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63빌딩 가는 길

0:00 / 0:00

김춘애

저는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난 주말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오후쯤 아들은 갑자기 서울 여의도에 있는 63빌딩을 가자고 했습니다. 4년 전 남한에 도착해 하나원으로 가기 전날 우리는 담당 선생님의 안내로 63빌딩 수족관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시간관계로 63층이나 되는 빌딩을 다 올라가 보지 못했습니다. 언제 한번 시간을 내서 가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들의 말에 선뜻 대답했습니다. 육안으로 보기엔 63빌딩이 노량진 전철역에서 아주 가까워 보였습니다. 노량진 전철역에서 내린 저는 아이들과 함께 수산물 시장으로 나와 도로에서 뱅뱅 돌고 돌았습니다. 도로에 차들이 너무 많이 다녀 도로를 건너갈 수가 없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두고도 우리는 택시를 타고서야 63빌딩에 도착할 수가 있었습니다.

다정하고 친절한 안내원의 안내를 받으며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승강기로 갔습니다. 승강기를 타고 30층, 40층, 50층 올라가는 순간 저는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한강에 띄워 놓은 배들이 콩알 같이 보였고 달리는 승용차는 땅에서 기어다니는 것만 같이 보였고, 최고 속도로 시속 3백킬로미터까지 달릴 수 있는 KTX 기차는 마치 길고 긴 흰 뱀처럼 보였습니다.

60층에 올라간 순간 저는 ‘우와’ 하는 소리가 저도 모르게 튀어 나왔습니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 올라온 기분이었습니다. 대리석 벽과 바닥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고, 한쪽에는 물고기들이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모습과 빨갛게 물든 단풍잎들이 춤을 추듯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저는 우선 멀리 보이는 한강 다리를 세어 봤습니다. 모두 16개였습니다. 순간 크게 놀랐습니다. 내 고향 평양에 있는 대동강에는 철다리까지 포함해도 다리가 겨우 5개입니다.

그런데, 이곳 서울에 있는 한강에는 제 눈에만 보이는 다리만도 16개나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서남북 사방으로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도까지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저희 집을 찾는다며 야단이었습니다. 약도를 보아가며 겨우 목동 주변을 찾았고, 김포공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방향을 보며 저쪽이 우리 집이라고 말하면서 즐거워했습니다. 아들은 망원경으로 멀리 경기도 지역과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가깝게 보며 좋아했습니다. 눈에 내려다 보이는 한강은 아직 장마가 채 끝나지 않아 물은 흙탕물로 누렇게 보였지만, 그래도 아름다웠습니다.

가지런하게 서 있는 아파트 건물들과 도로에 줄을 이어 달리는 승용차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보였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음료수와 케\x{c78c}을 사가지고 의자에 앉았습니다. 아이들은 말했습니다. “평양에서는 105층 건물이 다 지어졌을까? 과연 105층 꼭대기에 올라가면 무엇이 보일까? 지금 서울에서처럼 웅장한 보습들이 보일까?” 우리는 이렇게 한가로이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제 곁에 없었다면 저는 ‘행복’과 ‘사랑’이란 단어의 뜻을 잘 몰랐을 것입니다. 한시간 동안 이어진 감탄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승강기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1층까지 내려오자, 저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 높이 올랐다가 땅으로 내려온 듯한 야릇한 느낌이었습니다. 63빌딩에서 나와 우리는 시원한 저녁 바람을 느끼며 한강 고수부지로 갔습니다.

한강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석양과 야경에 다시 한번 취했습니다. 한강 고수부지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 저처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저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지난날 고향에 대한 추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우리는 그 때를 생각하면서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