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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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애

어제 퇴근길에 저는 지하철 안에서 장애인이 파는 손수건을 하나 샀습니다. 처음 저는 손수건을 파는 한쪽 다리가 없는 젊은 청년이 열심히 사는 그 모습이 너무도 기특해서 우연히 하나 사게 된 손수건에 또박또박 그려진 그림과 글씨를 보고 놀랐습니다. 수도권 지하철도 노선을 한눈에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제 옆에 앉아 계시던 한 어르신은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이 손수건을 액자틀에 넣어 집에 간직해 두고 보라는 것이였습니다. 그 어르신은 이곳 남한의 특별시인 서울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가 꽉 박혀 있는 손수건을 쓰기가 너무 아까워 액자에 넣어 벽에 걸어 놓고 어디 갈 때 마다 들여다 보신답니다. 저는 나이 많으신 어르신의 정성에 다시 한번 감탄을 했습니다. 이곳 서울은 지하철을 타면 동서남북 그 어디든 빠른 시간에 갈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 그 어디에도 다 갈 수가 있을 정도로 교통수단이 아주 편리하게 잘 돼 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저는 손수건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1호선에서 8호선까지 그리고 노란색과 검정색으로 표시된 분당선과 인천지하철. 너무도 복잡하게 그려진 전철역들을 한눈에 보고 또 보며 고향 생각을 했습니다. 제 고향인 평양시의 중심에도 지하철이 있습니다. 평양시 중심에 있는 지하철은 영광역과 붉은별역, 광복역에서 락원역, 이 두 선 밖에 없는데 전철 역 이름은 봉화산역과 승리역. 개선문역과 혁신역. 건설역과 황금벌역 등 모두 한번에 기억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환승역은 전우역과 전승역으로 돼 있습니다. 150-200메터의 깊고 깊은 땅속으로 승강기를 타고 들어 갈 때면 기분이 상쾌합니다. 지하철역으로 들어서면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더운 바람이 느껴집니다. 광복역과 락원역은 1972년 4월15일을 맞으며 개통식을 했습니다.

그때 저는 군에 입대하면 평양을 떠나 지방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에 지하철을 매일 타고 다녔고 군에 입대한 저는 지방에서 입대한 친구들에게 시간과 틈만 있으면 지하철에 대한 자랑을 했고 텔레비전에서 지하철이 나오면 옆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후에 다시 평양역과 붉은 별까지 지하철을 개통했습니다. 그때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땅속으로 기차가 달릴 수 있도록 건설을 할 것이며 동평양 지구에도 지하철을 놓게 된다고 말입니다.

평양역에서 동평양으로 가려면 대동강이 가로 놓여 있습니다. 대동강은 모래층이 많아 건설 도중 많은 군인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말도 있었고 일본식으로 대동강은 지상으로 나왔다 다시 들어 갈 수 있게 지하철역을 건설할 것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지하철 건설이 완료됐는지 궁굼합니다. 저는 이곳 서울에 와서 지상으로 전철이 나오는 것이 일본식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곳 남한에는 지하철이 한강 뿐만이 아니라 바다를 가로 질러 다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5호선은 한강 속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저는 5호선을 타면 궁금한 적이 많았는데, 최근에야 5호선 지하철이 한강 밑으로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서울에는 지하철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 많고 김포 공항에서 인천 국제공항까지는 넓은 바다 위로 지하철이 다니고 있습니다. 평양의 지하철은 전쟁대비용으로 건설됐지만, 서울의 지하철은 국민들의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곳 남한에는 지방이나 서울이나 생활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부산과 대구를 비롯한 지방도시에도 지하철이 있고 도시나 시골이나 그 어디를 가도 비슷한 구조를 가진 집에서 생활합니다.

우리 탈북자들도 서울에 있든 지방에 있든 상관없이 정부의 지원을 똑같이 받으며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한강위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수많은 지하철을 바라보며, 매일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며. 차창으로 스쳐 지나는 한강철교를 바라보며 고향에 있는 대동교 철교가 생각나 지나간 추억을 더듬을 때가 많습니다. 내 고향에도 이런 철교가 있는데... 때로는 저도 모르게 고향이 아닌가, 착각할 때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선교구역과 동대원 구역을 비롯한 동 평양지구에는 일반 노동자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동 평양 지구에도 지하철이 들어가 그들의 출퇴근이 편리해질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언제나 분단된 조국이 하나가 돼 서울역에서 지하철타고 한강과 대동강을 지나 부모 형제가 있는 평양으로 갈수 있을까. 고향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