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애
하늘은 푸르고 하늘 높이 맑은 하늘에 뭉개 뭉개 떠가는 구름을 보면 절로 기분이 상쾌합니다. 바람에 노랗게 익은 은행나무 잎들이 발밑으로 살랑살랑 춤을 추듯이 떨어지면서 서울에서 온 저를 반겨주는 듯 했습니다.
지난 주 저는 포항에 다녀왔습니다. 마침 포항시청 광장에서 금, 토요일 2일간 진행되는 친 환경 농산 축제가 열리고 있어 광장은 농민들과 포항시민들로 붐볐습니다. 농민들이 1년 동안 정성들여 가꾼 자식 같은 결과물을 광장으로 가지고 나왔습니다. 잘 익은 사과, 배, 포도, 단감 등 갖가지의 과일,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햇쌀, 싱싱한 남새들을 광장에 나와 있었습니다.
남과 북이 같은 사과이고 같은 감이지만 크기가 너무도 하늘과 땅 차이가 있습니다. 호박만큼이나 큰 배, 사과 알이 있나하면 웬만한 항아리만큼이나 큰 무우가 있습니다. 시민들은 이 품질 좋은 과일이나 남새 가운데서도 더 좋은 것을 골라 봉지에 담았습니다. 김장 배추도 세상에 얼마나 통이 큰 지 제 힘으로는 도저히 들 수가 없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볏 집으로 만든 짚신과 돼지였습니다. 저는 손 전화기에 달린 카메라로 집신을 찍었습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짚신에 대해 배운 생각이 났습니다. 옛날도 먼 옛날에 우리나라 선조들은 갓을 쓰고 짚신을 신고 당나귀를 타고 다녔습니다. 시골 양반집 자녀들이 한양에 시험을 보려 갈 때면 짚신을 몇 컬레 씩 두잔 등에 메고 길을 떠났습니다. 이런 장면을 영화에서나 많이 보았지 사실, 현실로는 짚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또 축제 행사에서 시장이 나와 시민들과 농민들이 오염되지 않고 보다 더 싱싱하고 깨끗한 식량과 남새, 고기 과일을 먹을 수 있도록 시청농산과를 친 환경농산과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말했습니다. 친 환경 농사란 화학 비료나 농약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농사 방식입니다. 고향에선 척박한 땅에서 한줌의 비료가 부족하여 농민들이 피 눈물을 흘리며 갈라진 두 손으로 호미와 곡괭이로 농사를 하지만 이 곳 남한에서는 농사를 지을 때도 수확물의 크기보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한다하며 이런 친황경 농사를 짓더군요.
또 농민들과 시민들의 노래자랑이 있었습니다. 17명의 농민들과 시민들이 나와 자기들의 장기를 자랑하고 노래를 불렀고 초청 가수들도 나왔습니다. 사회자는 중간 중간 담 있는 사람들을 무대로 불러 어려운 말을 따라 하게하거나 디스코 춤을 추게 하여 많은 군중들을 웃겼습니다.
나이 있는 분들은 무대 아래에서 춤도 추었고 초대 가수도 군중 속으로 내려와 시민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어 가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흥겨운 하루였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며 지난 추억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얘기는 고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내 고향 주민들은 친환경 농산물을 둘째 치고 이렇게 흔한 과일도 마음껏 먹을 수도 없다니. 지금 햇쌀이 나오는 시기이지만 흰 입쌀 밥 한 그릇 배불리 먹을 수 없다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쿨해 오는 것이 눈에는 또 눈물이 나왔습니다.
제 고향 주민들은 어쩌다 공급되는 작고 귀한 채소라서 아끼기도 하지만, 물도 잘 나오지 않아 깨끗이 씻어 먹지도 못합니다. 북한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여름 한철에는 곤충을 소 한 마리 쯤 되게 먹는다고 말입니다. 지금 북한주민들의 생활 현실입니다.
남한은 비료나 농약을 많이 쓰면 더 크게 좋은 과실을 얻을 수 있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작더라도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습니다. 남과 북의 현실, 이곳 남한은 너무 넘치고 북한은 너무 모자라는 것 투성입니다.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가을도 다 가고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겨울이 닥쳐오는데 고향 주민들은 겨울나이 월동 준비는 다 했는지..궁금합니다. 많은 장마로 곡식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올 겨울은 어떻게 보낼까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서울에서 김춘애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