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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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애

무더운 여름이라 더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퇴근 시간 무렵, 친구 금자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퇴근 후 찜질 방에 갔다 가자는 것입니다. 더위 때문에 몸이 좀 무거운 지라 저는 쾌히 승낙했습니다. 우리는 찜질 방에서 땀을 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두리번두리번 어디로 갈까 살피던 우리는 호프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가벼운 마음에 시원한 생맥주 한 조끼, 남한에서는 이 조끼를 5백cc 한 잔이라고 하는데, 이 생맥주 5백cc를 단숨에 마셨습니다. 한잔 두잔 마시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우리는 5백cc 석 잔을 마시게 됐습니다. 금자는 이곳 남한에 온지 5년이 됐고 시내버스 운전사로 일하고 있는데, 일하면서 서울시내 많은 승객들을 상대하다 보니 가끔씩 불쾌한 일이 있다고 합니다. 금자는 마침 오늘 마음 상한 일이 있었고, 저도 요즘 마음이 조금 울쩍한 일이 있었던 참이라 우리는 마음속에 있는 스트레스를 시원한 맥주로 말끔히 씻어버리려는 마음에서 생맥주를 마셨습니다.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 우리는 지하 노래방으로 내려갔습니다.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금자는 노래를 잘 불렀습니다. 금자가 부르는 노래에 맞춰 저는 춤을 췄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둘이서 서비스까지 1시간30분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얼큰하게 취한 우리는 정신을 차려 걷느라고 애썼는데 저도 모르게 꽈배기 걸음이 되는 듯 했습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오니 밤 11시가 됐습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술을 마셨다고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저는 주정 삼아 이 좋은 세월을 만나 엄마는 항상 행복에 취해 사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어이가 없는 듯 웃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둘째가 시원한 토마토 화채를 해줬습니다.

토마토 화채란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썰어서 설탕과 얼음에 재워 먹는 것입니다. 이빨이 시려 두 눈이 번쩍 뜨였지만 속이 쑥 내려가는 듯 했습니다. 토마토 화채를 받아든 순간 저는 생각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우리 여자들이 감히 술을 마실 수가 없는데. 이곳 남한에서는 여자들도 회사 회식장소에서나 다른 공공장소에서 남자들과 술도 마실 수있고 여자들끼리도 동창회 등 여러 모임에서 친구와 술을 마실 수가 있구나.’ 한마디로 남한의 여성과 남성은 비교적 동등한 권리를 갖고 부담없이 편안하게 생활합니다. 북한에서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까다로운 남편의 성격 때문에 한번은 술을 마음껏 마시고 주정을 한다는 것이 술을 마시고 큰소리 내며 운적이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남편은 집안이 망할 징조라며 저를 나무랐습니다. 이곳 남한에서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바다나 산에 가서 마음껏 소리를 지르거나 저희들처럼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고향에서는 그 많은 스트레스를 가정에서 부부싸움이나 애꿎은 아이들을 구박하는 것으로 풀었습니다. 북한에서 이런 속담이 있습니다. 시어미 역정에 애꿎은 개만 발로 찬다. 시어머니의 잔소리에 대꾸는 못하고 마당에 누워있는 개를 발로 찬다는 말입니다. 며느리의 발에 채인 개는 깽깽거리며 어디론가 달아난답니다. 워낙 가정생활에서 너무도 부족한 것이 많았던 지난날. 어리고 철없는 아이들에게 괜히 짜증을 많이 부렸습니다. 공급되는 연필과 노트는 부족하지. 식량은 부족한데 한 창 먹고 자랄 나이에 많이 먹겠다고 하지. 그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은 그때 엄마가 왜 자신들에게 신경질을 부리고 욕을 하는 지조차 몰랐습니다. 철이 든 애들은 지금 이런 말을 합니다. <엄마 그때 우리가 막 미웠지요?.>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가슴이 메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 때 능력 없는 부모를 만나 부족한 것이 너무도 많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저는 남모르게 눈물도 참 많이 흘렸습니다. 이곳 남한에 온 저는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 없이 뭐든지 다 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신경질 부릴 이유가 없습니다. 무엇이든 생활이 만족하니까, 생활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스트레스가 조금 있다면 그건 바로 제도와 문화적 차이가 있다 보니 모든 것을 0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남한생활입니다.

저는 오늘처럼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노래방이나 바다나 산으로 주말마다 등산을 갑니다. 그리고 아침 운동으로 마을 주변에 있는 작은 야산에 올라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운동을 하면 마음이 활짝 열려 스트레스가 확 풀린답니다. 저는 친구들과 자주 맥주도 마시고 노래방에 갑니다. 이렇게 생활을 계획적으로 재미있고 즐겁게 해갑니다. 오늘도 친구들과 축배의 잔을 높이 들고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파이팅.하며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