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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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말은 어린이 날이었습니다. 해마다 오는 어린이 날이건만 저는 이날이면 항상 잊혀지지 않는 사연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주말이라 저는 둘째와 함께 현대 백화점으로 갔습니다. 오래지 않아 사위의 생일이기 때문에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현대 백화점에 들어서는 순간 예전과 달리 많은 어린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미처 어린이 절이라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아이들의 선물을 사느라 여념이 없는 부모님들과 이것저것 이쁘고 고운 옷과 장난감들을 고르며 칭얼대는 어린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한참 서있었습니다. 저 멀리 중얼대며 가던 딸이 뒤를 돌아보며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에 와 뜰 놀랐습니다. 어른 옷을 파는 가게에 들려 형부의 옷을 고르는 둘째의 대견한 모습을 바라보다가도 저도 모르게 아이들의 옷 가게로 갔습니다.

남자애들의 옷을 이것저것 만져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판매원이 다가와 손자에게 선물을 하려는 가고 묻는 소리에 저는 아니라고 그저 옷이 하도 이뻐서 구경을 하노라고 핀잔했습니다. 지나간 세월의 추억이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였던 그 세월 어린이날과 학생 절이면 아이들이 만경대나 등산을 가는데 선물은커녕 맛있는 음식을 한 배낭 채워 주지 못해 항상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은 배낭에 점심밥과 과일과 떡 몇 개를 넣어주면 가득 채울 수가 있는데 그나마 채워주지 못해 울먹울먹하는 아이들을 달래여 학교로 보내군 하던 모습이 눈에 삼삼 떠올라 지금도 눈에 눈물이 고이군 할 때 가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어느 한해에 있은 일입니다. 겨우겨우 학교에서 등산가는 맏이에게는 김밥을 만들어 보냈습니다.

김밥 썰다가 남은 부스러기를 맛본 다른 아이들은 저녁에 언니와 누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나 언니가 남겨온 김밥이라도 맛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빈 밥 곽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나도 등산 갈 때엔 김밥을 해달라고 약속을 하던 철없는 아이들. 1997년 12살 어린 아들을 평양에 남기고 중국생활을 할 때에는 어린이 절이나 학생 절 특히 아들생일날이면 옷가게에 들려 얼마나 컸을까 이 옷이 맞을까. 아니면 저 옷이면 될까. 하고 이것저것 만져 보며 눈물을 보여 중국 팔도옷가게의 주인도 함께 운적이 있습니다.

이곳 남한의 어린이들은 세상에 부럼 없이 행복합니다. 추우면 추운 것이 무엇인지, 더우면 더운 것이 무엇인지 배 고품이 무엇인지, 정말 그리운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행복밖에 모르고 사는 것이 이곳 남한의 어린이들이랍니다.

백화점 밖으로 나온 저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귀여운 어린이들의 모습을 손 전화기로 사진도 찍기도 하고 가까이가 손도 잡아주고 안아 주기도 하였답니다. 빨리 손자가 태여 났으면, 손자를 안고 사진을 크게 찍고 손수레에 태워 넓은 서울 대공원을 거닐게 될 그날을 환상으로 그려 보았습니다.

사위의 선물을 들고 둘째와 저는 의자에 한참이나 앉아 오고 가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웃기도 하고 넘어진 아이를 안아 일으켜주기도 했답니다. 아이들의 부모들도 웃음 가득 기쁨가득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려 있습니다. 마치도 한 가족같이 느껴집니다. 뿐만이 아니라 한강과 공원마다 어린이들로 붐볐습니다. 이렇게 가는 곳마다 우리 꽃봉오리들이 마음껏 행복을 느릴 수 있게. 모든 것은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되고 준비 되여 있었습니다.

행복에 취해 철쭉 꽃향기에 취해 웃음 가득한 서울 시민들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그 속에 섞여 있다고 생각을 하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꽃물결처럼 거리마다 밀려가고 밀려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원한 냉면집으로 들어갔습니다. 20도가 넘는 더운 날씨라 저는 시원한 냉면이 들어오자 얼른 뚝딱 사발을 비우자 딸은 웃었습니다.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는 집에 있기가 싫은 날씨라 하여 또 한번 웃었습니다. 이곳 남한 생활이 너무 행복해 저는 항상 웃음으로 살고 있답니다. 이런 행복이 지속되면 될 수록 저는 고향의 주민들이 그립습니다. 북한은 지금 한창 농사철입니다.

부모님들의 슬하에서 한창어리광과 응석을 부려야할 어린 아이들이 이 더운 날씨에 땀을 철철 흘리며 작은 손에 물통을 들고 여린 손으로 강냉이 영양단지를 심고 있을 모습이 눈에 밟히네요. 지난날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어서 빨리 분단된 조국이 하나가 되여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여 해마다 오는 어린이절에 조국은 하나이다. 라는 글발이 새겨진 기발을 꽂은 여객선을 타고 대동강과 한강을 마음껏 유람하는 모습을 그려보며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