을 쓰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할지도 궁금합니다.

 

김정은은 조용원을 책임자로 하는 비상설추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실패를 대비한 희생양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 간부로 살아온 조용원이 경제를 알면 얼마나 압니까.

 

그리고 한국도 그랬지만, 중국도 특정 지역에 비슷한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공단을 만들어 거기서부터 성과를 만들었지, 온 나라에 공장들을 널어놓고 경제가 발전한 사례가 없습니다. 기차라도 제대로 다니면 모르겠습니다. 김정은부터 경제의 경자도 모르니 남들이 특구라는 걸 왜 만드는지 이해도 못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사회주의를 고집하는 북한 체제에선 특구를 만들어도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합니다.

 

북한은 시장경제만 도입해도 바로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앞으로 망할 게 뻔한 사회주의 채찍을 10년 더 휘두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저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들의 머리에 공통을 떠오를 생각은앞으로도 희망이 없구나. 우린 또 망했구나이것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