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서울살이] 탈북도 못하는 생지옥이 펼쳐지나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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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서울살이] 탈북도 못하는 생지옥이 펼쳐지나 북중국경에서 근무하는 북한 여군이 철조망 너머 중국 쪽을 바라보고 있다.
/AP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7월 들어 북에서 장마철이라 그런지 임진강에서 북한 주민들의 시신이 자주 발견됩니다. 어떤 이유로 물에 빠져 강을 따라 남쪽으로 떠내려 오는데, 최근 한 달 동안 4구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시신을 발견하면 수습해 북에 돌려주는 것이 맞는데, 북한에서 코로나 때문인지 시신을 돌려보내겠다고 해도 거부를 합니다. 그러니 이런 시신은 남쪽의 시신 냉장고에 보관되거나 또는 찾아주는 이 한 명도 없이 쓸쓸하게 묻히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참 안타깝습니다. 또 저들은 죽어서야 비로소 자유의 세상에 왔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요즘 탈북이 꽁꽁 막혀서 지금 누구도 한국에 오지 못합니다. 북한에서 한국에 올 수 있는 길은 저렇게 시신이 돼서 떠내려 오는 것밖에 없나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올해 상반기 입국한 탈북민은 19명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상반기엔 36, 2021년 전체로도 63명밖에 입국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보다도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속도면 올해에는 지난해 상반기에 온 숫자만큼 밖에 입국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입국자 중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입국하는 통상 경로인 중국과 동남아를 거쳐 온 탈북민은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지난해 입국자 대다수는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근로자로 일하다가 온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올해 상반기 입국자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왔을 겁니다.

 

중국을 거쳐 탈북민이 오지 않는 이유는 우선 탈북이 막혔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코로나가 시작되자 국경 1~2㎞ 구간을 접근금지 구간으로 정하고 밤에 접근하면 사살하도록 국경경비대에 지시했습니다. 전기철조망도 새로 세웠고 지뢰까지 매설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걸 넘어 중국 땅에 도착해도 이번에는 더 넘기 어려운 철조망이 기다립니다. 땅을 파지 못하게 콘크리트로 기초를 만들고 굵은 철사로 촘촘히 엮은 높은 울타리를 세운 뒤 그 위에 다시 원형 철조망을 쳤습니다. 분계선에 늘어선 철조망과 별 차이가 없는 겁니다. 거기에 감시카메라도 1~2㎞ 간격으로 달아 철조망 앞에서 조금만 시간을 지체하면 바로 중국 변방대가 출동합니다. 그렇게 잡혀 끌려가면, 코로나 기간에 탈북했다는 죄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목숨을 여분으로 몇 개 가지고 있지 않는 한 탈북할 엄두도 못 내는 것이죠.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 코로나 이전에 탈북해 중국에 숨어살고 있던 탈북민이라도 한국에 와야 하는데 이것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우선 지금까지도 한국에 오는 길이 없어 중국에 사는 탈북민 숫자는 고작해야 수천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또한 코로나 통제로 중국 내에서 지역간 이동이 철저히 차단됐거나 검문이 엄격해져 신분증이 없는 탈북민은 이동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걸 뚫고 기존의 탈북 통로인 동남아 국경까지 와도 또다시 높은 장벽이 막아섭니다. 중국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최근 남부와 동남아 국경 사이에 길이가 4800㎞에 이르는 철조망을 건설했습니다. 사실상 남부의만리장성이 된 이 철조망 역시 북중 국경의 철조망과 비슷하게 최대 3.6m의 높이로 설치됐고, 감시카메라와 센서로 주야간 감시됩니다. 2000년대 초반 탈북민들이 사용하던 몽골행 루트에도 철조망이 대거 보강됐습니다

 

결국 탈북해 한국까지 오려면 북중 국경을 넘을 때 목숨을 두 번 걸며 철조망을 넘고, 검문을 피해 그 넓은 중국을 가로질러야 하며, 다시 남부에서 목숨 걸고 또 철조망을 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엔 이 어려운 미션에 성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올해도 사정이 비슷할 겁니다. 사실상 갇혀서 죽을 수밖에 없는, 탈출이 불가능한 감옥이 되는 겁니다. 북한에선 몽떼 크리스토 백작에 나오는 이프섬이 바로 그러한 탈출 불가의 감옥으로 알려졌지요.

 

이렇게 도망치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게 되면 김정은은 그토록 원하던 탈북을 완전히 막았다고 기뻐할 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의 변화는 사실 20일씩 나타나지 않고 놀고먹고 있는 김정은에게도 좋은 일은 아닙니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 닥쳐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을 때, 북중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탈북했습니다. 당시엔 국경에 철조망도 없었고, 경비대 숫자도 훨씬 적었습니다. 김정일 시대엔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돼도 정말 굶어죽을 형편에서 탈북한 것이라는 것이 인정되면 이를 감안해 강제노동 몇 달 시키고 풀어주었습니다. 지금처럼 탈북을 곧 반역이라고 간주하지 않았던 것이죠. 그 결과 누적으로 약 20만 명이 중국으로 탈북한 것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보내준 돈으로 북한에 남은 많은 가족들도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돼도 도망갈 길조차 없어 앉아서 굶어죽어야 합니다. 쌓여가는 그 수많은 시체와 원망을 김정은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요. 산마다 무덤이 무수하게 생겨나던 고난의 행군 시기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정은은 집권 첫 일성으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여 매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그게 거짓말이 되는 셈이고, 그러면 인민의 신뢰를 잃게 됩니다.

 

지금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코로나 봉쇄로 2년 반 동안 수출입이 차단된 데다 비상용 창고도 다 바닥이 난 지 오랩니다. 이렇게 버틸 여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올해 들어 연이어 닥친 극심한 가뭄과 홍수로 흉작이 오면 대량 아사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벌써 황해도에선 전염병과 굶주림으로 사람이 죽어간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임진강 하구에서 발견되는 시신은 북한에서 머잖아 벌어질 대량 아사, 참혹한 비극의 전조처럼 느껴집니다. 이제는 죽어서라도 그 땅을 벗어나면 다행인 걸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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