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보금자리: 하루 500명 이상 고객 만난다, 대우자동차 황보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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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같은 일을 해도 남보다 열심히 일하면 더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런 남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자동차 판매영업 사원으로 하루에 5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치열하게 사는 탈북자가 있습니다. 올해 대우자동차 여의도 중앙 영업소에 근무하는 황보 혁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생활을 전하는 남한의 보금자리, 오늘은 황보 혁씨의 얘기입니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황보 혁씨는 남한의 명문대학인 고려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대우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업사원이란 수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팔고자 하는 상품을 알리고 그 상대를 자신의 고객으로 만들어 물건을 파는 사람을 말합니다.

황보 혁씨는 올해 27살로 사교성도 좋고 사람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개인적 친분이 있어 만나는 것과 물건을 팔기 위해 사람을 찾아다니며 만나는 것과는 다르기에 영업사원이란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황보 혁씨는 지난달에도 새로 산 구두가 닳아서 새것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영업 사원일을 시작하고 벌써 세 켤레째입니다.

황보 혁: 거짓말 안하고 심하게 많이 달아요. 우리 경우는 요구 되는 것이 하루에 최소 500명을 만나라는 겁니다. 500명을 선 자리에서 만났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내가 찾아가서 만나는 거잖아요. 20층짜리 빌딩을 가면 제일 꼭대기에 가서 지하 2층 까지 내려가죠. 걸어서 한층, 한층 모두 들려서 사람 만나고 명함주고 하니까 2계층만 가면 다리가 떨려요. 신발이 다는 이유가 많이 다니는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 다니다 보면 너무 지쳐서 다릴 많이 못 올리고 나도 모르게 신발을 끄는 겁니다. 바닥이 한 3일 정도만 신으면 바닥에 문양이 다 없어집니다.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했다고 하면 일반 사무직으로 들어가서 편하게 일할 수 있을텐데도 황보 혁씨는 영업사원이란 직업을 택했습니다. 매달 정해진 봉급을 바라보면서 매일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일은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새 자동차를 팔고 자신이 올린 실적만큼 월급과 함께 성과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정말 매력이었습니다. 그래서 젊을 때 조금은 고생스럽더라도 경쟁사회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 만큼 짧은 기간 큰 몫 돈을 만들 수 있는 판매 영업사원이란 직업을 택했습니다.

황보 혁: 내가 영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것을 버리지 못해서 그게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버리고 나니까 편해요. 내가 다니는 직장도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해요. 내 성격이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성격은 못돼요. 다니면서 관리직 만나보면 한 30대 중반인데 머리가 대부분 하얗고 염색을 했다고 하는 겁니다. 영업직은 자기가 노력한 성과만큼 가져가니까 잔소리를 안 듣는데...관리직은 위에서 욕먹고 밑에서 치고 올라오니까 불안한 자리잖아요. 그런 것을 생각하면 난 영업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남한생활이 7년째인 황보 혁씨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04년 졸업을 앞두고 호주로 1년간 언어연수를 가기도 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그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정면 돌파를 하는 방법을 택했던 겁니다. 남한에서는 영어를 많이 쓰니까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로 직접 가서 생활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호주에 있을 당시 기자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잠시 들어보죠.

황보 혁: 여기서 막노동도 했거든요. 옷이 막 더럽잖아요. 그러면 한국에서는 젊은이가 그런 옷을 입고 지하철 타면 굉장히 창피해 하잖아요. 저는 여기서 아무 신경을 안 씁니다. 옷에 페인트 묻고, 더럽고 해도 지하철 타고 다니고, 막 그 옷을 입고 나가서 구경도 다니고 그럽니다. 다른 사람들 눈치 안보고 용감해진 것 같습니다.

황보 혁씨는 영어 배우러 호주 갔는데 자신이 배운 것은 영어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대학생활을 마친 겁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으로서 남한 사람들과 똑같이 경쟁하면서 차를 팔기 위해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닙니다. 황보 혁씨는 영업이 곧 인간적인 관계로 이어진다면서 한사람에게 차를 팔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연결해줘서 차를 팔게 되고 나중에는 차를 산 사람의 생일초대도 받아서 간적도 있다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황보 혁: 사람들에게서 인상이 참 좋네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참 좋죠. 또 그런 얘기 하는 사람은 저에게 차를 사줘요. 영업은 인상이 중요하거든요. 성격도 좋고 멋있게 생겼네요 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고 판매하고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것은요. 내가 진짜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가져 줄 때 힘듭니다. 나름대로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전화 한 통화 안 오면 힘들죠.

황보 혁씨는 새 차를 팔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가 상대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생도 배우고 있습니다.

황보 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명함을 주고 하면 굳이 자기들이 차를 사지 않더라도 편하게 커피라도 마시라고 해요. 사장님들은 대우자동차에서 왔냐고... 차를 살 것도 아니면서 친절하게 해요. 그런데 제일 스트레스 많이 받는 사람들보면 보통 과장들인데 이런 사람들은 업무방해다 나가라 짜증부터 내거든요. 왜그렇게 짜증스럽게 사는지 부정적으로 보고...

황보 혁씨는 차를 많이 팔아서 판매왕이 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감에 차있습니다. 황보 혁씨는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도 불안하질 않은 겁니다.

황보 혁: 저는 세밀하게는 다음달, 이번 달, 내일 일정 까지도 세밀하게 다 계획하는데 이런 것을 다 실천하면 성공이라고 봅니다. 돈도 벌고 집도 사고 목표대로 하면 다 이룰 수 있으니까 성공한 것이죠.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삶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남한의 보금자리’ 오늘은 대우자동차 여의도 중앙 영업소에서 판매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탈북자 황보 혁씨의 얘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