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또 내부에 칼바람이 불겠네요. 김정은이 김덕훈 총리 이름까지 콕 짚어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으니 이제부터 중앙은 물론, 저 아래 도시군 내각 간부들이 줄줄이 처벌되겠죠.
김정은이 물에 들어가는 사진을 연출한 것은 자기는 이렇게 헌신적인데, 아래 간부 때문에 북한이 못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겠죠. 저는 공개된 사진을 보면서 웃었습니다. 드론 촬영, 즉 항공 촬영까지 하면서 다양한 각도로 김정은을 보여줬는데 아니, 뭐 영화 찍습니까. 물에 잠겨 비상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그 긴박한 현장에 공중 촬영기까지 동원한다는 게 웃기지 않습니까.
북한 사람들은 핵 개발과 코로나를 핑계로 내부 빗장을 스스로 잠근 봉쇄 탓에 인민생활이 바닥을 치고, 비난이 높아지자 그 희생양으로 내각을 내세운 것임을 다 알 것입니다.
솔직히 내각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노동당과 군부에 밀려 실질적인 권력도 없고, 돈도 없고 평양 살림집 건설 현장에 인력과 장비, 연유를 대는 것만도 벅찰 겁니다.
무역으로 쥐꼬리만큼 벌어들이는 돈은 김정은이 핵개발과 각종 무기를 만드는데 모두 들어갑니다. 코로나 와중에 김정은은 자기의 호화 생활에 필요한 사치품과 식품, 약품 등은 매달 꼬박꼬박 중국에서 몰래 들여갔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잊으시면 안 됩니다.
김정은의 행태는 벌지도 못하면서 도박과 주색잡기로 세월을 보내는 가장이 기와장이 내려앉았다는 이유로 자식을 몽둥이로 내려치는 망나니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그런데 김덕훈도 자기 주제를 몰랐던 것 같긴 합니다. 공식 회의장에서 김정은에게 무릎까지 꿇고 아양을 부렸지만, 다른 사례로는 현장 시찰을 나갔는데 혼자서 긴 검은 가죽코트를 입고 뭔가 지시하더군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칠성판에 올라앉았는데 혼자서 그렇게 확 튀면 됩니까. 하루살이 목숨이라는 자기 주제를 몰라도 단단히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작년 11월에 제가 이런 정보를 들었습니다. 김덕훈의 아들이 30대가 훌쩍 지났는데 장가를 못 간다고요. 누구도 김덕훈한테 딸을 주지 않는 겁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것을 다 아는 겁니다. 그런데 더 웃기는 일은 이 사실이 김정은에게 보고가 올라갔는데도 아무 말도 없었다고 합니다. 김정은도 김덕훈은 언제든 제사상에 올릴 거라고 그때부터 생각한 것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 간부들은 이번에 우리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숨을 내쉬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들도 언제든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래 얼마나 많은 희생양이 나왔습니까. 그런데 북한에선 그걸 잘 보도도 하지 않고, 또 한때 잠깐 말이 돌다가 금방 잊혀집니다. 오늘은 여기서 죽고, 내일은 저기서 죽으니 과거 일을 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오히려 한국에 있는 제가 더 잘 기억하니 이번에 내각이 목에 칼을 맞은 것을 계기로 과거에 어떤 사람이 희생양이 됐는지, 그리고 어떤 부서가 제일 위험한지 간단히 한번 살펴봅시다.
이런 건 이름을 대면 줄줄이 나오죠. 장성택이 단연 으뜸입니다. 노동당 행정부 완전히 숙청돼 사라져버렸습니다. 2만 명 넘게 장성택 연루자가 돼서 죽거나 수용소에 끌려가고, 깊은 산속에 추방됐다고 합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인민군 차수로 등극해 김정일 영구차를 김정은과 함께 맨 앞에서 나란히 호송했던 이영호 기억하시죠. 이영호도 하루아침에 반당반혁명종파분자로 낙인됐습니다. 이렇게 큰 인물 하나가 숙청되면 다른 사람도 줄줄이 죽죠.
그럼에도 저는 북에서 살면 당 간부나 군부 간부 보다 제일 먼저 기피할 부서는 보위부라고 생각합니다. 보위부에선 대표적으로 실세 류경 부부장이 죽고, 이어 김원홍도 숙청됐습니다. 그렇게 두목들의 목이 날아가면, 그 아래 간부들도 류경 라인, 김원홍 라인 등으로 찍혀서 줄줄이 죽습니다. 본인만 죽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까지 수용소에 끌려갑니다.
제가 북에 살면 보위부 간부는 절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민들 탄압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치적 올가미를 씌워 가족까지 숙청되게 만드는 곳이 보위부입니다. 그렇게 인민들의 원성을 들으며 김정은의 칼잡이로 살지만, 그렇다고 김정은이 지켜주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도 주인의 칼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제일 높습니다.
두 번째로 저는 경제 부분 간부는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 경제는 다 파탄이 나서 회생 가능성이 없습니다. 인민생활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그러면 제일 먼저 희생양으로 제사상에 올라야 하는 게 경제 간부입니다.
이번에 김덕훈이 날아가고 얼마나 죽을지 모르겠지만, 저번엔 김두일 당 경제부장이 당의 지시에 반발한다고 찍혀 혁명화를 갔다 왔죠. 김두일의 목숨은 건졌는지 몰라도 밑에 간부들 많이 희생됐겠죠.
경제 분야에서 최고의 희생양은 박남기 계획재정부장입니다. 아니 화폐개혁을 김 씨 일가 허락없이 하겠습니까. 그걸 통해 인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박남기를 그냥 가서 쏴죽이고 죄 없는 아래 간부들과 가족들까지 다 숙청했습니다.
그 후임자인 홍석형은 그나마 똑똑했죠. 계획재정부장에 임명되니 친한 사람에게 “난 이제 칠성판 위에 올라간 목숨”이라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이게 어떻게 걸려서 홍석형도 숙청됐습니다.
숙청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면 그게 얼마나 치가 떨리는 일인지 알 수 없습니다. 당장 내 목숨을 걱정해야 하니 남의 목숨은 신경 쓸 겨를이 없죠. 제가 바깥세상에 나와 보니 숙청으로 사람을 줄줄이 죽이고 가족까지 관리소에 끌고가 짐승보다 더 못한 삶을 살게 하는 그런 곳은 지구상에서 오직 북한이 유일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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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양성원,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