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장성민 대표 “김정운 후계설은 클린턴 관심 끌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만나고싶었습니다’ 순서의 진행을 맞은 박성우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후계자로 셋째 아들인 정운을 지명했다’는 소식이 이젠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09.06.16
jang sungmin 220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의 장성민 대표. RFA PHOTO/ 박성우
하지만 좀 미심쩍어하는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의 장성민 대표인데요. 장 대표는 “올해로 25살밖에 안 된 김정운이 후계자로 지목됐다는 추정이 유포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노리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장 대표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고 16대 국회에서는 민주당 의원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서울 마포에 있는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연구실에서 장 대표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박성우: 장성민 대표님,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먼저 북한의 후계자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후계자가 됐다는 단정적인 보도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꾸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게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득이 되는 겁니까, 해가 되는 겁니까? 어떻게 보시나요?

장성민: 저는 북한의 최고 통치자 김정일 위원장이 작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사실상 과거처럼 정상 업무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셋째 아들인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했다는 설을 지금 북쪽에서 흘리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저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린다면, 후계설은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체제 유지에 매우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 핵 문제에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후계설이 나온 이후에 (미국은) 김정일 체제의 붕괴 가능성, (김정일) 건강 악화 문제, 북한 내부 권력투쟁 문제라든지, 이런 정치 불안정 문제에 더 크게 관심을 집중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미국은 ‘현 김정일 체제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과 핵 협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 아니냐’ 그러니 ‘좀 더 지켜보자’ 이렇게 아마 전략을 수정 변경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고요. 대신 북한이 무력 대응을 하면 철저히 봉쇄하고 군사 압박 전략을 강행하는 쪽으로 미국의 대북 전략이 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현 국면에서 후계설을 북한에서 흘리고 있다면, 그것은 대미 협상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성우: 대표님 말씀대로라면, 북한은 아주 다급해질 텐데요. 어떤 측면에서 북한의 조급증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장성민: 저는 북한의 최근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는 결국 대미 정책이고,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군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군사적 시위와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북한이 이렇게 하게 된 원인을 제가 연구하면서 최근에 발견한 게 있습니다. 지난 2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첫 순방길을 아시아로 선택했잖습니까. 그때 아시아 4개국을 순방했죠.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과 중국입니다. 2월 방한했을 당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언급했습니다.
그때 후계 구도와 관련된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은 북한에서 나온 소식에 대한 반응이 아니고,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8월 뇌졸중을 겪은 이후에 후계 문제가 서서히 논의되고 있는 그 상황에 대해 남쪽에서 여론이 증폭돼서 나온 점을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우려해서 이야기한 건데요. 그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후계 문제를 둘러싼 내부 권력투쟁이 진행되고 지도체제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인접 국가 간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걱정하고 있다?’ 이렇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말했습니다. 이건 북한에 대해서 말한 겁니다.
저는 바로 이 발언이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런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북한이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북한과 인접국 간에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우려한다면, ‘우리는 중국, 러시아가 아닌 남한과 긴장을 고조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북한은 결심했던 것이고요. 그리고 ‘내부 권력투쟁이 진행된다’는 부분은 체제 붕괴와 관련해서 ‘미국이 북한의 핵 문제를 빨리 처리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겠구나’라고 북한은 받아들여서, 사실상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면서, 동시에 지금 김정운이라는 25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애한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하는 후계설을 흘려서 북한의 정치체제가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는 신호를 미국에게 보내고 있는 겁니다. 바로 이런 점을 보여줘야 미국이 ‘정치가 혼란된 상태에 빠지기 전에, 그래도 김정일 국방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 안정 국면에서 핵 문제를 빨리 처리해야하지 않겠나’ 이런 관심과 전략을 갖고 접근해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을 북한이 했다고 보입니다.
더 구체적인 자료는 또 있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변화가 핵무기 해체와 관련한 논의를 더디게 하고 있고, 누가 김정일 위원장의 뒤를 이을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전략을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거든요. 북한은 ‘핵 문제 논의가 북한 지도체제의 변화 때문에 더뎌지고 있다’는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하나의 준거로 삼아서, ‘후계 체제에 들어가면 북한이 굉장히 불안정해 지기 때문에, 안정된 김정일 체제가 있을 때 빨리 핵 문제에 대한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클린턴 장관의 생각을 이용하기 위해 지금 북한이 후계설을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고, 그래서 지금 이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박성우: 대표님, 북한이 말씀하신 대로 미국과 직거래를 하기 위해서 후계설도 흘리고 핵실험도 했다는 말씀이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지금까지는 북한을 그냥 지켜보고 있는 모양새거든요. 이런 미국의 태도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장성민: 저는 미국이 지금 북한과 바로 협상할 생각이 없다고 봅니다. 우선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외교적 사안이 많습니다. 이라크, 파키스탄의 핵 문제, 이란의 핵 문제, 미국의 경제위기 같은 급한 불을 꺼야 할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아직 북한의 핵 문제에 눈을 돌릴 여력은 없다는 생각을 오바마 행정부가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지금 상황에서 아무리 미국을 향해 강하게 시위를 하더라도, 미국은 핵물질이나 군사적 위협이 주변 국가나 미국으로 향하지 못하도록 하는 봉쇄 전략과 대결 전략을 펼치지, 곧장 대화 전략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현재의 우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나면, 후반부나 오바마 행정부 제2기 정도에 가서 북한 핵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2012년 ‘강성대국’ 목표를 이루기가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요?

장성민: 사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에 지금 들어가서 얻을만한 이익이 없다’, 이것이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고 한반도 전략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이 의도적으로 핵 문제를 방치해 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미국의 우선적인 목적은 북한이 핵을 갖느냐 갖지 않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북한의 핵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이게 우선적인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북한이 설령 소량의 핵물질이나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별로 이걸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단지 그 핵무?기나 핵탄두나 핵물질이 북한 영해로 빠져 나가는 사태에 대해서는 두 눈을 번쩍 뜨고 감시하는 체제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지, 북한과 지금 핵 문제를 타결하고 나서 평양에 성조기를 날리는 국교 정상화를 한다든지, 이런 일까지는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성우: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이 서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일 텐데요. 대표님께서 보시기엔,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후계자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주고자 한다고 보십니까? 핵보유국인가요, 아니면 국제사회에 성공적으로 편입한 ‘보통 국가’인가요?

장성민: 저는 북한이 핵을 가지면서 국제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대접받는 정상국가의 자격을 얻는 상태가 북한의 최후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핵보유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지금 노력하고 있고, 또 설령 미국과 핵 협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미래의 핵, 그러니까 더 많은 핵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하는 선에서 합의하며, 과거에 개발한 핵은 보유하는 쪽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방안이 북한의 목적입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경제적 지원, 그러니까 미래의 핵 생산을 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적, 에너지 지원을 받고, 북미 수교를 하고, 조일 수교를 해서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활동하는 것이 북한의 목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성우: 그게 가능하리라고 보시나요?

장성민: 저는 불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웃음)

박성우: 알겠습니다. 오늘 ‘만나고싶었습니다’ 시간에는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의 장성민 대표와 함께 했습니다. 장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장성민:
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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