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올해들어 지금까지 남한에 입국한 탈북자의 수가 만명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이에 따라 탈북자들의 남한정착에 남한사람들이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올해 22살인 탈북자 현부흥씨는 탈북자들이 새로운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잘살기 위해서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살기보다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개척해 나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삶의 이모저모를 알아보는 ‘남한의 보금자리‘ 이 시간에는 현부흥씨의 얘깁니다.
워싱턴- 이진서
한국의 벽이란 것이 탈북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만만하지 않고 견고하고 높기 때문에 ...
현부흥씨는 탈북해 중국에서 살때만해도 남한에만 가면 자유도 보장되고 하고 싶은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속히 힘든 현실을 벗어나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상인 남한에 가서 꿈을 펼칠 수 있는 날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자신의 앞날을 계획할 수는 없었는데 남한생활을 2년 동안 하면서 이제야 남한 사회의 현실이 실감난다고 합니다.
현부흥: 대부분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모든 생각을 이상 세계에다 맞추고 있어요. 한국 오면 돈 주고, 집 주니까...일단 의식주는 해결되는 거니까 나머지 것은 노력하면 된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에 있을 때 한국에 대한 뉴스들 못사는 사람들이 비관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을 볼 때 이해가 안갔어요. 자기가 노력하면 다 될 것 같은 한국 땅에서 뭐가 부족했기에 저 사람들이 죽나 한심하게 보였는데 지금 와서 보면 오히려 그 사람들이 맞닥친 벽들이 참 높았다. 일단 한국 사람들도 힘들어 하는 사회인데 ...
현부흥씨는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 청소년들을 보면 노력하는 사람과 비관하는 사람 이렇게 두 가지 성향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과 같이 남한사회에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자기 현실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적응력이 있다는 겁니다. 반면에 비관파는 일단 남한에 간 것 자체를 후회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부흥: 내가 이곳에 왜왔지, 한국에 온 것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겁니다. 부모님이 돈을 대서 어느 날 아무것도 모르고 두만강을 건너서 와보니까 한국이었더라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두 번째는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북한을 자꾸 생각하는 겁니다. 있었던 곳이 비록 힘들긴 했지만 그쪽에서는 인간미를 느끼고 사람 사는 맛이 나는데 이곳은 사람 사는 맛이 하나도 없고 자기 밖에는 모른다.
현부흥씨는 여러 친구들을 다양하게 사귀고 있습니다. 노력하는 친구들 보면서 도전을 받고, 힘들게 방탕하게 사는 친구들을 거울로 삼아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사는 친구들을 도와주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로 보면 올해 22살로 이미 성인이지만 10대 후반인 청소년들과 함께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대학을 가기 위해 고등학교 정규과정에 등록을 하고 지금은 2학년입니다. 현부흥씨는 처음에는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이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낮추고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생활에 변화를 맞습니다.
현부흥: 가장 달라진 것이 예전에는 남한 아이나 다른 나라서 온 친구들이 잘못하는 언행이 제 눈에 가장 많이 띄었어요. 그래서 스스로 아이들을 멀리하고 했는데 지금은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이 한국의 문화였고 삶의 일부분이었어요. 그것을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을 넘어뜨리지 못했기 때문에 제 눈에는 가시가 돼서 보였던 거예요. 지금은 생활도 편하고 내 자신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니까 삶이 편해지더라고요.
현부흥씨는 중국에서도 그랬지만 남한생활에 잘 적응하는 비결로 항상 긍정적인 자세를 갖으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고 삶에 대한 의욕이 생긴다는 겁니다.
현부흥: 중국에 있을 때도 내일은 잡혀 나가더라도 잡혀 나가면 누군가 나를 도와줄 수 있다 그리고 난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다 나한테는 다른 사람이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고 생각하고 한국에 와서도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도전 받으면서 많은 분들에게 얘기도 듣고 좋은 책도 읽고,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얘기를 들으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현실은 지자가고 미래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까지 할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살면서 고민꺼리 하나 정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현부흥씨도 늘 걱정과 고민은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그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겁니다. 지난 1999년 어머니와 탈북해 청소년 시절을 중국에서 보낸 현부흥씨는 어려움을 헤쳐 나간 사람들의 성공담을 읽으며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현부흥: 도서관에 가서 좋은 책을 찾아 읽고 공부하고 했는데 아마 지금 한국에서 버틸 수 있는 것도 중국에서부터 항상 자신감을 키워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에서 4대 명작 서유기, 수호전, 삼국지, 홍루몽 그 책들을 몇 번씩 읽고 삶의 지혜를 구했는데 결정적으로 그것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 성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와서는 위인전들을 읽으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봐야죠.
생각의 힘을 유난히 강조하는 현부흥씨의 앞으로의 계획도 들어봤습니다.
현부흥: 앞으로 계획은 딱히 정한 것은 없고 그냥 현실 삶에 충실하고 항상 기도하면서 해야 될 것이 무엇이고 내게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님께 자꾸 물어보는 겁니다. 지금도 물어보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인 목표는 북한으로 돌아가서 북한에 제가 받았던 은혜와 사랑을 나눠 주는 겁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거나 마음만 급하게 되면 보통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뭔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를 상상하는 것을 보고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합니다.
현부흥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남한사회는 탈북해 중국에서 상상했던 곳과는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노력하면 뭐든 큰일을 할 수 있다고 믿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