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건강 검진

김춘애

제가 살고 있는 구청 한빛복지회에서 며칠 전부터 자주 전화가 왔습니다. 건강 검진을 받으라는 전화입니다. 제가 이곳 남한에 온지 4년이 됐는데, 해마다 이렇게 건강 검진을 받으라고 전화해 주고 있습니다. 너무도 감사한 일입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알기로는 남한은 썩고, 병든 자본주의 사회이라 한발자국을 걸어도 한발자국을 움직이려고 해도 돈이 든다고 했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남한의 현실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부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회복지 시설과 뜻있는 개인들이 어렵고 힘든 가정과 주민들을 따뜻한 사랑과 배려로 많이 도와주고 있답니다.

저는 한빛복지회를 찾아 친절한 담당관으루터 상담을 받고, 건강검진 날자를 미리 예약하고 검진표를 받아왔습니다. 저는 검사를 실속있게 잘 받기 위해 하루 전 저녁부터 금식을 했습니다.

미리 예약된 날자와 시간에 저는 목동에 있는 홍익병원으로 갔습니다. 탈북자들 뿐만이 아닌 이곳 남한의 주민들도 많이 왔습니다. 간호원의 안내를 받아 접수를 하고 건강검진 장소로 갔습니다.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 입고 나오라는 간호원의 말에 조금 의아했습니다. 옷을 갈아 입고 나온 저는 담당간호원의 안내에 따라 심장기능 검사를 비롯한 유방암 검사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고 있는가 하는 검사와 심지어 남한에서도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위장 내시경 검사와 자궁암 검사까지 자세히 받았습니다.

지난날 같으면 위 내시경 검사는 작은 비닐 관을 목구멍으로 삼켜야 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2가지 약을 먹은 다음 서서 누워서 옆으로 모로 서서 있으면 의사 선생님이 위장 내부가 보이는 화면을 직접 들여다보며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안과와 혈액 검사를 할 때 저는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혈액 검사에서는 크게 간염을 비롯해 성인병 세 가지 검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말씨가 남들과 달라서 탈북자라는 것을 알았는지 담당 의사선생님과 간호원들은 나에게 언제 남한에 언제 입국했는지 물었습니다. 2003년에 왔다고 대답하자, 참 잘 오셨다고 반겨주며 더 친절히 대해 주었습니다.

검사를 다 마치자 간호원은 우유 한 병씩을 주었습니다. 저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일반 주민들이 종합검진을 받으려면 40내지 50만원은 든다고 하는데 저는 무상으로 이런 종합검진을 받았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에 이런 건강 검진을 받아 본적이 있었던가 하고 말입니다.

북한의 의료체계는 무상 치료라고는 하지만 무상으로 건강 검진을 이렇게 세밀하게 받아본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의료기구 설비도 많이 부족했지만 기껏해야 봄, 가을에 예방 주사 맞는 것 밖에 없습니다.

또, 병으로 병원을 찾아도 약 처방과 진단 처방 밖에 없었고 약은 내가 스스로 장마당에서 중국약을 사먹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는 친척이나 잘 아는 사람을 찾아가 고급 담배나 고급 술,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병원에 자주 가지 못했고, 웬만하면 민간요법으로 제 자신이 치료를 했습니다. 감기나 기관지염과 페렴은 보통 하루 세 번씩 부황과 꿀을 구해 치료했습니다. 아이들의 앞가슴과 뒤 잔등에 손바닥만한 종이에 꿀을 발라 하루 2.3번씩 붙여 주는 방법으로 했습니다.

이런 생활 방식이 습관이 돼서 지금도 저는 다 자란 아이들에게 자주 부황을 붙여 준답니다. 지난번에는 사위의 허리가 아프다는 말에 허리에 부황을 붙여 주었더니 매우 시원하다고 하면서 예전에 이곳 남한에도 이런 치료 방법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지난 60년대, 70년대 있었던 치료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무상 치료제라고 하지만 돈과 권세가 없으면 병이 나도 좋은 약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잘 먹지 못해 몸이 허약해진 게 원인이 돼서 죽어도 불치병으로 사망했다고 했습니다. 저의 애 아빠가 바로 이렇게 큰 병이 아닌 병으로 사망했답니다. 우리 탈북자들이 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는지 항상 관심을 갖고 돌봐주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저는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