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 러시아 방문, 공짜가 아니다
2023.09.22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김정은이 일주일간의 러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집권 이래 최장기 해외 체류가 되겠습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북한에서 갑갑하게 지내다가 모처럼 해외에 나와 신났는지 일주일 내내 공개되는 사진 속에선 싱글벙글 웃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김정은이 자주 해외에 나오는 것도 북한 간부들이나 인민들 입장에선 그리 나쁜 일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에 있어봐야 되는 일도 없고, 될 일도 없으니 항상 심기가 불편해 있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화가 나 있으면 맨날 짜증 내면서 누굴 숙청하라, 누굴 교양하라 이런 지시만 내리겠죠.
제가 북한을 보면 답답한 것이 사회주의를 표방하면 배급이라도 주어야지, 먹을 것도 주지 못하면서 계속 못살게만 구니, 능력이 없으면 염치라도 좀 챙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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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러시아에 있으면 적어도 일주일은 누굴 숙청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을 것이니 다행스러운 일이긴 합니다. 또 러시아에서 기분 좋아 돌아오면 당분간 누굴 죽이고 싶은 생각은 좀 덜 해질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번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은 우주와 군사 행보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러시아 우주기지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위성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미그 31을 생산하는 공장에도 갔고, 러시아 전략 항공군도 참관했으며, 태평양 함대 기지를 봤습니다.
제가 북한이 정찰위성을 쏜다고 할 때 이건 차원이 다른 기술로 북한이 무조건 실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두 번 쐈는데 다 실패했고 세 번째로 쏴도 결과는 뻔할 겁니다. 하지만 결국 김정은은 러시아에 가서 기술을 구걸했고, 우주 기술이 발달된 러시아가 도와주면 성공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북한을 위해 필요한 일일까요. 러시아가 기술을 가르쳐줘도 만드는 것은 북한이 해야 합니다. 지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전쟁으로 돈이 없어 쩔쩔매는 러시아가 위성 만들 돈을 주진 않을 겁니다. 위성을 만들려면 많은 돈이 들죠. 위성만 만들려 해도 북한은 허리가 휩니다.
미그 공장에 가서 최신 전투기를 보면 또 어쩔 겁니까. 전쟁에 쓸 포탄과 미사일도 없어 구걸하는 러시아가 최신 비행기를 북에 넘겨줄 여유는 없을 겁니다. 그게 얼마짜린데요.
그럼 기술을 배워서 북한에서 만들면 또 그게 얼마나 돈이 들겠습니까.
초음속 미사일을 구경하면 또 그걸 만드느라 돈이 들겠죠. 해군에 가서 핵 잠수함 구경하면 어쩔 건데요. 잠수함 한 척 건조하고 무장까지 탑재하면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북한은 돈이 없습니다. 만들 돈은커녕 공짜로 줘도 운용 못 합니다. 첨단 무기는 생산비용도 엄청나지만, 그걸 운용하는데도 막대한 돈이 듭니다. 가난한 사람한데 벤츠를 주면 몰겠습니까. 휘발윳값, 수리비 이런 걸 감당 못하죠. 인민이 굶어 죽어도 아랑곳 하지 않는 북한이지만, 없는 돈을 만들어 낼 수야 없지 않습니까.
이번 러시아 방문은 군사놀이에 빠진 김정은의 눈요기 견학에 그칠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사 올 가능성이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번에 푸틴이 자기 방탄차를 자랑했습니다. 이 차량은 설계에만 1억 5천만 달러가 들었다고 하니 가격도 몇천만 달러가 되겠죠. 이 차에 탑승해보고 김정은이 엄청 좋아하더군요. 그건 달라고 할지 모릅니다.
김정은이 지금 타는 차량도 150만 달러가 넘는 최첨단 벤츠 방탄 차량인데, 푸틴의 차량은 수천만 달러가 넘으니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겠죠. 나중에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들여온 차량을 타면 여러분들은 이런 생각을 해보십시오. 저게 공짜겠냐.
이번 회담을 보면서 저는 푸틴만 좋고, 김정은은 독이 든 성배를 든 격이라고 분석해 봤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며 1년에 1천만 발이 넘는 포탄을 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포탄 생산 능력은 1년에 1백만 발, 최대로 능력치를 끌어올려도 2백만 발이라고 합니다. 지금 러시아는 포탄 재고가 다 떨어져서 전선에서 포를 제대로 쏘지 못합니다. 이럴 때 러시아와 무기 규격이 같은 북한에서 재고로 쌓아둔 포탄을 가져오면 얼마나 이득입니까. 급한 불을 끄는 겁니다.
김정은이 수천만 달러짜리 차를 사 오면 그만큼의 포탄이나 미사일을 줘야겠죠. 그런데 그게 어떻게 만든 겁니까. 고난의 행군 시기 숱한 사람이 굶어 죽어갈 때 김정일은 “나라의 국방력 강화를 위해 인민들이 희생되는 것을 알면서도 허리띠를 조여 맸다”고 했습니다. 물론 궤변이지만, 어쨌든 그 군수공장들을 살리겠다고 엄청난 돈이 들어간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게 인민들의 생명과 바꾼 포탄과 미사일이 김정은의 방탄차를 사겠다고 러시아에 가면 이건 정말 화가 나지 않습니까. 물론 포탄과 미사일을 주고, 급한 대로 러시아의 밀과 석유를 들여올 수도 있습니다. 그걸로 끝나면 또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참관한 것은 군수공업입니다.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포탄과 기술을 바꿔오는 겁니다. 아니, 북한이 정찰위성을 쏴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저는 이해를 못 하겠습니다. 한국의 위성지도와 좌표는 이미 다 세상에 공개돼 있습니다. 북한 정찰 위성이 그것보다 잘 볼 수는 없습니다. 굳이 자존심 세우느라 정찰위성 쏠 필요도 없는데, 김정은은 세상에 정찰위성을 쏘겠다고 선언했으니 체면을 지키겠다고 러시아까지 가서 위성 기술 달라고 합니다. 이게 공짜입니까. 그거 다 북한 인민의 피땀으로 만든 무기와 탄약과 바꾸는 겁니다.
잠수함 건조 기술 배워오면 또 그걸 만들어야죠. 인민들이 가난하게 사는데 김정은은 군사력에 돈을 다 탕진합니다. 예전에 소련이 바로 저렇게 미국과 군비 경쟁하다 망했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입니다. 김정은에게 인민들 배급 줄 걱정부터 하라고 하면, 이건 이뤄질 수 없는 희망일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