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 병사의 목숨 값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06.14
[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 병사의 목숨 값 일본 서부 해안으로 떠내려온 북한 선박. 이 선박 속에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있었다.
Photo: RFA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한국 정치권의 중요한 화제 중 하나는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지난해 순직한 해병 사건 수사에 누가 외압을 행사했냐, 아니냐를 따지자는 말입니다.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2023 7월 경북 예천에서 수해가 발생했고, 실종자도 생겼습니다. 재난 현장엔 군인들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도 북한의 해상육전대에 해당하는 특수부대인 해병대가 수색에 투입됐습니다. 그러다가 입대 4개월도 채 안된 신입병사가 내천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건 사고야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죠.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됐냐면, 해병대 수사단이 대대장, 여단장, 사단장 등이 무리한 수색을 시켜 사고가 발생했으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대통령실에서 사단장까지 처벌받을 필요가 있냐며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생겼습니다.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은 지휘관을 감싸려는 지시가 국방장관이 내린 것이냐, 대통령이 내린 것이냐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금 몇 달째 의회에서 이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특별 검사를 임명해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고, 대통령 실은 불법적인 요소가 없다면서 민주당이 통과시킨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민주당은 다시 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릅니다.

 

제가 설명을 최대한 요약하려 했는데,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오늘 말하려는 본질은 사건 내용이 아닙니다.

 

만약 북한 사람이 한국에 와서 이 과정을 보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수해복구 중에 사고로 사망한 병사 때문에 이토록 한국 사회가 난리가 났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인간에 대한 남과 북의 세계관이 극명하게 비교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라면 명령을 받고 수행하는 작전에서 병사가 희생됐다고 지휘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습니까. 가령 평양 화성지구 건설에도 수 만 명의 병사가 동원됐는데, 어떤 병사가 위험한 건설 작업을 하다가 사고로 죽었다고 해서 지휘관이 책임을 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사단장, 여단장은커녕 분대장도 이로 인해 철직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 북한에선 이 순간도 수많은 대형 사건 사고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도 남북 접경지에 국경선을 설치하라는 명령을 받고 과적을 한 배를 타고 가던 북한군 90여 명이 강원도에서 한꺼번에 죽었다는 이야기가 남쪽에도 전해졌습니다.

 

사실 여부를 확신하기 어렵지만, 북한에서 이러루한 대형 사건은 자주 일어나는 것이니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죽으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그냥 전사증 하나만 집에 보내고, 시신을 집에 보내지도 않고 부대 인근에 묻어버립니다. 아무런 보상도 없습니다.

 

고향의 부모형제는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누군가의 무리한 지시에 따라 죽지 않아도 되는 자식이 죽은 것은 아닌지를 전혀 모릅니다. 북한은 사고인 경우 자세한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군에 갔던 자식이 죽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 시절에 저도 북에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도 많은 병사들이 허약에 걸려 죽었지만, 집에 오는 사망 통보는 간단합니다. 굶어 죽었다는 얘기는 전혀 없습니다. 당신 아들이 임무 수행 중에 죽었다는 것이 다입니다. 국가가 굶겨 죽이고선 아들이 조국을 위해 희생됐다는 식으로 마무리합니다.

 

더 억울한 것은 사망통보를 받아도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사망통보서는 자식이 죽고 한참 뒤에 도착합니다.

 

무덤이라도 찾고 싶어 가려면 기차가 일주일씩 다니니, 가난한 집에선 떠날 엄두도 못 냅니다. 가봐야 무덤을 파서 올 수도 없습니다. 자식을 바친 부모에 대한 어떤 배려도 없습니다. 적어도 아들의 무덤에 가겠다고 하면 기차를 우선적으로 타게 하는 특권을 준다거나 식량을 좀 준다거나 그런 사소한 배려도 없습니다. 뇌물을 주어 통행증을 발급받아, 내가 산 식량을 먹으며 부대에 가야 합니다. 가봐야와도 일이 없어 다들 안 오는데, 이 부모는 왜 이리 유별나게 부대까지 찾아오냐는 식으로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을 만나게 됩니다.

 

그때 금강산발전소 건설이 진행됐는데 백리 지하물길을 건설한다며 수천 명이 희생됐습니다. 그들의 시신은 금강산발전소 인근 산에 집단 매장돼 있습니다. 그중에 무덤을 파서 고향으로 자식을 데려간 사람이 있습니까. 시신을 가져가려면 차를 동원해야 하는데, 부자가 아닌 이상 누가 며칠씩 차를 빌릴 수 있습니까. 못합니다. 이런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인데도 하지 않으니, 북한에선 죽으면 그냥 오로지 자기 책임입니다.

 

군에 가면 살아남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모들도 자식을 군에 보낼 때훔쳐 먹든 강도짓을 해먹든 상관없이 제발 허약에 걸리지 말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 순간도 북한에선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수많은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간인들도 수없이 동원됐지만, 군인들도 수십만 명이 동원됐습니다.

 

안전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위험한 현장에 순수 인력으로 공사기간을 맞추려고 하니 무리한 지시가 군인정신’, ‘당에 대한 충성이란 포장으로 계속 하달됩니다. 그러니 사고가 수없이 터지고, 지금도 누군가의 집에 전사자 통지가 전달될 것입니다.

 

한국군에서 일어나 사고 처리 과정을 보면서 저는 인간이 아닌,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청춘을 무참히 짓밟혀 살아가는 북한 군인들이 떠올랐습니다.

 

조국이 여러분을 지켜주지 않는데, 왜 여러분은 조국을 지킨다고 하는지 그 질문부터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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