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 서만희씨가 그리운 언니에게 쓰는 편지

안녕하세요. '고향 가는 길…' 에 양윤정입니다. 탈북자들의 '실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크로싱'이 6월26일 개봉을 앞두고 남한에서 화제입니다.
워싱턴-양윤정 yangso@rfa.org
2008.06.04
'크로싱'은 한국영화 최초로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의 슬픔을 그린 감동실화 대작인데요. 지난 4월 이미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자유주간'행사에 초청돼 시사회를 열었습니다. 이어서 남한 국회에서 시사회를 가졌는데 남한 당국자들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에 소속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이 됐는데 전 한나라당 박근혜 총재뿐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울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가슴이 아픈 내용이라고 전해졌는데요.

영화 '크로싱'은 북한의 열악한 생활과 아이들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 작품으로 가정을 구하기 위해 탈북을 감행한 아버지와 그를 따라 나선 아들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내용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감동적인 내용은 물론 영화배우 '차인표'와 아이역을 맡은 '신명철' 열연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에는 '예고'편이 올라와 있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영화가 요즘 할리우드 영화들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과연 탈북자를 다룬 영화가 극장가의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지 관심입니다.

북한에 살고 있는 평범한 가족의 슬픔을 가진 영화 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북한의 모습이 담겨 있는 '크로싱' 국제영화제에 출품을 할 예정인 '크로싱' 북한의 실상을 세계에 그대로 알려지게 되면서 고통당하는 북한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손길이 뻗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면서 고향가는 길…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 훈훈한 소식 그리고 음악과 함께 오늘도 떠나겠습니다.

고향으로 보내는 편지…

탈북자 서만희씨가 그리운 언니에게 쓰는 편지 입니다.

언니! 하고 부르면 눈물이 앞을 가려 견딜 수 없군요. 언니도 모르게 겁에 질려 두만강을 넘을 때, 죄스럽고 "언제 다시 고향땅을 밟으며 언니를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강 건너 중국의 두만강 둑에서 고향땅을 바라보며 저기 불 없이 새까만 땅을 바라보며 눈물을 먹으며 발을 옮겼답니다.

언니 벌써 떠나온 지 3년, 강물도 3번 얼고 산천도 3번 푸르러 졌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 만나볼지 기약도 없는 이별을 하다 보니 가슴이 아프고 쓰립니다.

언니, 그새 몸이나 건강하며 조카, 손자들도 무고히 지내는지 굶어 죽지나 않았는지 매우 근심스럽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장남, 장녀, 손자까지 와서 다 같이 잘 살며 의식주 근심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손자 성일도 6살인데 잘 자라고 있습니다.

매일 밤, 북녘의 하늘을 쳐다보며 저 달과 북두칠성은 우리와 함께 같은 하늘에서 공존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헤어져 살아야만 하는가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80고령인 언니와 만날 기회가 언제 올까, 우리 자매의 앞날은 얼마 없는데 세월은 자꾸 흐르고 죽을 나이가 가까워 오는데 조급한 마음도 듭니다. 언니, 어젯밤 꿈에는 어렸을 때 언니와 같이 고향 어촌마을의 염전 양수장에서 새우, 망둥어, 감조개를 잡다가 내발이 감탕속에 베었다고 울며 언니한테 업혀오던 꿈을 꾸었습니다.

어려서 시비길 사립학교를 다닐 때 공동묘지와 솔밭을 뚫고 지나는 소로길을 가다 묘지에 여우들이 이리저리 뛰는 모습을 보고 무서워 집까지 뛰어가던 생각도 어제 같습니다. 그 때는 보리밥에 계장을 먹고 다니면서도 그렇게 힘이 있었던지요.

언니, 통일이 늦어지면 우리는 하늘나라에 가서나 만날까 원통합니다. 우리 민족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통일만이 살길입니다. 요즘 정보를 들으면 그곳이 식량난으로 평양거리도 일분을 주는 배급도 못주다가 2호미를 풀어서 조금 주었다는데 언니네 사는 지방이야 더 말할 것이 없겠지요.

우리가 97년도에 옥수수가루 3키로 가지고 물쑥과 버무려서 한달을 견뎌낸 생각이 납니다. 그 게장떡도 왜 그렇게 맛이 있던지… 지금 언니네가 또 더 힘들 것을 생각하면 여기서 밥상을 놓을 때마다 그 생각 하며 술을 뜰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1주일에 1번 다닌다는 기차, 전기도 없는 캄캄한 속에서 등잔불에 코가 까맣게 되며 이부자리도 새까매지는 그런 생활을 어떻게 더 살아갈지 근심입니다.

언니 그래도 견디어 살아야 합니다. 죽어도 살아도 통일이 우리가 앞당겨야 할 일이라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니, 만나는 그날을 희망으로 삼고 몸 건강히 잘 살아 이겨나가기 바랍니다.

언니의 옷도 여기서 많이 마련해 두었는데 보낼 길이 없으니 행여나 하고 보관해 두었습니다.

언니 여기서 명절때만 되면 통일전망대 가서 북쪽을 바라보곤 합니다. 분계선인 임진강 지편에는 북한이 보입니다. 나무 한 그루 없이 붉은 색을 띈 땅에 달구지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기는 도로에 차가 메여서 야단입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핵에만 투자하고 국민과 나라환경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여실히 증명됩니다.

언니 오늘은 이만 씁니다. 부디 몸 건강히 만날 때 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서울에서 동생 만희 보냄.

네… 편지를 소개할때마다 느끼는 건데 탈북자들이 자유와 사람답게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넘어오지만 넘어와서 남한이든 제3국이든 정착하게 되면 그게 다 끝인줄 알았는데 와서 살다보니 가슴 한켠에 북에 두고온 가족들 친지들 때문에 그리움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것을 봅니다. 명절때마다 통일전망대 가서 북쪽을 바라보곤 한다는 만희씨 어디 만희씨 뿐이겠어요.. 북쪽에 있는 사람들도 만희씨를 그리워 할 겁니다.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정말 생이별이라고 하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참 통탄해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기부… 즉 번 돈을 나 우리만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선뜻 내놓는 일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 기부문화가 정착한 곳이 미국입니다. 요즘 세계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 북한 여러분들도 다 아실 텐데요. 고유가에 물가는 다 오르고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의 지난해 기부금이 5,6% 증가했다고 하네요. 더 놀라운 것은 기부금을 낸 8개 기업가운데 7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한 기업이라는 겁니다.

올해도 버마에 싸이클론을 비롯해 중국 사천성 지진피해 등 재난재해가 끊이질 않고 있는데요. 앞서 2005년에 동남아를 강타한 쓰나미와 미국의 남부 해안도시를 휩쓸고 지나간 허리케인 피해 등으로 인해 기부금이 12.4%나 증가했고 계속 2007년까지 상승하고 있고 올해 2008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기부하는 기업체는 단순히 기부 요청에 응하기 보다는 기부하고자 하는 지역을 선정하고 마케팅 전략과도 연계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하고 있는데요. 전략이든 전략이 아니든 남을 돕는다는 마음 자체가 소중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착한 일을 하면 복이 온다' 라는 옛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새삼 오늘 와 닿습니다. 고향 가는 길… 어떻게 저와 함께 가면서 따스하셨나요?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뵐게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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