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이야기: 캐나다 밴쿠버 이북5도민회 이만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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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이산가족은 북한이나 남한에만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등 해외에도 많은 이산가족들이 살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캐나다의 경우에는 북한과의 공식 외교 관계가 있어서 서신교환 등 북한의 가족들과 비교적 자유로운 교류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산가족 이야기, 오늘은 평안북도 의주 용천이 고향인 캐나다 밴쿠버 이북5도민회 이만규(67) 회장을 모시고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캐나다 서쪽 태평양 바다와 맞닿아 있는 밴쿠버, 울창한 산림과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해변으로 관광지로도 유명한 밴쿠버에는 약 7만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현재 북한이 고향이라고 등록한 이북5도민회 회원들은 약 1000명 정도입니다. 이들은 캐나다 한인 사회에서도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밴쿠버 이북5도민회 이만규 회장은 말했습니다.

이만규: 제가 접해본 분들은 다 편안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대게 기반들을 다 잘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북 사람들이 다 어디가도 잘 살지 않습니까? 세계적으로. 6.25때도 한국에 동대문 남대문 시장에 가면 장사꾼들이 많지 않습니까? 이남 사람들이 이북 사람들 지독해서 생활력 강하고 잘산다고 하는데 거꾸로 이남 사람이 이북에 가도 그렇게 안하면 죽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밴쿠버의 실향민과 이산가족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을 보고 싶은 마음에 슬퍼하거나 눈물 흘리는 일도 없습니다. 캐나다는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주소만 알면 고향의 가족들과 서신교환 등을 통해 자유롭게 연락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직접 상봉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만규: 여기는 가능해요 주소만 알면 편지 하면 답장을 받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번에 가서 어머니는 돌아 가셨지만 동생으로부터 사진을 받아 가지고 와서 나를 보여 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사진이 많이 낡았더라고. 아무튼 가는데 불편함은 없는 것 같아요. 여기는 마음만 먹고 본인의 의사만 확실하면 수속을 밟아서 갔다 올 수 있어요 그런 분들이 많이 있어요.

때문에 북한의 가족을 만나고 싶으면 이산가족 상봉 차례를 기다리지 말고 캐나다로 이민가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고 이 회장은 전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폐쇄성 때문에 북한에 가더라도 고향땅은 밟아보지 못하고 대부분 평양에서의 상봉만 가능하다는 점과 북측 가족의 사정 때문에 북한에 가더라도 서로 상봉하지 못하는 상황이 가끔 벌어진다는 점, 그리고 왕복 비행기 표 값이며 숙박비, 선물 값 등으로 경비가 많이 든다는 부담감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북한과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해서인지 밴쿠버의 이북5도민회 회원들의 모임은 즐겁기만 합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실향민들의 주요 화제 거리인 고향에 대한 얘기나 이산가족 문제, 통일에 대한 얘기들은 하지도 않습니다. 이 지역 실향민들은 다만 함께 운동을 하고 소풍을 가며 친목을 다질 뿐입니다.

이만규: 일 년에 한번 씩 골프하고, 봄나들이 한번 가고 8월에는 한번 고기 구우러 한번 가고, 삼삼오오 짝 지어서 좌담 한번 하고, 망년회 한번 하고 그게 큰 행사입니다. 통일이 되고 안 되는 얘기는 잘 안하고 그냥 여기서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통일문제는 2차 문제 같습니다. 꼭 우리가 빨리 통일 되어야지 하는 마음은 있겠지만 얘깃거리로 통일문제를 말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습니다. 김정일이 빨리 죽어야지 그런 사람은 있더라도.

그렇다고 마냥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만규 회장은 실향민들의 후세들이 조상들의 고향에 대해 무관심 한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평북 용천이 고향인 이회장의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은 자신들의 고향은 캐나다 밴쿠버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만규: 도민회를 운영하는데 말로는 2-3세를 참여시키자 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여기 모임에 안 오죠. 요새 젊은 사람들이 이북도민회 가자고 하면 우리 애가 가겠습니까? 내가 고삐를 끌고 가면 한번은 가겠지. 이제 점점 어려워 질 것 같아요. 우리 애들은 서울서 나서 애기 때 여기 왔는데 어머니 아버지 고향이 이북이니까 아 거기 한번 가봐야 겠다. 그런 마음은 없습니다. 앞으로 점점 세대가 갈수록 1세대가 사라지면 좀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회장은 이대로 세월이 흘러가면 실향민들의 모임인 이북5도민회도 없어지고, 어쩌면 아예 자신들이 이산가족, 실향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체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세대가 넘어 갈수록 통일이 더 가까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사실입니다. 밴쿠버 이북5도민회의 이만규 회장은 요즘 젊은이들은 북한을 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고 통일에 대한 믿음도 전 세대에 비해서 크다면서 그같이 말했습니다.

이만규: 나보다 더 선대인 15년 전 20년 전만 해도 남북통일 어림도 없는 소리다 라고 했어요.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언젠가는 남북통일이 된다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람이 세대는 변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북이 가야지 얼마나 가겠습니까?

이회장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면 남과 북이 통일 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에 아직도 북한의 가족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남한의 천만 이산가족들도 캐나다의 한인들처럼 자유롭게 북한의 가족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