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는 즐거워: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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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에서는 지난해 추석이 짧게는 4일, 길게는 9일 동안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황금연휴, 즉 황금같이 좋은 연휴를 즐겼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앞으로 13년간은 명절에 일요일이 끼어 있어 쉬는 날이 평균 3일 정도로 짧다는군요. 실제로 이번 음력설인 다음달 18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덤으로 놀 수 있는 날은 월요일 하루뿐입니다. 그래서 긴 연휴에 여행 가려던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주민들은 올해 구정에는 5일간이나 노는 황금연휴, 북한말로는 소위 ‘대형명절기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은 설에 당일부터 3일간을 쉬도록 되어있지만, 올해에는 다음달 16일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과 이어지면서 16일부터 20일까지 휴식을 취하게 됐거든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 따르면, 평양시민들은 그래서 벌써부터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런 연휴에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족여행조차 어렵다는 것이 탈북자 김지은씨의 말입니다. 김씨는 지난 1999년에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김지은: 어디 놀러가는 분위기가 전혀 없어요. 일단 연휴라고 해두요. 예를 들면 이번 2월 16일처럼 김정일 생일하고 음력설하고 이번에 같이 끼었거든요. 북한사람들은 아마 진짜 몇 년 만에 한 3-4일 휴식을 취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가족끼리 여행하는 것은 생각도 안합니다.

일단 2월 16일 김정일 생일 당일에는 각 직장이나 대학생은 대학교, 각 단위별로 다 행사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디를 절대 못가요. 어딜 간다는 생각을 안 해요. 혹 가족이 가족끼리 즐겁게 보낸다면 평양은 평양시내, 청진은 청진시내 안에서 그냥 공원 같은데 좀 나갔다 오고, 시내 좀 걸어 다니면서 사람구경도 하고 그 정도가 다예요.

특히 여행증을 개개인이 모두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다른 지역으로 함께 여행가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이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이런 긴 여가시간이 생기면, 옳다구나 하고 1박 2일이나 2박 3일, 혹은 더 길게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고속도로와 국도가 차들로 붐빕니다. 일주일에 5일만 근무하는 ‘주 5일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선진국과 비슷한 연간 노동시간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여행 같은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는 겁니다.

서울의 강남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김진한씨도 이런 사람들 중의 하나입니다. 주말이 되거나 연휴가 오면, 단순히 밀린 잠을 보충하고 쉬는 대신, 가족과 함께 이곳저곳 여행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몇 년 전 아이가 생기면서는 어른과 아이가 같이 놀기가 좋고 주변에 여러 가지 볼 것이 많은 곳을 찾고 있습니다.

김진한: 저희는 어린아이가 있어서 주로 온천여행 많이 하거든요. 최근에는 덕산에 워터파크 개념의 온천이 생겨서 거기에 다녀왔습니다. 지난주에는 양평에 있는 유황온천에 다녀왔구요. 아이들이 물을 굉장히 좋아하구요, (뜨거운 물에) 적응도 빨리 하구요, 워터파크 같은 경우에는 그냥 단순한 ‘온천’개념보다는 놀이시설이 되있기 때문에 장시간을 놀아도 아이들이 질려하지 않고 재밌게 오래 놀 수 있어요. 그래서 참 좋은 것 같아요. 또 각각 지역마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까 먹기도 하구요, 주변에 유적지나 명소가 있으면 바람 쐴 겸해서 온천 가는 길에 다녀오곤 합니다.

여기서 ‘워터파크’란 뜨거운 온천물로 즐기는 물놀이 공원을 말합니다. 덕산 온천은 상처 입은 학이 부리로 물을 찍어 발랐더니 다 나았다는 그 유명한 온천지역입니다. 이곳에는 얼마 전에 대규모 온천 시설인 노천 온천, 실내 온천, 원통형 물 미끄럼틀 등이 마련돼, 현재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습니다.

김 씨처럼 온천여행이나 관광명소를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최근 들어서는 문화, 예술, 운동, 건강 등과 연계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달빛신라 역사여행’. 이게 뭐냐면, 신라의 고도인 경주에서 보름달이 뜨는 토요일 오후에 안압지와 분황사, 황룡사터 등을 도는데요, 이때 각자의 소원을 적은 등을 들고 탑돌이를 한다고 하네요. 인기가 높아서, 지난해에는 4,000여명 이상의 가족들이 주말을 이용해 방문했다고 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일생동안 먹고 자는 등의 생활필수시간과 먹고 살기 위한 노동시간을 빼면 나머지 삼분의 일 시간은 여가시간으로 남는다고 합니다. 이 여가시간은 개인이 일상생활, 직업적 노동, 그리고 사회적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에서 쉬고, 기분전환하기 위해 활동하는 시간이죠. 이제는 남쪽뿐만 아니라 북쪽 청취자 여러분도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보다 나은 사회문화를 창조하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기본권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해봅니다.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