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서울살이] 6.15공동선언 22주년의 의미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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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서울살이] 6.15공동선언 22주년의 의미 2000년 6월 13일 오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직접 마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다음 주 15일이면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 22주년입니다. 2000 6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오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22년이 지났습니다. 그때 저는 북에 있었는데 순안공항에서 김정일과 김대중 대통령이 포옹하는 장면을 보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죽고 6.15 성명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6.15공동선언을 역사적이라고 하는데, 22년이 지나서 돌아보면 역사적인 게 뭐가 남아있나 싶습니다. 멀리 와서 보면 김씨 일가는 통일 같은 것에 전혀 관심도 없고, 그냥 연극에만 집착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6.15 공동선언에 역사적인 것이 있다면 그건 북한 독재 정권과는 통일에 대해 어떤 선언을 해도 그냥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해준 것이라고 봅니다.

 

6.15공동선언에서 김정일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정일이 과연 서울에 올 생각이 있었을까요. 저는 전혀 없었다고 봅니다. 이후 2007년까지 북한에 우호적인 노무현 정부가 집권했는데 오려 했으면 얼마든지 올 수 있었죠.

 

김대중 정부는 북한에 막대한 경제지원을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매년 북한에 식량 40만 톤, 비료 10만 톤씩 보냈습니다. 이렇게 지원을 하니 김정일은 한국과 사이좋게 지내는 척했는데 결국 이명박 정부 들어 식량 지원이 중단되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국이 건설한 개성공단도 가동이 중단된 지 벌써 6년이 넘어 상처만 남긴 6.15공동성명이 됐습니다.

 

여러분 한번 돌아보십시오. 2000년보다 지금 생활이 더 나아졌습니까.

 

한국은 그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2000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1,946달러였는데, 일본은 그때 37,302달러였습니다. 일본이 한국보다 3배 넘게 더 잘 살았다는 것입니다. 제가 2002년에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소득이 3배나 더 많은 일본을 부자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6.15 공동선언이 채택되고 20년이 지난 뒤 일본과 한국의 국민소득은 38,000달러 대 37,000달러 선으로 한국이 일본의 96%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실제 물건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평가했을 때 한국은 4년 전인 2018년에 43,000달러를 넘겨 42,700달러를 기록한 일본을 추월했습니다. 노동자 평균 월급도 지금 한국이 더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제 한국은 일본보다 더 잘사는 나라라는 뜻입니다. 과거엔 한국 사람들이 돈을 벌려 일본에 갔지만, 이젠 일본 사람들이 돈 벌려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일본을 넘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한국이 대단한 발전을 이뤘는지 상상이 되십니까. 제가 일본을 비유한 것은 북한 사람들에게 일본이란 나라는 엄청나게 부자 나라로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은 중국보다도 1인당 GDP 3.5배 더 높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쳐 오면서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3배나 더 발전했습니다. 이중엔 북한에서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해댔던 대통령도 있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결국 나라는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도무지 발전이 없습니다. 지금 한국의 38분의 1 수준인 1,000달러 수준이라는데 통계도 내지 않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그 안에서 사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먹고 사는데 가장 기본적인 먹을 것이 풍족해졌나, 전기가 잘 오나, 물이 잘 오나, 어느 것을 봐도 예전과 획기적으로 좋아졌다고 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인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독재자들이 위에 앉아 자기들 배만 채우니 북한이 발전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김정은도 집권 초기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 말에 많은 사람들이 우리도 이제 다시 잘살게 되냐고 희망을 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은 것은 김정은뿐인 듯싶습니다. 고도 비만이 된 김정은만 좋았지, 인민의 삶은 2012년이 훨씬 더 나았습니다. 김정은은 못사는 원인을 미제의 고립 압살 책동과 코로나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제의 고립 압살 책동이란 상투적인 핑계는 반세기 넘게 우려먹고 있고, 코로나는 전 세계에 다 퍼졌는데 북한만 유독 큰 타격을 입을 이유가 없죠.

 

다시 남북 관계로 돌아가면 6.15 공동선언 이후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찾아갔습니다. 잘 사는 한국이 북한을 도와주려 더 애를 쓰는데, 김 씨 일가는 무서워서 서울에 올 생각도 안 하고 숟가락으로 떠먹여 주겠다는데도 한사코 거부합니다. 지금도 한국 정부는 북한에 의약품을 지원하겠다고 하는데도 북한은 아무런 대답도 없습니다. 이게 정말 잘못된 거죠. 일본보다 더 잘살게 된 부자나라 한국이 도와주겠다는데 문을 꽁꽁 막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 감옥에 잡아간다 난리 피우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김정일, 김정은만 문제가 아닙니다. 썩 이전인 1972년 김일성은 한국과 7.4 남북공동선언을 채택해 통일을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으로 이뤄가자고 했습니다. 그래 놓고 돌아서선 잉크도 마르기 전 아들에게 권력을 물러주어 세습 왕조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김정일도 마찬가지로 3대 세습 왕조 만들기에만 열심이었죠. 김정은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별 좋은 얘기를 다 하고는 문을 닫고 나오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남북공동성명은 결국 북한에 김 씨 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어떠한 남북 합의도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 김씨 왕조에게는 어떤 희망도 가지면 안 된다는 것, 통일은 김 씨 왕조가 붕괴될 때만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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