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정찰위성과 세습에 몰두한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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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3년이 다 지나가고 곧 새해를 맞게 됩니다. 지난 한 해 여러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벌써 4년째 스스로 봉쇄를 자처한 김정은 때문에 여러분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봉쇄를 열고 나와도 할 것은 없습니다. 김정은의 핵 개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이미 북한은 가장 강력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어 북한의 3개 수출 품목인 석탄과 수산물, 임가공 제품 수출이 금지됐습니다. 이것들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는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합니다.

그러니 새해에 국경이 열려도 여러분들이 잘 살 희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8월부터 김정은은 러시아에 탄약과 무기를 팔고 있지만, 그로 인한 수혜는 인민이 볼 수 없습니다. 러시아가 식량을 주겠다고 해도 김정은은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대가로 받은 것이 정찰위성 발사 기술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 북한에 정찰위성이 왜 필요한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정찰위성이 우주에서 그 자리에 24시간 떠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두 번 잠깐 한반도 상공을 지나갑니다. 그 정도로는 뭐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정찰위성에 장착됐다는 카메라는 시중에서 팔고 사는 일본제 카메라입니다. 이 카메라로 찍어봐야 큰 건물 정도 윤곽이나 나오는데, 정찰위성에 필요한 사진은 그것보다 100배는 더 정밀해야 됩니다.

정찰위성으로 보면 또 뭘 합니까. 북한에 정밀 타격 능력이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조잡한 위성을 띄워놓고 보나 마나 한동안 강성대국 타령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북에서 대학에 다녔던 1998년에도 그랬습니다. 광명성 1호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강성대국이 됐다고 그렇게 선전했습니다.

실은 광명성 1호가 실패인데도 북한은 거짓 주파수까지 공개하며 우주에서‘김일성 장군 노래’와‘김정일 장군 노래’를 송출한다고 선전했습니다. 실제 그걸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북에 있을 때 그게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속으로“아니 위성 하나 띄우면 강성대국이냐, 그게 인민 생활과 뭐가 연관되는데”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당시엔 숱한 사람들이 굶어 죽어갈 때인데, 김정일이 왜 위성 띄우는데 저렇게 집착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이 사기 친 위성을 김정은이 25년 만에야 비로써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그게 그렇게도 자랑스러운지 매일 위성 센터에 찾아가 어디 어디 찍었다고 자랑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도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1년 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뒤에 붙인 카메라로 서울을 찍었다며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걸 보고 다 웃었습니다. 일제시기 비행기에서 찍은 흑백 카메라 사진도 그것보단 낫겠습니다.

그러자 김여정이 나와서 비웃는 외부 학자들을 향해 “나중에 두고 봐라. 진짜 정찰위성이 올라가면 그때도 웃는가 보라. 우리가 언제 하겠다고 하는 것을 못 한 적이 있냐”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위성이 궤도에 진입했다는 지금 사진을 왜 공개 못 합니까. 공개하기엔 너무 창피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입니다. “아니, 고작 저 정도 사진 찍겠다고 그리 난리 치며 위성을 띄웠는가”고 비웃음을 사기 딱 좋으니 사진 공개도 못합니다.

북한의 행동을 보면 너무 유치해서 정말 웃음이 나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지난해‘강국인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김정은의 위대성을 찬양했습니다. 배가 고프고, 추위에 떨고, 해외여행도 제대로 못 하는 강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는 대한민국 여권만 들고 나가면 비자 없이 세계 199개국 중 190개 나라가 그냥 문을 열어줍니다. 선진국 국민이니 이 나라에 들어와 사고 칠 가능성도 없고, 불법 체류를 할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이 강국입니다.

위성 하나를 발사하고 강국을 자처하는 북한을 보면,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린 수많은 나라들은 그럼 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강국은 김정은의 꿈속에만 존재하는 허상인 것 같습니다.

김정은은 인민이 외국과 북한을 비교하는 길을 기어코 막고 있습니다. 반동사상배격법을 만들어 북한 인민이 외국 영상이나 출판물을 접하면 처형하고 감옥에 보내는 것도, 외부 세상을 알면 김정은이 얼마나 거짓말로 인민을 속이는지 드러나니 그렇게 하는 겁니다.

그러나 거짓으로 만든 누각이 얼마나 견고하겠습니까. 김정은은 그런 거짓의 성에 김주애를 여왕으로 앉히려고 올해 그렇게도 동분서주했습니다. 2023년은 김정은의 정찰위성 집착과 김주애의 세습 작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올해 김정은의 활동 어디에서 인민을 위한 행보를 찾을 수가 있습니까.

매년 북한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다고 자랑합니다. 내년 신년사에서도 김정은은 인민경제발전 12개 고지점령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룩했다고 자화자찬할 것입니다. 그런데 알곡, 전력, 석탄 등 12개 고지가 성과를 이룩했는지는 여러분들이 더 잘 알겠죠.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이룩했다는 성과를 모으면 아마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제일 부유한 나라가 됐을 겁니다. 실제 현실은 점점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12개 고지 어쩌고 떠들다가 내년에는 또 10개 목표이니 뭐니 하면서 또 다른 말로 여러분들의 시선을 호도하겠죠. 이렇게 속아 넘어가는 사이에 김정은의 통치는 한 해 한 해 연장됩니다.

내년에도 매년 보던 똑같은 행보를 볼 것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옵니다. 2024년엔 김정은이 또 어디에 재미를 느끼고, 거기에 집착하며 한해를 보낼까요.

끝으로 올해의 마지막 방송을 마치며 여러분들께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란 믿음을 버리지 마시고 강건하게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