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전혀 다른 남과 북의 휴가 문화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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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cho_beach-305.jpg 1일 개장 첫날 속초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해변과 바다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조선은 16강, 한국은 8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한반도를 달구던 월드컵 열기가 많이 식어진 가운데 어느 덧 7월이 왔습니다. 한국은 7, 8월이 대표적인 휴가철이라 7월초만 되면 사람들이 슬슬 휴가 계획을 짜기 시작합니다.

아마 북에서는 휴가철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실겁니다. 북에서 받는 휴가는 집안에 일이 생겼다든지 또는 사적 용무를 보려 멀리 여행갈 때 받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땔감이나 김장과 같은 월동준비를 하느라 가을에 휴가를 내는 사람들도 많지요.

남쪽은 휴가를 쓰는 방식이 북쪽과는 많이 다릅니다. 북쪽에선 어디 여행이라도 가려면 가는 데만 며칠 씩 걸리기 일쑤이지만 남쪽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철도로 3시간도 안 돼 가는 세상이라 여행을 간다고 휴가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아파트들이 다 온수난방이 되기 때문에 땔감을 해결할 필요도 없고요, 김치도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겨울이든 여름이든 아무 때나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딱 가을에 김장을 많이 해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배추나 무도 사시장철 시장에서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기 사람들은 휴가 하면 진짜로 멀리 가서 노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은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지만 쉬는 날도 참 많습니다. 여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해서 웬만한 기업들은 일주일에 닷새 일하고 이틀을 쉽니다. 북에서처럼 겨우 1주일에 하루 있는 휴식일 마저 각종 동원이니 뭐니 하면서 제대로 못 쉬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휴가는 일반적으로 1년에 보름 받을 수 있는데 사람들은 보통 여름에 일주일, 겨울에도 일주일 정도 휴가를 씁니다. 어떤 기업은 심지어 여름휴가를 보름이나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사람들이 집에서 놀기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온 가족과 함께 산이며 바다며, 해외에 휴가를 떠납니다. 7, 8월이 휴가철인 이유는 덥기도 하지만 이때에 자녀들이 방학을 맞이하는 때라 가족과 함께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온 가족이 즐겁게 놀기 위해 집을 떠나 며칠 씩 타지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 숙박시설이 매우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숙박시설도 호텔이니 민박이니 펜션이니 하면서 다양합니다. 펜션은 밥이랑 다 해먹을 수 있는 숙소이고 민박은 그냥 잠만 자는 곳인데 호텔보다 저렴해서 선호합니다.

여름에는 숙박시설의 가격이 본격 휴가철 전에 비해서 껑충 뛰기도 하지만 수요에 따라 가격이 좌우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인지라 어쩔 수 없이 그러려니 하고 비싸게 내고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겨울에 휴가를 갈 수는 없는 일이죠. 여름휴가 때는 바닷가에서 웬만한 숙소를 잡으려면 하루 지내는데 100딸라는 넘게 주어야 합니다. 그래도 여기선 보통 하루 일하면 100딸라는 벌기 때문에 이때는 큰 맘 먹고 돈을 씁니다.

좀 이름난 해수욕장은 여름이면 정말 사람들로 바글바글합니다. 북에서 마전해수욕장이니 송도원해수욕장이니 하는 곳도 그렇잖습니까. 물에서 노는 것은 남이나 북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남쪽 서해에는 섬들이 정말 많은데 섬에 가면 좀 조용한데서 해수욕도 하고 낚시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산에 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주로 계곡들을 많이 찾는데, 한 여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찬 물이 흘러내려오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한 여름 더위가 싹 가시죠.

그렇다고 남쪽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지 않으면 여름에 무덥게 지내는 것도 아닙니다. 여기는 찬바람이 쌩쌩 나오는 에어컨이라는 것이 집이나 직장들에 다 갖춰져 있어서 여름에도 시원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도 여름에는 정말 시원합니다. 집에도 에어컨이 있어 잘 때는 시원하게 틀고 자죠. 가끔 북에선 이런 것들이 없이 어떻게 여름을 견뎠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려 휴가를 쓴다면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려 휴가를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에는 무더운 동남아 국가에 가서 따뜻한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다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동남아 국가로 가족이 한꺼번에 놀려가려면 수천 딸라가 들기 때문에 한국도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북에는 아직 교통이니 숙박이니 하는 것들이 열악해서 정말 잘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가족과 함께 며칠 동안 순전히 어디 놀려간다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들죠. 거기다 어디로 가면 무슨 용건인지 다 밝히고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하니 더욱 힘듭니다.

그래도 휴가를 딱 멀리 가야만 즐겁게 노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제 고향도 바닷가인데 여름에는 아무 때나 바다에 나가 수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휴가철에 사람들이 모두 바다에 몰려 북적북적 거리는 남쪽과 비교해 봐도 결코 만족도가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선 도시를 벗어나야 뭘 할 수 있는 도시 사람들에 비해 시골사람들이 일과 휴가가 잘 구분되지 않아 여유로운 것 같습니다.

북쪽에도 앞으로 경제가 발전되고 생활이 윤택해지면 즐겁게 놀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상승하고 좀 이름난 바닷가나 계곡에는 숙박시설들이 많이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남쪽 사람은 백두산으로 여름휴가를 가고, 북쪽 사람은 제주도로 겨울휴가를 오는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며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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