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이야기: 6.25 한국전쟁의 비극 - 이산가족 현황과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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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이수경

이 시간에는 6.25 전쟁 57주년 특별 기획으로 '이산가족들의 현황과 대책'에 대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개성이 고향인 올해 72살 조규례 할머니는 6.25 한국 전쟁당시 남쪽으로 피난 왔다가 1.4 후퇴 때 다시 가족들은 모두 북으로 돌아가고 이후 휴전이 되면서 남편과 단둘이 남쪽에 남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서로 의지해오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자 할머니는 더욱 고향에 있는 형제, 자매들에 대한 그리움이 커졌습니다.. 조 할머니의 아들 조규창씨는 이러한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고자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하고 중국으로의 민간 상봉 가능성도 알아봤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들 조규창씨는 개성은 세상에서 가장 먼 도시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규창: 몇 년 전 5-6년 전에도 조선족으로 통해서 만나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되었고 요즘 적십자사를 통해서 상봉을 하니까 저희 어머니 동생을 만나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그게 잘 안되었습니다"

또 올해 83살이 평북 고성리가 고향이라는 박복원(가명) 할아버지는 6.25 당시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두고 인민군으로 징집되는 것이 싫어서 남쪽으로 혼자 피난 왔다가 영영 가족과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박 할아버지는 최근 사촌동생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가족을 만나면서 자신의 아들들이 아직 고향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박 할아버지는 자신이 돌보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아들들을 볼 면목이 없어서 정작 본인은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박복원: 아드님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태의 태하, 내가 9살 때 두고 나왔는데 키워주지도 못하고 내팽개쳐 두고 어떻게 컸는지. 명절 때나 외로울 때 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우리 사촌동생이 다녀와서 살아있다는 것은 아는데 고향땅이나 한번 밟아 봤으면 좋겠어.

경기도 개풍이 고향인 올해 74살인 송옥례 할머니 역시 6.25때 남편과 단둘이 서울로 피난 왔다가 다시는 가족들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송 할머니는 가족을 다시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것 같다며 한숨지었습니다.

송옥례: 다들 계신거 보고 나왔어요. 50년이 넘었으니 처음에 이산가족 상봉할 때 신청했는데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득하니 까마득해 이젠 될 것 같지를 않아 남들 부모 있는 것이 얼마나 부러운지.

이처럼 6.25 전쟁 당시 배우자와 자식, 부모, 형제들과 헤어져 평생을 가슴 아프게 사는 이산가족들의 수는 남한에만 약 1천 만 명에 이릅니다. 남북 적십자사는 이산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매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또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기 위해서 지난 2005년 8월 금강산 면회소 착공식을 갖고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남한 대한적십자사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15차례에 걸친 남북이산가족 대면 상봉 행사와 5차례 시행된 화상상봉을 통해 1만 5천여명의 남측 가족이 북측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상봉 이산가족의 숫자는 아직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의 숫자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게다가 이산가족들의 유일한 희망인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툭하면 북측의 요구로 취소되는 등 언제 중단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가장 최근의 예로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측이 대북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자 북한은 곧바로 이산가족 상봉 취소와 면회소 공사 중단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 이산가족들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이북5도민회의 김호정 회장은 남북당국이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호정: 정치적인 차원 말고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은 세대가 많이 바뀌어 가고 있으니까 거기에 호응해서 우리도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국 로스엔젤레스 황해도민회의 최철 회장은 이산가족 상봉도 좋지만 우선 자유로운 서신교환부터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최철: 제일 먼저 통신, 서신 교환부터 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어요? 숫자가 많으니까 한꺼번에 만나는 것은 어렵고, 우선 주소부터 확인해서 생사 확인해서 가족들끼리 서신 교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회장은 이산가족들의 죽기 전 소원은 가족들 소식 한번 들어보는 것이라며, 이제 고령인 이산가족들은 자신들의 소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