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서울살이] 41년 만에 건설된 발전소를 보며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2.08.05
[주성하 서울살이] 41년 만에 건설된 발전소를 보며 북한이 함경북도 어랑천 일대 발전소 건설에 착수한 지 41년 만에 마지막 공사인 3호 발전소 건설을 마무리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5일 "어랑천발전소 건설 총계획도에 반영된 마지막 공사 대상인 3호 발전소 건설이 완공됐다"고 보도했다.
/연합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삼복 더위는 잘 이겨내고 계십니까. 조선중앙통신을 보니 5일에 어랑천 발전소 공사를 완공했다고 나오더군요. 별 것도 아닌 발전소 하나를 건설에 착수한지 무려 41년 만에 완공했습니다. 그 정도 발전소는 한국이라면 그냥 뚝딱 만들어내는데, 무슨 간고한 격전까지 벌이며 만들었다고 자랑하니 참 지금이 21세기가 맞는지 의심까지 들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이왕 만들어졌으니 제발 이건 제대로 가동되길 바랄 뿐입니다. 아니 북한에 뭐 수력발전소가 없어서 전기 사정이 그렇습니까. 있는 발전소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데 자꾸 새 발전소를 만들어내니 안타깝네요. 백두산 선군청년발전소라는 것도 그 산골짜기에 전국에서 청년들이 끌어 모아 사람 피로 갈아 넣고 건설했지만 지금 물이 새서 가동도 못하고 있다고 하죠. 북한이 하는 짓이 다 그런 겁니다. 통일이 되면 그 구실 못할, 언제가 위험해서 철거하느라 또 막대한 돈이 들 것 같습니다.

 

사실 수력발전소는 세계적으로 선호하는 발전소가 아닙니다. 한국의 경우 북한보다 전기 생산 능력이 약 50배 이상 더 많지만, 수력 발전이 전체 전기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1.2%에 불과합니다. 석유를 쓰는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전체 전기 생산량의 약 70% 이상 차지합니다. 지금 세계적인 추세가 신재생 에너지라고 해서 수력발전이 선호되긴 하지만, 사실 기초 투자가 많이 들어 들인 비용 대비 효과가 별로 좋진 않습니다.

 

북한 바로 위쪽 사할린 등 러시아 극동 지역에 어마어마한 가스와 원유가 묻혀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 김정일 시절부터 한국이 돈을 대서 가스관을 서울까지 끌어오고, 중간에 북한을 통과하니 그 비용을 주자는 의견들이 제기됐지만, 김정일이 머뭇거리면서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남북이 사이 좋게 지내면서 러시아가 비용 문제와 인력 문제로 제대로 개발하지 못하는 천연가스를 함께 개발해 한반도로 끌고 와서 나눠 쓰면 얼마나 좋습니까. 한국은 멀리 중동까지 가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사와야 합니다. 한국이 경제력으로 세계 10대 강국에 포함되니 돈을 잘 벌어서 그런 것이 가능하지만, 이왕이면 가까운 곳에서 천연가스를 끌어오면 1년에 수백 억 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수출액 기준으로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강대국입니다. 1년에 5,000억 달러 넘게 수출하는데 일본보다 대략 1,000억 달러 정도 적긴 하지만, 인구수도 훨씬 작고 땅도 작은 것에 비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죠.

 

정말 별 것을 다 파는데, 수출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얼마 전에도 폴란드와 무려 약 200억 달러의 무기 계약을 맺었습니다. K2라고 불리는 땅크 1000, K9으로 불리는 자주포 650, FA50으로 불리는 경공격기 60대를 팔아 도합 약 200억 달러가 됩니다.

 

폴란드는 바로 옆 나라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것을 보고 우리도 군을 키우지 않으면 당하겠다는 우려가 생겨 바로 국방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일단 사오는 사람의 입장에선 세계에서 제일 좋은 것을 사려고 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무기 분야에선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 성능을 가진 것이 미국입니다.

 

하지만 한국 땅크가 미국 땅크를 제치고 선정됐습니다. 더 좋다고 판단이 난 것입니다. 미국 주력전차인 에이브람스가 어떤 전차입니까. 걸프전 때 소련제 T62 T72 최신 땅크를 3,000대 넘게 갖고 있는 이라크와 붙어서 단 한 대도 격파되지 않은 정말 대단한 전차인데, 미국 땅크보다 한국 땅크가 더 좋다고 평가되는 겁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무기 박람회에 가면 한국 땅크는 유일하게 4세대 전차라고 소개됩니다. 북한이 갖고 있는 땅크는 겨우 2세대 땅크로, 1990년대 초반 이라크 땅크보다 수준이 떨어지는데 이런 고물은 아무리 몇 천 대를 갖고 있어봐야 실전에선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폴란드는 옆에 독일이라는 전차 생산에 있어 세계적 수준의 국가가 있지만 거기서 사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독일제 레오파르트 땅크나 미국제 에이브람스 땅크보다 한국 땅크가 훨씬 성능이 좋기 때문입니다.

 

K9 자주포는 또 어떻습니까. 자주포란 스스로 굴러가는 포라는 의미로 북에선 자행포라고 불리는데, 외형이 땅크처럼 생겼지만 땅크포 대신에 155미리 포를 달았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포병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는 추세인데, 한국의 자주포는 세계 각국이 서로 가져가지 못해 난리입니다. 세계 각국이 사는 자주포의 절반이 한국 K9 자주포입니다. 이게 사거리도 길고 명중률도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이집트에서 20억 달러 어치 사겠다고 해서 포를 갖고 가서 바다에서 움직이는 함정을 명중시켰습니다. 포탄으로 어떻게 함정을 딱 맞춥니까. 이건 포가 아니라 거의 미사일 수준입니다.

 

땅크와 포에 이어 비행기도 팔죠. 한국은 세계에서 초음속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는 8개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최근 생산하는 KF-21은 세계 전투기 시장을 장악하는 F-16, 유럽의 유로파이터, 프랑스 라팔 전투기보다 성능이 더 좋습니다. 앞으로 개량을 거쳐 미국의 F-22처럼 스텔스 기능까지 장착할 예정인데, 그러면 또 전 세계가 입을 딱 벌리겠죠.

 

비행기 땅크는 물론, 세계 최고의 조선 산업을 갖고 있어 이지스함도 스스로 만들고, 잠수함도 팔고, 아무튼 대단합니다. 저는 이걸 보면서 정말 우리 민족은 머리도 좋고, 제도만 잘 만나면 대단한 것들을 만들 수 있는 민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한도 같은 민족 아닙니까. 한국에서 전 세계에서 절찬 받는 무기를 만들고 있을 때, 북한은 41년 동안 그 머리 좋은 청년들을 내몰아 깊은 산골에 일제 때보다 못한 발전소나 짓고 있으니 정말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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