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전해온 노동당 간부 비리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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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온라인 상점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북한산 송이버섯과 잣.
중국의 온라인 상점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북한산 송이버섯과 잣.
/중국 웹사이트 캡쳐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한국에서 17년 동안 기자로 있으면서 북한 문제를 다루다보면 종종 기상천외한 일과 많이 마주칩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든다면 2005년 8월에 북한 신의주 주민이 한국에 현지 비리 사장을 제보했던 일입니다.

신의주에 있는 중앙당 131지도국 산하 강성무역회사 사장인 강영세가 임금을 떼어먹고, 노인들을 구타하고, 첩을 4명이나 두고 있는데도 처벌받지 않고 잘 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앙당에 1년에 20만 달러씩 돈 벌어 바치니 아무리 신소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신고한 사람만 노출돼 피해를 본다고 합니다.

결국 한 주민은 남쪽 언론에 실리면 북한 윗선에 비리가 전달될 것이란 희망을 품고 화교를 통해 남쪽에 전화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제가 동아일보에 기사를 썼고 훗날 강 사장이 처벌받았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와 비슷한 신고 전화를 최근 또 받았습니다. 올 가을 강원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지막지한 약탈을 고발해달라는 제보입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대북제재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김정은은 올해 “사법기관이 산림자원을 중국에 팔아 돈을 버는 장사꾼들을 단속 통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잣, 도라지, 더덕, 오미자 등 산에서 나는 수출 자원을 개인이 아닌 국영 무역기관이 장악해 팔라는 뜻이겠죠.

문제는 이런 지시가 하달되자마자 강원도 간부들이 개인 상인에 대한 약탈 허가라도 받은 듯이 무지막지한 단속과 몰수로 자기들 배부터 채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강원도당 위원회는 “비법적인 장사활동을 타격하여 자금난을 극복하라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며 도 검찰소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웠습니다.

산이 많은 강원도는 잣이 많기로 유명하지요. 이곳에서 잣을 구매해 중국으로 팔던 개인 상인들이 갑자기 떨어진 지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함경북도 상인들이 빼앗긴 잣 액수만 이미 수백 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졸지에 전 재산을 날린 많은 가정들이 파탄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잣과 누에고치를 비롯해 약 12만 달러어치를 몰수당한 함북 김책의 한 여성은 빚단련에 시달리다 아비산을 먹고 자살했다고 합니다.

잣 구매 자금은 대개 중국 상인들에게 선불로 받은 것입니다. 양강도 혜산에서는 잣 대금을 돌려받지 못해 앙심을 품은 중국 상인이 살인청부를 의뢰해 한 남성 상인이 한쪽 눈알을 뽑히고 목이 찔려 중태에 빠지는 사건도 벌어졌다고 합니다. 중국의 빚 독촉에 시달리던 북한 상인이 여성과 아이들을 유괴해 중국에 팔아먹는 일도 벌어진다고 합니다. 이처럼 곳곳에서 원성이 자자하지만 피해자들이 중앙에 억울함을 호소해도 아무런 대답도 없다고 합니다. 워낙 액수가 큰데다 북한의 고위간부들이 결부돼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겠죠.

강원도에서 잣 몰수의 직접적 지휘를 맡은 인물은 강원도 검찰소 7처장 한철민이라고 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차례진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수법은 몰수한 최상품 잣을 몰래 최고가인 6,000달러에 팔아먹고, 몰수조서엔 품질이 나쁜 것을 빼앗아 2,000달러에 팔았다고 적는 것입니다. 그는 잣 외에도 다른 산림 자원과 수산물 등을 당의 방침을 관철한다는 명분 하에 마구잡이로 몰수하거나 눈을 감아주며 배를 채우고 있는 중입니다.

한철민은 또 원산 시내 젊은 미모의 여성 상인들에겐 자기가 장사를 보호해준다고 유혹해 성관계를 하거나 협박을 통한 성폭행도 수시로 일삼는다고 합니다. 첩도 많겠죠. 북한에선 돈 많고 여자 많은 권력자들은 거의 마약을 한다고 보면 되는데 한철민도 예외가 아니어서 차에 늘 필로폰 10g 정도를 싣고 다니는 마약 중독자라고 합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실 강원도 주민분들, 제가 이렇게 대북방송을 통해 한철민의 악행을 폭로하니 시원하시죠. 한철민의 문제는 한철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타락한 한철민 검찰소 7처장을 뒤에서 보호해주는 인물이 박정남 강원도 도당위원장이라고 합니다. 그는 6.25전쟁 시기 소년 빨치산을 했다는 경력으로 한국의 도지사 격인 도당위원장까지 출세한 인물이죠. 약 3년 전 국가보위성에서 그의 비리를 알고 제거하려다 김원홍 보위상이 먼저 숙청되는 바람에 무사했던 운좋은 인물이기도 합니다. 박정남 역시 도당위원장이라는 직책에 있으면서 필로폰을 많이 씁니다. 한철민은 박정남이 관리하는 핵심 돈줄의 하나이기도 하니 당연히 뒤에서 엄청 봐줄 수밖에 없습니다.

강원도는 김정은이 가장 자주 방문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자기 고향집이 원산 별장이니 그곳이 정이 붙겠죠. 김정은이 방문하면 그때마다 박정남이 뛰어나와 수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이 박정남 같은 탐관오리들을 뒤에 달고 다니는 것을 지켜보는 북한 주민의 심정은 어떨까요. 19세기 말 갑오농민전쟁은 고부군수 조병갑의 약탈에 참지 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시작됐습니다. 이러다가 김정은의 고향인 원산에서 경자년인 내년에 경자인민봉기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겁니다.

저는 박정남 강원도 당위원장과 한철민 검찰소 7처장의 비리를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방송하는 그대로 이번 주에 동아일보 지면에 썼습니다. 그러면 통전부도 보고, 김정은도 보고 하겠죠. 이렇게 주민들의 피타는 호소가 남쪽 대표 신문에까지 실렸는데도 모르는 척 한다면 김정은도 결국 인민의 지도자가 아니라 한통속이란 뜻이 아니겠습니까.

강원도에서 박정남과 한철민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봅시다. 그리고 이 방송을 듣는 북한 간부들, 잘 들으십시오. 인민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다간 이렇게 한국 언론에서 폭로가 될 수 있습니다. 조심해야겠죠. 청취자 여러분들도 앞으로 이런 비리 간부 적극 한국 언론에 제보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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