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저녁 이였습니다. 저녁 퇴근 시간이 되자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주말휴식은 어떻게 보낼까하고 궁리를 하던 중 서울시 노원 쪽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번 주말은 아이들과도 특별한 휴식 계획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생일이 20일 먼저라 항상 언니라고 자칭하며 우쭐대는 친구입니다. 만나면 서로서로 윗사람 대접을 받겠다고 실갱이를 많이 하나 정작 헤어지면 그리워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서로서로 먼저 알리고 찾아주는 친구랍니다. 친구의 고향은 강원도이고 이곳 남한에 온지 거의 10년이 되였지만 아주 순진하답니다. 만나본지도 오래 되였으니 이번 주말은 잔소리 하지 말고 자기 집으로 오라는 소리뿐입니다.
저는 한아파트에서 사는 친구와 토요일 아침9시쯤에 집을 나섰습니다. 노원과 양천구는 지하 전철을 타고 한 시간30분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조금 일찍 떠났습니다. 1호선을 타고 가다가 서울 역에서 4호선을 갈아타고 노원 역에 도착하니 친구 내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일행은 다시 전철을 타고 수유 역으로 갔습니다. 수유 역에서 내린 친구는 택시를 타고 우리를 우이공원으로 안내 하였습니다. 마치도 사전에 계획을 하고 기다렸다는 듯 하였습니다. 공원입구에 내리고 보니 높은 삼각 산 밑 이였습니다. 저는 굽 높은 구두를 신었기 때문에 산에 올라 갈수 없다고 하자 친구는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공원은 먹자골 공원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로를 따라 올라 가는데 길옆에는 산골에서 내려오는 맑은 개울물이 흘렀습니다. 경치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함께 간 영순씨는 너무 좋아 난리였습니다. 한 30분 남짓이 올라갔습니다. 무슨 음식을 먹을까 궁리를 하던 의논 끝에 토성 닭백숙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올라가느라 땀을 흘린 우리는 시원한 봄바람과 더불어 산에 핀 꽃향기를 마시며 졸졸 흐르는 맑은 산골 물소리를 들으며 야외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식당 사장님은 돗자리를 깔아 주었습니다. 향기 나는 미나리무침과 무 우 시래기무침을 보니 문뜩 고향 생각이 났습니다. 4월이면 간염예방과 대장염에 좋다는 갓 돋아나는 미나리를 뿌리 채로 캐다가 무치기도 하고 살짝 볶아서 밥상에 올려놓았고. 묵은 무 우 시래기로 다친 허리를 찜질하면 효과가 좋다는 말을 듣고 가을에 무 우 시래기를 얻기 위해 농 장원 들 몰래 시래기를 가져오던 말을 하여 친구들은 웃었지만 저는 항상 다친 허리 때문에 고생하시던 시어머님의 그리움으로 마음이 조금 쓸쓸했습니다.
미나리 무침과 시래기 무침으로 고향생각을 하며 소주 한 병을 다 마셔 가는데 토성닭백숙이 나왔습니다. 제일로 큰 인삼을 꺼내 친구남편에게 권하며 웃기는 말을 하여 모두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남자라고는 친구의 남편 한분 이였습니다. 이곳 남한에서는 백숙이라 하지만 평양에서는 닭곰입니다. 고향 평양에서도 닭곰에 찹쌀과 밤 황기를 넣고 작은 냄비에 담아 큰 가마에 넣고 푹 삶는 답니다.
그런데 이곳 남한에서는 닭곰에 찹쌀과 인삼 황기 밤 대추 외에도 제가 알지 못하는 약재를 더 넣고 고압 밥 가마에 고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닭곰이라 하지 않고 닭백숙이라 합니다. 내 고향에서는 이런 닭곰을 흔하게 먹을 수가 없습니다. 가정에서 남편의 건강이 안 좋다든지 아니면 우리 여성들이 아이를 낳았을 때 보약으로 해주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그것도 생활이 괜찮다는 집에서는 먹을 수 있으나 보통 일반 주민들은 1년에 닭곰 한 마리 해먹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겨우겨우 한 마리의 닭곰을 해도 온 식구가 다 먹을 수가 없어 잠자는 한밤중에 아이들 몰래 남편에게만 대접을 해야 했던 닭곰 이였습니다. 닭곰에 술을 마시다가 저는 양말을 벗고 개울물에 발을 잠궜습니다.
산골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아직 차거 웠습니다. 술에 약간 취한 친구들도 모두 바위에 앉아 물에 손과 발을 한참이나 담구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지나간 추억을 하였습니다. 두만강을 끼고 살았다는 영순씨는 두만강에서 한 여름에 빨래를 하고 목욕을 하던 이야기를 하였고 저는 군 복무시절 겨울에 례성 강에서 꽁꽁언 손을 호호 불며 머리를 감던 이야기를 강원도가 고향인 친구는 이런 산골 물을 먹고 살았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친구남편이 고향에 대한 추억을 하며 개울물을 두 손으로 떠 마시려는 순간 사장님이물을 가져 왔습니다. 저는 친구의 덕분에 예전에 몰랐던 경치 좋은 우이공원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토종닭곰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는 하나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경치 좋고 아름다운 관광지와 공원을 찾아도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 속에서도 그 언제나 고향과 고향에 있는 부모 형제들과 친구들이 눈에 삼삼 그리워지는 것을 어찌 할 수가 없네요. 오늘도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영순씨와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고향을 그리워하며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